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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 父 "곽윤기·이정수 있었다면 3관왕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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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안현수 父 "곽윤기·이정수 있었다면 3관왕 어려웠다"

[멘붕스포츠] 빙신(氷神)과의 대화 ②-1 '안현수' 아버지 안기원 씨

만약 곽윤기·노진규·이정수가 있었다면, '빅토르 안' 안현수의 3관왕을 막을 수 있었을까?

지난 소치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경기가 끝난 뒤, 국내 쇼트트랙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물음이다. 스포츠에서 '만약'은 없고, 또 지나간 결과를 놓고 던지는 결과론이라 무의미한 질문이지만, 이들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팟캐스트 <멘붕스포츠>는 지난 5일 안현수 선수의 아버지 안기원 씨와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 중 안기원 씨는 "유럽은 4월 달에 선발해서 선수촌에서 훈련을 한다. 그렇게 11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월드컵을 뛴다. 그리고 12월 초에 선발전을 다시 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제일 중요한 세계선수권대회와 유럽선수권대회에 나간다. 하지만, 한국은 단 한 번의 기회가 전부다. 또 선수들이 다쳤을 때에는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줘야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그 결과 곽윤기 같은 좋은 선수가 출전을 못했다"는 말로 현재 우리 대표팀 선발 과정의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했다.

그래서 안기원 씨에게 "곽윤기·이정수 등의 선수들에게 연맹이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줬다면, 빅토르 안의 3관왕은 어려울 수도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라고 돌직구를 던지자, 안기원 씨가 의외의 답을 했다.

"두 선수가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에 나왔다면, 안현수가 3관왕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좋은 선수들이 안 나오게 돼서 현수에게 도움이 됐다. 인정한다. 연맹이 이번에도 선발전을 한 번만 고집하는 걸 보고, 아버지로 '하늘의 운이 현수에게 닿았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좋은 선수들이 기회를 얻지 못해 출전 못하는 것을 보면서 현수 생각이 나 안타까웠다. 만약 선발전을 두 번 했더라면, 곽윤기·이정수 이외에도 더 좋은 선수들이 나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수는 3관왕을 못했을 것이다. 또한 좋은 선수들이 소치동계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선수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줬다면, 빙상연맹이 지금처럼 비난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 안현수 선수가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미터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후, 러시아 국기를 들고 기뻐하는 모습. ⓒ연합뉴스

빙상연맹, 스스로 자초한 '노메달' 수모

선수들에게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졌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인터뷰에 동석했던 이준호 전 감독(1992년 알베르빌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전 국가대표 코치)에게 물었다.

이준호 전 감독은 "1, 2, 3등을 한 선수가 선발되는 지금의 방식은 투명한 선발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쇼트트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선발방식이기도 하다. 한 번의 선발 방식은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한 번'이라는 선발 방식이 '두 번'으로 늘어났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모른다. 지금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이준호 전 감독은 "곽윤기·이정수·노진규가 개인으로서 안현수와 맞붙지 않고, 팀플레이를 한다고 가정할 때 안현수 선수를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기량을 갖췄다"며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에 이들이 있었다면 안현수 선수의 3관왕은 어려웠다"는 안기원 씨의 말에 동의했다.

안기원 씨에 따르면, 빙상연맹이 한 번의 선발전 방식을 고집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 기간과 훈련 양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두 번보다는 한번이 적합하며, △ 선수들이 선발전을 두 번 치렀을 때 부상을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주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그동안 안기원 씨와 이준호 전 감독은 빙상연맹의 선발전, 단 '한 번'의 선발전이 갖는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하며 변경을 촉구했지만, 연맹은 요지부동이었다고 한다.

두 사람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안현수 선수와 러시아에게 쇼트트랙 금메달 3개를 내준 것은 단 한 번의 선발전 방식만을 고집하는 우리 빙상연맹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는 말이 된다.

대기 중인 '제2, 제3의 안현수'

앞에서도 말했듯이, 소치동계올림픽은 이미 지난 일이며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모두가 '만약'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한 결과론이다. 때문에 이미 지나 대회를 놓고 '만약에'라는 가정을 들먹여 결과론을 펴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소치동계올림픽이 끝나도 쇼트트랙은 계속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만약 지금과 같은 선발 방식이 계속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놀랍게도 안기원 씨와 이준호 전 감독은 "'제2, 제3의 안현수'가 나올 수밖에 없고, 지금도 러시아를 비롯해 다른 나라로 가려는 선수들이 꽤 많다"고 했다. 지금의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안현수'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현수가 러시아로 간 첫 번째 선수로 알고 있는데, 아니다. 현수가 가기 전에 여자 쇼트트랙 선수 두 명이 이미 러시아에 있었다. 우리나라 감독이 데리고 간 선수들이다. 두 선수 모두 현수처럼 한국에서 피해를 당했고, 더 이상 운동을 못하겠다고 판단해 러시아에 간 것이다. 자기 아들, 딸을 현수처럼 러시아에서 마음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느냐고 묻는 학부모들이 꽤 있다.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을 이역만리(異域萬里) 타국으로 보내고 싶어하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타국으로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 13일 "안현수 선수의 귀화가 파벌주의·줄세우기·심판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려 있는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5일에는 "정부가 국가대표 선발과 관리, 은퇴 후 활동을 고려한 지원시스템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대통령의 말이 허언에 그칠 공산이 크다.

우상일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은 지난 10일 '빅토르 안' 귀화 문제와 관련한 빙상연맹의 의혹에 대해 "빙상연맹이 자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부가 먼저 개입하기보다는 일단 빙상연맹 측의 자체적인 해결 노력을 기대하고 지켜보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빙상연맹의 자체 해결 노력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대부분의 빙상인들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말하길래 이번에는 바뀔 수 있다는 기대를 많이 했다. 그런데 정부의 말을 들어보니 이번에도 기대할 게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입장이다. 다시 한 번 소도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어리석음이 반복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제2, 제3의 안현수' 등장은 우리가 만든 필연이 될 것이다.

▲ 안현수 선수의 아버지 안기원 씨(가운데)와 이준호 전 감독(왼쪽), 이종훈 스포츠평론가(오른쪽). Ⓒ프레시안(이명선)


* 안기원 씨와의 인터뷰는 1편과 2편으로 나눠 진행합니다. 2편에서는 2006년 안현수 선수의 '한체대 파벌'과 관련한 뒷이야기, 그리고 빙상계를 둘러싼 잘못된 오해 등이 이어집니다.

* 이종훈 스포츠평론가가 진행하는 <멘붕스포츠>는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이준호 전 감독을 비롯한 '빙신(氷神)'들과 빙상연맹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을 예정입니다.(☞ 팟캐스트 바로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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