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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빙상연맹, 국대 출신 감독에게 '경고장' 입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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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빙상연맹, 국대 출신 감독에게 '경고장' 입단속?

[멘붕스포츠] 빙신(氷神)과의 대화 ① 이준호 전 감독

대한빙상경기연맹(이하 빙상연맹)이 한국 쇼트트랙의 문제를 지적한 전 국가대표 출신 지도자에게 '경고장'을 보냈다. 특히 소치올림픽에서 남자 대표팀의 성적이 저조할 것이라고 전망한데 대해 빙상연맹은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선수들의 사기에 지장을 주고 있다"며 실력 행사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출신 이준호 전 화성시청 감독은 26일 프레시안 팟캐스트 <멘붕스포츠>(진행자 이종훈 스포츠평론가)에 출연해 이 같이 밝히며, 관련 문건을 공개했다. (☞ 팟캐스트 바로 듣기)

이 전 감독은 1988년 캘거리동계올림픽 남자 3000m에서 금메달, 1992년 알베르빌동계올림픽 5000m 계주와 1000m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한국 쇼트트랙 1세대이다. 이후 프랑스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감독과 한국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를 역임했다.

▲ 빙상연맹이 지난 5일 이준호 전 감독에게 보낸 경고장. ⓒ이준호

빙상연맹은 지난 5일 이 전 감독에게 보낸 '빙상지도자 언론인터뷰 협조 요청 건'에서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인터뷰 등이 계속되고 있다며 "내용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면 연맹규정에 의거해 불가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점을 알린다"고 전했다.

"연맹규정에 의거한 대응"이란, 빙상연맹 소속 빙상지도자의 코치 자격을 제한 또는 박탈할 수 있다는 뜻이다.

빙상연맹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문제 삼은 언론 인터뷰는 모 언론사의 지난 1월 30일 자 기사이다.

이 전 감독은 기사에서 "(남자 대표팀) 역대 최악의 성적이 나올 수도 있다"며 "우리보다 안현수 한 명이 따는 메달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현수 선수는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남자 1000m, 500m, 5000m에서 각각 금메달과 1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남자 대표팀은 '노 메달'에 그쳤다.

빙상연맹은 특히 "온갖 추문으로 얼룩진" 연맹 측에 시정을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와 "안현수 귀화" 및 "진선유 은퇴"를 거론하며 빙상연맹에 반성을 촉구한 이 감독의 발언을 지적했다. 연맹 측은 기사 중 해당 부분에 빨간 줄을 그어 문건과 함께 첨부했다.

이 전 감독은 자신의 경기 결과 예측이 빗나가지 않았다며 남자 대표팀의 실력을 알고 있는 "빙상연맹도 비슷하게 예상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빙상연맹이 보낸 문건을 보고 압박감을 느꼈다"며 "국내에서 코치 활동을 할 수 없는 최고 수위의 징계를 받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 전 감독 외 실명이 거론된 다른 지도자들도 비슷한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 전 감독은 "기사가 발행된 후 (이들이)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빙상연맹에 쓴소리를 하며 문제를 공론화한 사람들에게 일종의 '협박'이 작용한 셈이다.

이 전 감독은 "빙상연맹이 국가대표 선수 선발전이나 선수 관리 및 처우 개선 등에 힘써야 하는데, 옳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공격자로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빅토르 안) 선수 인터뷰 모습. ⓒJTBC 화면 갈무리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안현수 사태'를 언급한 것에 대해 이 전 감독은 "현장 코치들은 (대통령의 발언으로 빙상계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사태의 당사자인 안현수 부자가 입을 열겠느냐"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안현수 선수가 지난 24일 JTBC 인터뷰에서 "지나간 일이고 그 후에 다시 문제 제기가 된다고 해서 내가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게 아니라"며 말을 흐린 것이 이 같은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전 감독은 또 러시아 귀화 후 스케이트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안 선수가 다시 문제의 중심에 서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감독은 "빙상계 파벌 논란은 올림픽이 개최되는 4년마다 반복되고 있다"며 코치들 사이에서는 "찍히면, 눈 밖에 나면 밥 먹고 살기 힘들다"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현직 선수 시절부터 이후 코치 생활까지 빙상연맹 몇몇 관계자의 줄 세우기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빙상연맹은 2006년과 2010년 같은 문제로 홍역을 치렀지만, 그해 열린 월드컵 분위기 속에 국민적 관심이 사라지자 책임을 지고 사퇴한 빙상연맹 관계자들이 슬그머니 복귀했다. 이 전 감독에 따르면, 이후 빙상연맹은 계파로 나뉘지 않고 "일통(一統)이 됐다". 논란이 됐던 파벌이 하나의 세력으로 정리됐다는 말이다.

표면상 파벌이 없다고 그동안 논란이 됐던 빙상연맹의 추문이 쇄신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경고장'과 같은 내부 입단속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감사원의 감사가 수박 겉핥기에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전 감독은 "감사가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빙상연맹이 보다 구체적인 개혁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빙상연맹의 개혁이 이번에도 보여주기에 그친다면, 모나리자의 미소를 덧씌운 모자이크 처리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 이종훈 스포츠평론가가 진행하는 <멘붕스포츠>는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이준호 전 감독을 비롯한 '빙신(氷神)'들과 빙상연맹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을 예정입니다.(☞ 팟캐스트 바로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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