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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삼평리에 박힌 말뚝, '송전탑' 공사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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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삼평리에 박힌 말뚝, '송전탑' 공사재개?

[언론네트워크] 철제말뚝 10여개 설치, 항의하는 주민들 채증까지…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1년 6개월동안 중단된 경북 청도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 공사장 주변에 말뚝 10여개를 매설하고 로프를 설치하자, 주민들이 "공사 재개" 의혹을 제기하고 "중단"을 촉구했다.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송전탑반대주민대책위원회와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39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청도 345kV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4~6일까지 사흘간 한국전력공사 하청업체 '동부건설'과 '서광이엔씨' 직원 10여명이 송전탑 공사장 주변에 말뚝 10여개를 박고 로프를 둘러쳤다고 11일 밝혔다. 지난 2012년 9월부터 공사가 중단된 이후 1년 6개월만에 다시 공사가 진행된 것이다.

▲청도 삼평리 '송전탑' 공사장 주변에 매설된 말뚝과 풀어진 로프. 그리고 '공사방해금지가처분' 고지문 ⓒ평화뉴스(김영화)

당시 주민들이 말뚝 매설 공사와 로프 연결에 항의하자 시공사 직원들은 "공사 재개를 앞두고 안전점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공사장 입구에 천막농성장을 설치하고 수년째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던 70~80대 주민들은 매설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시공사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시공사 직원들은 카메라로 주민 얼굴을 채증하며 1m 50cm 철제 말뚝 10여개를 매설하고 말뚝 위에 수십미터짜리 로프를 연결했다. 또 '공사방해금지가처분' 고시문 여러장도 공사장 입구와 주변에 설치했다. 현재는 주민들이 "통행 불편"을 이유로 대부분의 말뚝을 뽑고 로프도 푼 상태다.

이와 관련해 공동대책위는 11일 청도 풍각면 송서리에 있는 345kV 북경남 송전탑 공사 시공사 동부건설과 서광이엔씨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리한 채증으로 주민을 자극해 범법자로 몰아가는 한전과 시공사를 규탄한다"며 "대안 없는 송전탑 공사 재개 중단"을 촉구했다. 또 이들은 기자회견 후 시공사 담당자들과 면담을 가지기로 10일 약속했으나, 당일 시공사가 일방적으로 문을 걸어잠그고 연락을 받지 않아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때문에 이들은 30분간 사무실 입구에서 농성을 벌였다.

▲'청도 송전탑 공사 한전・동부건설・서광이엔씨 규탄 기자회견' ⓒ평화뉴스(김영화)

이은주 삼평1리 전 부녀회장은 "당시 공사장에는 연로한 할머니들 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전은 또 다시 시공사 직원들을 앞세워 폭력공사를 강행하려 한다"며 "우리와 대화나 어떤 타협, 대안도 없이 공사를 재개하려 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비겁한 수작을 당장 중단하라"고 말했다.

변홍철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밀양, 밀양에서 청도로 이어지는 송전탑 공사가 근본적으로 불법적인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마당에 청도 공사를 재개하는 것은 명분 없는 행위"라며 "무리한 채증과 공사 재개로 주민을 자극하지 말고 한전은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백창욱 대책위 공동대표는 "시공사 뒤에는 한전이, 한전 뒤에는 박근혜 정부가 있다"면서 "명분 없는 불법 송전탑 공사 재개는 결국 정부와 한전의 의지다.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저항하는 할머니들과 주민들의 뜻을 거스르는 송전탑 공사 재개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23호 송전탑 공사장 앞 주민들이 설치한 천막농성장 ⓒ평화뉴스(김영화)

그러나 윤태호 한전 대경개발지사 차장은 "단순 안전점검일 뿐 공사재개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윤 차장은 "지난 1년 6개월동안 공사가 중단돼 공사장 주변을 재점검하고, 공사장 구역을 확실히 하기 위해 작은 시공을 한 것 뿐"이라며 "현재로서는 본사 지시가 없기 때문에 공사 재개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오히려 매설 공사를 할 당시 시공사 직원들을 폭행한 것은 주민들"이라며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채증을 한 것이다. 업무방해행위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006년 한전 대구경북개발지사는 신고리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대도시로 송전하기 위해 경남과 경북에 각각 765kV, 345kV 전압 송전 16km 선로 연결 공사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삼평리에 22-24호기, 덕촌리에 25호기 등 모두 18개 철탑을 청도군 각북면에 건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전은 사업계획 발표 후 주민 10여명 의견만 수렴했으며, 이장과 면장 등 공무원들은 이 사실을 주민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또, 삼평1리 전 이장은 주민의견서도 위조해 제출했다. 주민들은 2011년 이장 등 7명을 대구지법에 고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고의성이 없다"며 전원 무혐의 처분했다.

▲1년 6개월동안 공사가 중단된 23호 송전탑 공사장 ⓒ평화뉴스(김영화)

한전은 또 2010년에는 주민 동의 없이 24호기 건설 부지를 변경했다. 그 결과 고압 송전선로가 주택과 농지를 가로지르게 됐다. 때문에 주민들은 "선로 변경"과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여 왔다. 삼평리에는 60대 이상 노령층이 대부분으로 현재도 할머니 20여명이 반대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22-24호기는 완공됐고 민가와 가까운 23호기는 주민 반대로 1년 6개월째 공사가 중단됐다.

때문에 한전은 지난해 주민 17명과 시민단체 활동가 6명 등 모두 23명을 상대로 '공사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지난달 "공사 차량, 중기, 인부 등의 교통로를 막는 것과 철탑부지 또는 진입로, 작업장에 출입하는 것 모두 공사방해행위"라며 "공사 방해 행위시 1명당 1일 2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주민들과 대책위는 "부당한 판결"이라며 "공사를 계속 막을 것"이라고 했다.

평화뉴스=프레시안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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