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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의사들마저 등 돌리면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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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의사들마저 등 돌리면 어디로…"

[현장] 전공의들은 왜 '의사 파업' 동참했나?

피부과 전공의인 김태한(27) 씨는 10일 레지던트 생활을 한 이후 처음으로 병원을 벗어났다. 한 달에 20일은 병원에서 밤을 새우고, 나머지 주말 10일은 병원 반경 2킬로미터에서 대기했다던 그는 이날 오전 회진을 마치고 '의사 집단 휴진'에 동참했다.

김 씨는 병원의 부대사업이 확장되고 영리 자회사가 허용되면 "환자에게 바른 진료를 못할 것 같아서 참여했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의사들에게 편법 진료를 강요한다"며 "의사가 화장품도 팔고 건강식품도 팔고 병원이 숙박업까지 하라는 게 정상이냐"고 했다.

원격 진료에 반대한다는 ㅅ병원 전공의 최영수(가명·31) 씨가 파업에 참여한 이유도 간단했다. "잘못됐잖아요." 최 씨는 "학교에서 시진, 촉진, 타진, 문진을 하라고 배웠고 그게 아니면 제대로 된 진료가 아니라고 배웠는데, 정부가 핸드폰으로 진료하라고 하니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스스로 부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돈 버는 거 말고 제대로 된 진료를 하고 싶어요"

10일 오후 서울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회관에는 전공의 1000여 명이 모였다. 회진을 돌고 의사 가운을 입은 채 참석한 전공의도 여럿 있었다. 2000년 의약분업 반대 파업 이후로 전공의들이 집단적으로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의 투자 활성화 대책이 '좋은 의사'가 되기 어렵게 만든다고 했다.

박미영(가명) 씨는 의대 졸업 후 이곳저곳에서 봉직의를 하다가 세상의 쓴 맛을 봤다. 그는 박리다매식으로 점 하나 빼는 데 1000원인 피부과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러다 "돈 버는 거 말고 진료를 하고 싶어서" 회의감을 느꼈다. 지금은 대학 병원으로 돌아가 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 차를 밟고 있다는 박 씨는 다른 전공의들에게 "(레지던트를 마치고) 밖에 나가서 장사치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 집단 휴진에 동참한 전공의들이 10일 서울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자유 발언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4년차 레지던트 최명의(가명·31) 씨는 "우리나라 시스템이 대기업과 자본의 지배 아래 들어가는 게 우려된다"며 "이게 의료 서비스에도 적용되려는 시발점이 원격 진료, 대기업 병원의 네트워크 분점 내기"라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 '영리 병원 전단계' 사무장 병원, 어떻게 돈을 버나?, 박근혜 정책, '의료 영리화'로 보는 이유는…)

"우리나라에는 개원의가 많고 의료 질도 높은데, SSM(네트워크 분점)이 들어선다고 해서 그들을 대체할 훌륭한 의사가 올까요? 네트워크 분점은 젊은 의사들을 고용하고 매뉴얼 진료를 강요할 것입니다. '주사 많이 써서 수익 많이 남겨라, 남기면 인센티브 주고 안 남기면 자르겠다.' 이게 머지않아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전공의)의 미래가 될 수도 있고요."

ㅅ병원 레지던트 2년차인 이석진(가명·31) 씨는 "자법인을 허용하면 주식 배당 등으로 병원 수익이 밖으로 나가고 병원의 영리 추구 경향이 심화될 것"이라며 "자법인 허용만으로 급격히 영리화되지 않아도 규제 완화의 다음 단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격 진료를 도입하면 "의사와 환자 관계가 우리 동네에 내 주민, 내 주치의가 못 된다"고 했다. 영리 자법인과 원격 진료(유헬스)가 결합할 수도 있다고 했다.

▲비영리 병원의 영리 자회사 병원 운영 방식. ⓒ프레시안
"의사가 자법인이 개발한 심박수나 혈당을 재는 기계를 만성질환자에게 권할 수도 있어요. 의사로서 나의 양심과 상관 없이 병원 정책에 따라 권유하는 거죠. 의사가 좋다고 하면 자식들이 부모에게 안 사줄 수가 없잖아요. 환자들은 의료비 부담이 늘겠죠."

이 씨는 "의료 정책의 제1목적은 '국민 건강 향상'이어야 한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영리 자회사나 원격 진료가 '국민 건강 향상'을 위한 것이라면 재검토하겠지만, 경제 논리에 따른 것이므로 우선순위가 뒤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적한 여러 과제 중 자본 진입 허용부터 가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지금은 규제를 풀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관련 기사 : 朴대통령 "규제는 암 덩어리, 쳐부술 원수")

최명의 씨는 "(의료를 수출한다는 정부 주장과는 달리) 의료는 내수용이라서 나라의 성장 동력이 못 된다. 미국조차 의료를 수출 못 한다"며 "이마트가 잘 된다고 부국강병되는 것도 아닌데 (정부가) 말도 안 되는 슬로건을 내걸어서 이 나라를 망치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 병원 전공의인 윤지영(가명) 씨는 "여기서 밀리면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의사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우리 집이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새누리당에 투표하는 집안인데, 내가 요즘 병원에서 강성 운동권으로 찍혔다"고 말했다. 윤 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에게 등을 돌리면 갈 데가 없다"고 말해 주변의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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