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통합신당, '은밀하게 위대하게' 행보하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통합신당, '은밀하게 위대하게' 행보하라

[주간 프레시안 뷰] '빠른 창당'이 승부처 아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현재 <프레시안 뷰>는 프레시안 조합원과 후원회원인 프레시앙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 외 구독을 원하는 분은 프레시안 협동조합에 가입하거나 유료 구독 신청(1개월 5000원)을 하면 됩니다.(☞ <프레시안 뷰> 보기)


통합신당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고 2017년 정권교체를 향해 순항해 갈까요? 제가 볼 때는 정말로 '두고 봐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참말로 '첩첩산중'일 것입니다.

일단 창당 선언 직후인 3월 2~4일 사이에 실시된 정당지지도 조사 결과를 보면, 통합신당 창당선언은 '꽤' 효과가 있다고 보입니다. 통합신당 지지율이 새누리당 지지율에 근접하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KBS-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는 새누리당 42.9% vs 통합신당 39.7%, 경향신문-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새누리당 39.3% vs 통합신당 29.8%,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새누리당 40.3% vs 통합신당 35.9%, 일요신문-조원씨앤아이 조사에서는 새누리당 43.3% vs 43.8%, 리서치뷰 조사에서는 새누리당 43.3% vs 통합신당 42.1%, 내일신문-디오피니언 조사에서는 새누리당 40.0% vs 통합신당 34.3%가 나왔습니다.

지난 2월 16일에 실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정당지지도 조사 때는 새누리당 40.2%, 새정치연합 20.2%, 민주당 17.3%였습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통합신당의 지지율은 대략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의 지지율을 합산한 것이 됩니다. '각자 홀로 있는 것보다는 나은 결과'를 얻은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정당지지율을 갖고 통합신당의 앞날을 낙관할 수는 없습니다. 지방선거만 해도 '아직' 3개월이 남아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역동적인 한국정치에서 3개월은 정말로 긴 시간일 수 있습니다. 창당과 공천, 캠페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또 새누리당이 통합신당의 행보에 박수를 쳐주거나 그저 지켜보고 있을 리도 만무합니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통합신당 창당에 우호적이지 않은 시각도 존재합니다. 정의당이 통합신당의 창당을 '낡은 것과 비겁함의 결합'이라는 식으로 논평한 것은 그런 시각을 대변한 것입니다.

▲ 3월 6일 자 <주간 프레시안 뷰>, 안철수 의원과 김한길 대표의 '제3지대 창당' 신당 발표 현장을 표지사진으로 실었다. ⓒ프레시안
여기서 잠시 정의당의 논평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 정의당의 논평을 보면서 무척 실망스러웠습니다. '협력과 견제'를 기조로 하는 논평이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통합신당 창당이 친야 성향 유권자들에게 '승리 전망'을 높여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런 점에서 기대에 부응한 측면이 있는 것이니까요. 정의당도 야당으로서 승리를 위해 통합을 바라는 친야 성향 유권자들의 마음을 존중하는 태도도 함께 보여줬어야 했다는 것이지요. 특히 정의당이 승리를 위한 다른 대안을 내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태임을 고려하면, 더욱 더 신중하게 논평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정의당은 그저 자신이 유일한 '새 정치' 세력이라고 호언했을 뿐이었습니다. 그 '자화자찬'에 수긍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었을는지,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진보정당에 대한 냉소가 더 커지는 것 아닌가 해서 말입니다.

정의당이 통합을 비판하려면 역설적으로 '큰 정당'의 풍모를 보여야 합니다. 중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올곧게 자기 갈 길을 가는 내면의 단단함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통합신당 창당으로 정의당은 새정치연합에게 내주었던 제3당 공간이 다시 열림으로써 이로워진 점도 있습니다. 따라서 성급하게 타당에 대한 비판 혹은 비판을 통한 차별성 확보를 위해 유일 '새 정치' 세력임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제3당 지위를 활용해 민생개선과 경제민주화를 진작시키는 실천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통합신당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우선 통합신당은 정의당과 같은 비판적 목소리에 귀를 기울어야 합니다. 마치 통합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그래서 승리를 보장할 것처럼 굴어서는 안 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김상곤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오거돈 부산시장 예비후보 등 통합신당이 내세울 경쟁력 있는 후보들마저 새누리당의 후보들에게 뒤지고 있는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봐야 합니다. 경향신문-한국리서치가 실시한 가상대결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정몽준 40.6% vs 박원순 36.9%, 남경필 35.1% vs 김상곤 22.8%, 서병수 33.4% vs 오거돈 24.4%로 나왔습니다(경향신문 2013년 3월 4일 자). 통합신당 창당은 물론 경쟁력 있다고 판단되는 후보로도 새누리당에게 승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입니다.

아마도 지난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받은 48%의 득표율이 야권결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대치'에 가까울 것입니다. 그 48%에는 정의당과 통합진보당 표까지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비박-중도' 유권자의 표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통합신당은 아직 40%대에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새누리당에 승리하려면 10%포인트 정도의 지지율을 더 끌어올려야 합니다.

도대체 무엇으로 10%포인트를 더 얻을 수 있을까요? 또 그 무엇을 과연 만들어낼 수는 있을까요? 냉정하게 말하자면, 30% 중후반대에 달하는 통합신당의 현 지지율이 통합신당이 받아낼 수 있는 최대치일 수 있습니다. 정의당을 비롯한 통합에 비판적인 세력 및 유권자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지 못하는 한 그러합니다. 그럼 어떻게 협력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새 정치'의 콘텐츠를 제시해야 합니다. 민생개선을 위한 구체적 행동을 통해 성과를 내야 합니다. 통합을 비판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봐도 그렇습니다. 통합신당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새 정치'의 콘텐츠와 민생개선을 위한 구체적 행동과 성과입니다. '새 정치'의 콘텐츠가 더 이상 기초단위 공천제 폐지 정도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그것으로는 '새 정치 대 낡은 정치'의 프레임이 먹히지 않습니다. 아무리 작다 해도 민생개선의 뚜렷한 성과가 없이는 '약속 지키는 정치 vs 거짓 정치'의 프레임도 소용이 없습니다. 정부 및 여당 심판론을 밑에 깔고 있는 이 프레임은 통합신당이 뭘 좀 해 놓은 게 있을 때 유효합니다.

통합 자체는 콘텐츠도 성과도 아닙니다. 그저 그릇이고 외투일 뿐입니다. 이미 새누리당이 이 허점을 치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새 정치=민생 개선'이라는 의미구성을 하고 나섰습니다. 여기에 높다 할 수는 없어도 박근혜 대통령은 '고정 지지층 + 야당 대비 상대적 긍정 평가층 + 심판 시기상조 판단층'에 힘입어 탄탄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박 대통령은 '새 정치'는 민생이 핵심 아니냐고 앞장서 규정하고 나섰습니다. 새누리당은 이를 배경으로 삼아 이미 중진차출론 등을 통해 정몽준, 김황식, 남경필 등 '거물급' 후보들로 내부 경선 흥행과 본선 승리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런 중에 통합신당이 언론에 노출시키고 있는 것은 여전히 창당 작업일 뿐입니다. 일정이 촉박하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빠른 창당이 승부처가 아닙니다. 창당 자체는 오히려 또 한 번의 컨벤션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 서둘지 않아도 됩니다. 공천 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루지 않고 신속하게 창당한다고 해도 창당 작업 자체가 주요한 정치 행보로 드러나게 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지분 논의는 물밑에서 진행해야 합니다. 지분 나누기 안하겠다는 거짓말로 면피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지분은 나누어야 합니다. 그것이 정당정치에서 통합의 기본입니다. 당연히 할 것을 안 하겠다고 하는 말에 누가 넘어가겠습니까. 직장 생활을 통해서도 지분 나누기가 이러 저러한 관계의 기본임을 알고 있는 국민들입니다.

어차피 할 것은 하되, 소리 나지 않게 해야 할 뿐입니다. 동시에 새 정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행동과 성과를 위한 실천으로 이목을 집중시켜야 합니다. 한마디로 말해, 통합신당은 '은밀하게 위대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새 정치 콘텐츠와 민생개선을 위한 행동과 성과는 정의당 등 통합에 비판적인 세력과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더욱 좋습니다. 가령 노회찬 전 의원 같은 긍정적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이 박원순 시장의 업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알릴뿐만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민생개선 실천을 수행할 수 있도록 또 다른 공간을 창출해주어야 합니다. 통합신당과 정의당 등이 시민들과 함께 하는 ‘민생 개선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범시민 기구’가 그 예일 것입니다. 그래야 통합신당이 갖고 있지 못한 지점, 즉 시민정치적 동력을 구비해갈 수 있습니다.
만약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통합신당은 다시금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것입니다. 통합신당이 그리 수를 두었습니다. 애초 예상과 달리 지방선거 이후가 아닌 이전에 야권재편 움직임을 선보임으로써, 지방선거에 명운을 걸어버린 것입니다. 후보 단일화는 물론 야당통합에 긍정적인 의견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 못한 상태였는데도 그리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실시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통합 찬성 의견은 40%대에 머물렀습니다. 국민들의 생각보다 일단 자신들의 존립이 더욱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위기를 벗어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큰 고난과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다만 자그마한 회생의 기회를 건져냈을 따름입니다. 이 기회를 살리려면 정말로 지혜로워야 합니다. 아무리 정치가 말로 하는 것이라고 해도, 공허한 말의 정치는 이제 삼가야 합니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대변이 아닙니다. 구체적 성과를 끌어오는 '책임'입니다. 남 탓도 아닙니다. 스스로 성과를 만들어내는 '실력'입니다. 통합신당은 이를 명심하고 행해야 합니다. 통합선언문에는 민생개선과 경제민주화가 핵심 내용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행동계획을 발표하고 행동에 착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세울 성과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리 보면 3개월은 아주 짧은 시간입니다. 성과 내기를 서둘러야 합니다. 진짜 서두를 일을 서두르는 영리함을 기대해봅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