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단독]유우성 신분 세탁?…검찰 '물타기' 나섰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단독]유우성 신분 세탁?…검찰 '물타기' 나섰나

"수사기관에 다 설명한 내용" 재탕…탈북자 비참한 삶 드러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 위조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검찰 등 사정기관 발(發)로 사건 피의자 유우성 씨의 '정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정기관이 출처라는 점에서 유우성 씨를 둘러싼 의혹을 부풀리는 등 검찰, 국정원 등 사정기관이 '물타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TV조선'은 4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인 유우성 씨의 새로운 행적이 드러났다"며 "한국에서의 정착 사실을 숨기고 영국에서 망명을 신청한 것인데 왜 그랬는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수 언론인 <세계일보>도 '4개국서 이중삼중 신분세탁…상황 따라 이름·생일·국적 바꿔', "'간첩혐의' 공무원 유우성 아리송한 정체" 등의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이 신문은 대부분 "검찰 등에 따르면", "검찰 등 사정기관에 따르면"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세계일보>는 "유우성 씨가 2008년 영국 정부에 망명을 신청한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당시 유 씨는 본인을 탈북자로 소개했고,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그간 알려지지 않은 '제3의 이름(조광일)'을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신문은 "유 씨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이름과 생일, 국적 등을 바꿔 사용했고, 이런 행적이 여러 가지 면에서 의심을 사고 있다"며 "이 때문에 검찰이 법원에 증거로 제시한 문서에 실제 '오류'가 있었는지와 별개로 유 씨의 '실체'가 무엇인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유 씨가 서류 위변조를 통해 여러 차례 신분세탁을 하는 등 수상한 움직임을 보여온 게 사실인데, 이런 상황에서 그를 의심치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니냐'며 '증거 위조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도 중요하지만 유 씨의 진짜 실체가 뭔지도 다시금 생각해 볼 여지도 많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 씨가 영국 망명 당시 가명을 썼고, 북한, 중국, 한국에서 사용한 이름이 바뀌었으며 생년 월일도 추후 바뀌었다는 점 등을 토대로 '간첩으로 의심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그대로 보도했다. 사상 초유의 증거 조작 파문에 휩싸인 검찰, 국정원 등 사정 기관이 일부 정황상 근거를 토대로 유 씨를 여전히 '간첩'으로 보고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그러나 유 씨는 1심 재판에서 간첩죄와 관련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2심에서는 국정원 측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위조 증거가 제출돼 정치 외교적 파장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유 씨는 <프레시안>에 메일을 보내 <세계일보> 등의 보도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TV조선'에도 해명 메일을 보냈지만 현재 유 씨의 반박 내용은 보도되지 않고 있다.


▲유우성 씨 ⓒ연합뉴스


오히려 드러난 탈북자의 비참한 삶, 유우성을 비난할 수 있을까?


유 씨는 영국에 망명 신청은 했지만, 망명을 하려 했던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며 탈북자 출신들의 비참한 삶을 그대로 증언했다.


유 씨는 "(한국에서 대학에 재학 중이던) 2007년 8월경 북경에 있는 대학교 교환 학생으로 중국에 갔다가 주민등록번호상 탈북자인 것을 중국 출입국에서 알고 비자를 주지 않아 강제로 한국으로 출국 당했다"며 "이후 대학교 고학년에 올라가며 영어수업을 필수로 들어야 하고 영어 시험을 통과해야만 졸업할 수가 있어 영어를 배우고자 영국에 갔다 온 것"이라고 말했다.


유 씨는 "한국에서는 영어 학원 등록금은 너무 비싸고 한 달 기초 생활 비용은 38만 원밖에 안 되어 학원 비용까지 충당하기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러한 어려움은 저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탈북 학생들이 다 똑같이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그래서 저는 여러 탈북 선배 지인으로부터 영국에 난민으로 가서 영어공부를 6개월에서 1년씩 배우고 오는 탈북 청년들 많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싼값에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비교적 망명 절차가 잘 돼 있는 영국에 망명 신청을 하는 '편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유 씨는 "2008년 1월경 종로에 있는 영어 유학원에 등록하고 그동안 모은 얼마 안 되는 돈을 가지고 영국으로 유학을 가게 됐다"며 "막상 영국 현지에 도착하고 나서 현지 탈북자 분과 함께 살며 월세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오랫동안 머물지 못했다. 난민(신청자)들을 상대로만 영어를 공짜를 가르쳐 주는 영어클래스가 있어서 영어를 배우기 위해 영국에 다른 탈북자들과 똑같이 난민 신청하고 난민 영어 반에서 공부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유 씨는 "영국 정부로부터 생활비용은 얼마 받지 못했다. 세차장에서 일하는 등 아르바이트를 한 돈을 모아 영어를 공부를 6개월 동안 하고 한국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는 이번 간첩 사건과 별도로 지난 2009년, 2010년 국가보안법 등 수사를 받던 당시 수사 기관에 모두 진술했던 내용들이다. 유 씨는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부분과 관련해 무혐의 처분(공소시효 만료)을 받았다.


<세계일보>가 유 씨와 관련해 유우성, 유가강, 유광일, 조광일 등, 네 개의 이름이 등장한다며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유 씨는 반박했다.


유 씨는 "유가강이라는 이름은 제가 북한에서 쓰던 중국 이름이었다. 북한에서는 유가강만 쓴 것은 아니고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는 유광일이라고도 불렸다. 한국에 들어오면서 바뀐 것이 아니고 옛날부터 북한에서 쓰던 이름이 유광일이다. 중국식 이름 유가강은 발음상 힘들어 친한 분들은 유광일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북한 정식 서류에는 모두 유가강으로 표기 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유 씨는 이어 "2004년 4월 대한민국에 입국하며 저는 북한에서 평상시 애용하던 유광일로 신고를 했다. 이러한 내용은 수사기관에서 2009년 ~2010년 조사받을 때 이미 다 말씀 드렸던 내용들"이라고 말했다.


영국 망명 신청 당시 조광일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과 관련해 유 씨는 "유광일로 한국에서 살면서 영국 유학 시기 난민을 신청하며 한국에서 쓰던 이름과 똑같이 신고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광일'로 신고해 영국에서 난민들에게 제공하는 '무료 영어 강좌'를 들을 수 있었다. 영국에 영어 배우러 간 탈북 청년은 제가 알고 있는 사람만 수십 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아주 잠깐 6개월 동안만 사용했던 이름은 조광일이며 수사 기관 조사 당시 이러한 어려운 사정을 다 말씀드렸고 진술서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유 씨는 "한국에 가족이 있고 돈이 있으면 그렇게 어렵게 영어유학을 가지 않았을 것이고 이름도 조광일로 난민을 신청할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름은 유우성이다. 유우성이라는 이름은 언제부터 사용했을까. 유 씨는 관련해 "2008년 말부터 2010년 7월까지 국정원, 경찰청,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2010년 3월경 가택수색도 당했고 전화도청도 수사기관에서 오랫동안 해온 것을 나중에 통보받았다"며 "그때 당시를 생각하면 정말 너무 힘들었고 저는 6개월 넘게 한 정신병원에서 우울증 치료도 받았다. 내 운명이 너무 안 좋다고 판단해 점집을 찾아다녔는데 이름이 안 좋다며 바꿔야 운수도 좋아지고 성공할 수 있다는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유우성으로 개명했다. 자신을 위장하고자 개명한 것이 아니다. 한국사회에서 한국인 이름으로 살고 싶은 마음에 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가 생년월일이 다르게 기재돼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유 씨는 "생일은 1980년 10월 26일이고 음력으로 1980년 9월 18일이다. 2004년 4월 대한민국 입국 당시 합심센터 수사기관에서 '한국에서는 주로 음력생일을 많이 쓴다'고 해 음력 생일을 말했더니 그게 주민등록증에 기재됐다. 그렇게 살다 대학교 졸업 시기에 법원에 제대로 된 양력 생일 10월 26일로 정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씨는 "저는 남북한은 언젠가는 통일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때가 되면 북한에서 받은 준 의사자격증 등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해 북한의 공식 서류에 기재된 양력 생일 10월 26일로 통일하자는 생각에 생년월일을 바로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유 씨는 해당 리포트를 작성한 'TV조선' 기자에게 "저는 'TV조선' 채널을 즐겨 보는 시청자로 항상 있는 사실 그대로 방송하는 공정한 방송사라고 믿고 있다"며 "저의 사건에 관심 가져주신 것에 고맙게 생각하나 사실은 왜곡하지 마시고 있는 그대로 보도해 주셨으면 감사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