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빈둥빈둥' 발언의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이 전 시장은 28일 오전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우회 모임인 '고경아카데미' 초청 특강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미가 잘못 전달된 것 같다. 내가 (과거 학생운동을 했던) 민주화 세력이 아니냐"고만 말했다. 전날의 발언이 민주화 운동 세력에 대한 폄하가 아니라는 해명이다. 그러면서도 이 전 시장은 발언의 진의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이 전 시장이 강조한 것은 당의 '화합'. 이 전 시장은 이날 특강에서 "자기 이익을 위해 당에 상처를 주고 국민에 걱정을 끼쳐서는 안 된다"면서 "다른 후보들도 저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우여곡절 끝에 당이 화합하고 정권교체를 하는 데 함께 할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손학규 전 지사 측의 반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시장은 전날 한 조찬 세미나 자리에서 "요즘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보면 70~80년대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인데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 남을 존중할 줄 모르는 사회이기 때문에 이렇게 시끄럽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우리당 "모독"…"퇴행적 역사의식"…"사과하라"
그러나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이 전 시장의 발언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그의 사과를 촉구했다.
우리당 김영춘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이 전 시장의 발언은 반독재 운동, 민주화 운동을 하고 민중의 권익향상을 위해 분투했던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라면서 "마땅히 이 전 시장이 사과하고 반성해야 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명박 전 시장이) 돈은 많이 벌었을지 모르지만 가난한 철학, 얄팍한 의식을 드러냈다"면서 "남은 10개월 동안 국민적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송영길 사무총장도 "70~80년대에 빈둥거리고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는 건 한나라당"이라고 비판했다.
민병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이 전 시장의 발언은 그의 퇴행적 역사의식을 여과 없이 보여 준 것"이라면서 "그의 역사의식은 독재정권과 정경유착에 대한 향수로 가득 차 있는 것"이라고 몰아쳤다.
민 의원은 "(이 전 시장은) 우리 사회를 독재정권에 송두리째 봉헌하려는 것은 아닌지, 전국에 수많은 일해공원을 만들려는 것은 아닌지, 박정희표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며 역사를 퇴행시키려 하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80년 '서울의 봄'과 광주 민주화운동, 그리고 87년 6월항쟁에 함께 했던 넥타이부대 등 모든 세대와 함께 이명박 전 시장의 사과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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