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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줄푸세의 군사적 집행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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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줄푸세의 군사적 집행 착수?

[주간 프레시안 뷰] 경제민주화, 확인 사살 당하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현재 <프레시안 뷰>는 프레시안 조합원과 후원회원인 프레시앙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 외 구독을 원하는 분은 프레시안 협동조합에 가입하거나 유료 구독 신청(1개월 5000원)을 하면 됩니다.(☞ <프레시안 뷰> 보기)


또다시 줄푸세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본령인 '줄푸세'를 군사작전 식으로 집행하겠다는 겁니다. 관심 있는 분은 담화문 원문을 보시기 바랍니다.

(☞ [전문] 박 대통령 '경제혁신 3개년계획 담화문')

기획재정부가 배포한 아래 표는 주요 내용을 망라하고 있습니다.

그럴듯합니다. 혁신경제구축은 김대중 정부 시절처럼 3년간 4조 원을 투입해 또 한 번 벤처붐을 일으키겠다는 것이고, 내수수출 균형 부문의 '가계부채 비율 5%포인트 인하', '상가권리금 보호' 등은 핵심을 찔렀을 뿐만 아니라 솔깃하기까지 합니다. 무엇보다도 수출대기업 위주의 성장에 한계가 왔다는 점을 인식한 건 적절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대통령이 이 '3대 핵심 전략' 어디에서나 강조한 가장 중요한 어휘는 이 표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바로 '규제완화'('규제개혁'이라고 표현)입니다. 규제완화만큼 이번 계획의 핵심을 보여주는 낱말은 없습니다. 규제완화는, 또 한 번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신비의 묘약으로 등장했죠.

다시 한 번 '줄푸세'입니다. 달라진 것은 이번엔 '474'("잠재성장률을 4%대로 끌어올리고 고용률 70%를 달성하며,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을 넘어 '4만 불 시대'로 가는 초석을 놓겠다")라는 목표를 확실히 세우고 아버지 박정희 식 '계획'의 방법으로, 즉 군사적으로 실천하고 말겠다는 의지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 표정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프레시안(최형락)

민영화의 가속화

첫 번째의 '공공부문 개혁'은 곧, 민영화의 다른 이름입니다. 공공부문의 비효율성, 부패를 강조해 광범위한 분노를 유발하고 그에 기초해서 민영화를 실행하겠다는 거죠. 박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공공부문의 "비정상적인 관행과 낮은 생산성"의 사례를 열거하고 나서 이를 "(개혁하기) 위해 조직 안팎으로 경쟁원리를 과감하게 도입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경쟁원리 도입=민영화 공식은 '기업 분할과 자회사 신설'입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수서발 KTX와 같은 기업분할, 자회사 신설 사례를 항만 등 다른 공공부문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다만 "여전히 공공부문에 남기 때문에 민영화와는 다르다"고 사족을 붙였죠.

그의 말 그대로 수서발 KTX는 네트워크산업(전기·가스·우편·철도·수도) 민영화의 전범이 될 겁니다. 일단 돈이 되는 알짜배기 부분을 분리해서(기업 분할과 자회사) 공기업 내 경쟁체제를 만듭니다. 그리고 훗날 특정 시점에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 이 자회사를 시장(네트워크 산업의 자산규모로 봐서 사실상 재벌과 외국 자본)으로 넘기면 민영화가 완성되는 겁니다.

그 이유는 "방만한 경영의 결과인 공기업 부채"가 될 겁니다. 대통령이 공언한 부채비율 200%를 맞추려면 상당한 자산을 팔아야 하죠. 최근에는 동서발전이 채 짓지도 않은 화력발전소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하는 웃지 못 할 일까지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이런 민영화도 철도가 미리 보여주었습니다. 민간자본으로 건설한 인천공항철도가 천문학적 적자를 거듭 내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코레일이 인수했지만, 어느덧 이윤을 내기 시작하자 코레일은 공항철도를 시장에 내놓기로 했습니다. 인천공항철도는 이번 담화문 뒤에 올 두 번째 단계의 전범이 될 겁니다.

의료민영화도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원격진료와 영리 자회사 설립에 반대하던 의사협회는 정부의 수가 인상을 기대하면서 슬쩍 목소리를 낮춘 바 있죠. 박 대통령은 한결 자신감을 얻은 모양입니다. 이번엔 경제자유구역에 세우는 영리의료법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경제자유구역 내 투자개방형 병원 규제를 합리화”한다는 건 현재의 외국인 의사 비율 10% 이상, 외국인 투자비율 50% 이상이라는 규제를 푼다는 겁니다. 즉, 영리병원을 세우고 싶으면 약간의 외국인 투자(현재 30%를 검토 중)와 외국인 의사만 갖추면 마음대로 세울 수 있게 한다는 거죠. 사실상 ‘영리병원 완전 자유화’입니다. 우리나라에는 경제자유구역이 각 도에 여덟 군데나 되거든요.

경제자유구역은 한미 FTA에서 미래유보의 예외에 속합니다. 미래유보란 언제든지 규제를 다시 도입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지만 경제자유구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즉, 이번에 경제자유구역에서 푼 영리의료법인 자유화는 한미 FTA를 폐기하지 않는 한 되돌릴 수 없는 거죠.

이런 식의 민영화·규제완화를 보건의료, 교육, 금융, 관광, 소프트웨어 등 5대 유망서비스업에서 일제히 진행하겠다는 겁니다. 기획재정부는 20년 묵은 숙원을 드디어 풀었고 한국 공공서비스부문에는 조종이 울렸습니다.

가계부채는 줄어들까?

특히 제 관심을 끈 것은 세 번째 전략 '내수와 수출의 균형 성장'입니다. 드디어 내수 확대에 눈을 돌렸으니 말입니다. 박 대통령은 "내수와 수출, 제조업과 서비스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 등 모든 부문이 균형 있게 성장해서 그 결실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합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훌륭한 인식입니다. 나아가서 "내수기반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소비를 짓누르고 있는 가계부채와 전세 값 상승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라고 말할 때는 박수를 치고 싶었습니다.

가계 빚이 이미 1000조 원을 넘었고, 그 절반이 제2금융권 빚일 만큼 그 내용도 악화됐으니까요.

(☞ 한국 경제 '가계 빚 1000조원 시대' 진입)


하지만 바로 그 다음에 박 대통령은 "전세 값 상승도 잡아내겠"다며 주택매매 활성화를 위한 각종 부동산 규제완화를 열거하고 주택구입자금 지원을 강화한다고 밝혔습니다. 즉, 여전히 "돈 빌려 집 사라"라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거죠.

정부의 관련 장관회의에선 가격대비대출비율(LTV)와 소득대비부채비율(DTI)를 '현실화'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왔고 부동산 업계에선 '부동산시장의 마지막 대못'을 빼는 거라는 환호성이 일었습니다. LTV와 DTI란 돈을 빌릴 때 집의 가치와 소득에 비교해서 지나치게 많은 돈을 대출하지 못하도록 한 금융규제입니다. 덕분에 우리 부동산 거품이 그래도 덜 부풀어 올랐고 지난 금융위기 때 타격도 한결 덜 했죠. 신현송 현 프린스턴대학 교수가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경제보좌관으로 있을 때 LTV를 전 세계에 자랑한 적도 있죠.

박 대통령의 의도는 물론 이것까지 풀어서 돈을 더 빌릴 수 있게 하겠다는 겁니다. 기획재정부는 검토 중이라고 얘기했습니다만, 부동산 경기가 생각만큼 끓어오르지 않으면 손을 대겠죠. 일단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빚지고서라도 너도나도 집을 사려 할 겁니다.

그럼 가계부채는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늘어날 겁니다. 2012년 말 가계부채비율이 급증한 것도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 때문이었으니까요. 즉, 이러 저러한 가계부채 경감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 하나만으로도 가계부채는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아니, 이런 정책을 고수하다가는 가계파산에 의한 금융위기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의 확인 사살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가 이미 끝났다는 사실을 재확인했습니다. '기초가 튼튼한 경제'의 두 번째 항목인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에서 박 대통령은 "지난해에 하도급업자와 가맹점주 등 경제적 약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법안들이 역대 어느 때보다도 많이 입법화되어서 공정거래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고 "이제 중요한 것은 이것을 확실히 정착시켜 현장에서 변화가 체감되도록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대선공약과 국정과제에 담긴 경제민주화 관련 주요 입법과제 21건 중 지난 1년간 국회를 통과한 건 10건(48%)입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신규 순환출자 금지,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 등이 대표적인 법안들입니다.

하지만 법안만 통과됐을 뿐, 애초 공약내용 중 일부만 담기거나, 예외사유를 너무 광범위하게 인정해 실효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일례로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경우, 적용 제외 사유와 조건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설정해 총수가 있는 43개 재벌의 1519개 계열사 중에서 확실한 규제대상은 100여 개(6.5%)에 불과합니다.

(☞ 쏙 들어간 경제민주화…지배구조개선 등 일부 법안만 입법 마쳐)


그런데도 박 대통령이 보기에는 이미 "공정거래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거죠.

복지는 '기초가 튼튼한 경제'의 세 번째 항목,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에서 그 흔적만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특수형태 업무종사자는 물론 자영업자와 예술가, 일용근로자까지 고용보험 대상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하지만 그 이외의 복지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나오지 않습니다. 복지는 대통령이 원하는 내수확대의 핵심 중 하나인데도 말입니다.

보수 언론이 '백화점식'이라고 표현할 만큼 많은 정책이 제시됐지만, 결국 단기적으로 부동산 경기부양, 중기적으로 규제완화와 민영화에 의한 투자촉진이 이번 계획의 핵심입니다. 바로 '줄푸세의 군사적 집행'입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만으로도 이미 제 분량을 넘어버렸네요. 매주 희망찬 소식 한 가지는 전해 드리겠다고 했는데, 이번 주엔 우리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여론조사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한 여론조사(두잇서베이, 조사 방식은 기사 참조)에 따르면 응답자의 56.9%가 다시 태어난다면 우리나라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는군요. 그 이유가 참으로 우리 사회의 현재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도한 경쟁, 치열한 입시, 스펙 쌓기가 1·2·3위랍니다. 경쟁에 찌들어 나라가 싫어질 정도가 됐는데, 박 대통령은 공공부문에도 경쟁을 도입하겠다고 호언하고 있는 거죠. 참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국민 57%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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