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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창조 경제', 똥 귀한 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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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창조 경제', 똥 귀한 줄 알아라!

[초록發光] 친환경 에너지 타운의 창조적 혁신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출범 1주년을 맞아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에 관한 담화문을 발표하였다. 이 3개년 계획이 잠재 성장률 4%와 고용률 70% 달성, 1인당 국민 소득 4만 불 시대 초석 마련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의 성장 중심 계획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몇 가지 과거와 다른 점은 눈에 띈다.

공정하지 못한 시장 경제 개혁, 지속 가능한 성장 토대 마련이나 사회 안전망 확충이 강조되고 있는 점은 과거 경제 계획에서는 언급되고 있지 않은 내용이었다. 경제 성장에 필요한 사회적 토대 마련을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역동적인 혁신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창조 경제 내용에서는 혁신적인 것이 무엇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 벤처 생태계 조성은 김대중 정부 시절의 정책을 재연하는 듯하고 융합 산업도 이미 이전 정부에서 강조되었던 사업이다. 특히 기후·환경·에너지 분야 사업으로 제시된 '친환경 에너지 타운' 조성은 이전의 그린 빌리지, 저탄소 녹색 마을 조성 사업을 떠올리게 한다. 더구나 '친환경 에너지 타운'은 소각장, 매립지 등 기피 시설을 '친환경 에너지 타운'으로 조성한다는 내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소개되어 재생 가능 에너지 설비 확대를 중심으로 한 과거의 녹색 마을 조성 사업보다 오히려 후퇴한 내용을 보이고 있다.

담화문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기후·환경·에너지 등 범세계적인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은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기회이다. 그러나 이런 기회를 활용하는 방안의 대표적인 사업이 소각장과 매립지를 활용한 '친환경 에너지 타운' 조성 사업이어야 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혁신과 창조의 깃발을 이왕 내세운 김에 아직 국내에는 존재하지 않는 에너지 독립, 에너지 자립의 혁신 마을 조성을 내세웠으면 어떠했을까.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마을과 이웃한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할 수 있어 에너지 외부 의존을 거의 0이 되게 하는 그런 에너지 혁신 마을. 그것도 기술 혁신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마을 조성 과정에 혁신적 방법이 활용될 수 있도록 말이다. 즉, "국민 개개인에 잠재된 상상력과 창의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창조 경제 목표에 부합하도록 마을 조성 기획 및 실행 단계, 에너지 혁신 마을에 필요한 기술 설비 선택 과정에까지 마을 주민들 참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이런 에너지 자립 마을 조성 사업이 범세계적인 문제인 기후, 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선제적 대응을 가능하게 하면서 동시에 경제 활성화를 결과할 수 있음은 널리 알려진 국외 에너지 자립 마을 사례들이 잘 보여준다. 독일 연방 정부와 지역 대학의 지원으로 마을과 인근에서 획득할 수 있는 바이오 에너지 자원을 이용해서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전기와 열을 100% 생산하고 있는 윤데 마을이 대표적인 예이다. 가축의 똥오줌과 바이오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면서 윤데 마을은 60% 이산화탄소 감축과 동시에 전기 판매 수입, 설비 관리 관련 일자리 창출 등의 성과를 보았다.


독일 연방 환경부에서 지원하는 100% 재생 가능 에너지 마을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사례로 보고되고 있는 빌트폴츠리드 마을도 유사한 결과를 보여준다. 마을 주민들 출자로 설치된 풍력과 태양광 설비, 바이오가스 설비로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게 되면서 마을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며 연간 500만 유로의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이들 수입이 주민들에게로 돌아가면서 주민들의 소비가 높아지게 되었고 이는 마을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마을과 인근 지역에 존재하는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석유 에너지 수입으로 인한 외부 지출이 줄어들고 마을에 설치된 설비에서 생산되는 에너지 판매로 마을은 새로운 수입원을 갖게 된다. 마을이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에너지 자립 마을 조성 사업은 정부의 창조경제 모델에도 잘 부합된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재생 가능 에너지 설비들이 주축이 되는 에너지 자립 마을 조성 사업은 기술적 특성이나 규모의 특성으로 인해 주민 참여 형태로 진행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윤데 마을의 경우, 바이오 가스 설비를 선정하는 기술 선정에서도 주민들이 참여하게 하여 설비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수용성을 높였다고 한다. 핵발전소와 달리 고도의 전문 지식을 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민들은 바이오 설비를 두고 충분히 검토할 수 있었던 것이다. 빌트폴츠리드의 경우 주민 참여는 풍력, 태양광 설비에 주민들이 직접 출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물론 에너지 생산을 어떤 설비를 통해서 할 것인가에 대한 초기 마을 비전을 논의하는데도 주민들이 참여했던 것은 물론이다. 출자 주민들은 설비 운영 과정에도 참여하면서 지속적으로 에너지 자립과 연관된 다양한 창조적 아이디어를 제기하고 있었다.

이런 재생 가능 에너지 설비에 대한 주민 투자는 영국의 '마을 기반 에너지(community based energy)' 확대 사업에도 도입되었다. 이런 주민 참여형의 에너지 자립 마을 조성 사업은 창조 경제가 또한 지향하는 "국민 개개인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사업 모델이기도 하다.

창조란 새로운 물질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과 함께 새로운 것을 만들어냄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미 일부 활용되고 있는 소각장, 매립지 에너지 활용에 기반을 둔 친환경 에너지 타운을 넘어 지역과 마을 단위에서 새로운 생산 영역을 만들어낼 수 있게 하고 동시에 마을 주민들의 상상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에너지 자립 혁신 마을 조성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창조 경제 실현이 아닐까.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햇빛 협동조합 결성, 마을 절전소 운동과 지역에 맞는 재생 가능 에너지 관련 적정 기술 개발 노력 등 시민들이 현재 보여주고 있는 상상력과 창의력, 참여 의지에 기반을 둔 에너지 타운 조성 계획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주민 참여형 에너지 자립 마을 조성 사업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바로 가기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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