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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로 인한 재보궐선거, 정당이 국고 손실 메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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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로 인한 재보궐선거, 정당이 국고 손실 메워야

[시민정치시평] '정당공천 책임제' 입법화해야

민주노총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월 현재 노조의 파업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과 위자료 청구 규모가 무려 1000억 원을 넘어섰다. 구체적으로는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현대자동차 등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액이 대략 1129억 원이고, 노동조합이나 노조원 개인 명의의 재산을 대상으로 사측이 가압류한 금액도 168억 원대에 달한다. 이처럼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노동삼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은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손해배상 소송에 가로막혀 있다. 법과 원칙을 명분으로 손배소, 가압류, 중징계를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가리지 않고 노조에 들이미는 자본과 정부의 압력은 무자비하다.

그렇다면, 정당과 정치인의 부패와 비리에 따른 국고의 손실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의 법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엄격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이번 지방자치 민선 5기(2010~2014년) 동안 전국 230개 기초 단체장 가운데 임기 중 기소된 단체장은 전체의 41%인 94명이며, 대법원의 유죄판결을 받은 단체장도 29명이나 되었다.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민선 5기 동안 지금까지 총 29회의 재·보궐 선거가 치러졌다. 그중 질병 등 사망은 단 한 차례뿐이었고, 대부분은 선거법 위반과 부정부패 관련(76%)이거나 총선출마로 인한 사직(21%)이었다.

재·보궐 선거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다. 그에 따른 행정 공백과 해당 유권자들의 정치적 혐오감의 증대는 물론이고 경제적 손실 역시 막대하다. 17·18대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21명이 '당선 무효'가 되었고 다른 법 위반으로 6명이 피선거권을 잃었다. 이들 때문에 280억 원가량의 혈세가 재·보궐선거 비용으로 낭비됐다. 국회의원과 지방선거 당선자의 당선 무효나 사퇴 등으로 선거를 다시 치르는 데 쓰인 돈이 2000년 이후 1800억 원을 넘었다. 재정 여건이 넉넉지 않은 지방정부의 입장에서 재·보궐선거 비용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예를 들어 2013년 4.24 가평군수 및 가평 선거구 도의원 선출을 위한 재·보궐선거의 비용은 총 13억 6000만 원이 소요되었는데, 그중 가평군이 부담한 11억 3000만 원은 그해 가평군 예비비의 40%에 해당하는 큰 액수였다. 허망한 일은 이렇게 뽑힌 군수마저 불과 6개월 만에 경쟁후보를 매수한 혐의로 다시 구속(2013년 10월 15일)되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는 이런 지역도 있다. 전북 임실군은 민선 자치시대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명의 군수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모두 중도 탈락하였다. 민선 1기 군수는 금품수수 의혹이 일자 자진사퇴하였고, 2기에서 5기까지의 군수들은 모두 뇌물 수수로 당선 무효를 선고받았다.

혈세 낭비를 막고, 책임 정치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당이 공천한 후보의 부패와 비리로 인해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경우 원인 제공자인 개인이나 소속 정당에 선거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정당공천 책임제'가 하루빨리 도입돼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구상은 필자 개인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아니라 정부의 제법 오랜 제안이자 주요 정당의 공약이었다. 2010년 12월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고건)는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당선자(후보자) 과실로 인한 재·보궐선거 시 선거비용을 원인자에게 부담하는 '정당공천 책임관리제'를 제안하였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통령 선거 공약 중 정당 개혁의 일환으로 부정부패로 인한 재·보궐 발생 시 원인 제공자에게 선거비용 전액을 부담시키겠다고 약속하였다.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위원장 박재창)도 같은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2013년 7월 4일).

필자의 정당공천 책임제는 그 책임을 당사자 개인이 아니라 공적 기구인 정당에 묻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제안과 차이가 있다. 정당에 소속된 후보자나 당선자의 부정부패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경우 해당 정당은 부실한 공천 검증과 사후 관리의 책임을 지고, 해당 선거 비용의 절반 또는 전액을 부담하여야 한다.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정말 그럴까? 아니다. 왜냐하면, 올해 일 분기에만 새누리당(44억 원)과 민주당(40억 원)은 정치발전과 선거 공영제를 명분으로 수십억 원의 국가보조금을 지급받았기 때문이다. 억울하기로 따지자면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까지의 손배소 앞에 내몰린 노동자이지 비리 정치인을 공천한 정당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정치학자로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반대한다. 어쨌든 그것은 이제 국회의 일이 됐다.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든 유지되든 다음의 두 가지를 먼저 또는 함께 실천하지 않는다면 국회는 직무유기를 하는 셈이다. 첫 번째는 부정부패로 인한 재·보궐 선거 발생 시 원인 제공자의 소속 정당이 선거 비용을 부담하는 '정당공천 책임제'의 입법화이다. 둘째는 광역이든 기초든 현재 여성의원의 90%를 충원해온 합법적 채널인 비례대표제도의 존속 방안이다. 이러한 방안을 먼저 고민하지 않고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참신하고 능력 있는 여성 정치인들의 성장을 두려워하고 있는, 즉 잠재적 경쟁자들의 싹을 자르려는 '남성 정치인'들의 불순한 저의가 숨어 있고 암묵 속의 카르텔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혹을 피할 길이 없다.

주요 정당들에 6.4 지방선거 이전에 '정당공천 책임제'의 입법화와 지방선거에서 여성후보 50% 공천을 실천할 것을 강력히 주문하고 싶다. 책임 정치와 여성 정치야말로 무릇 모든 정치 개혁과 새 정치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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