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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사멸의 길' 걷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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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사멸의 길' 걷나

[주간 프레시안 뷰] '국민 삶'보다 '국회의원 삶' 바꾸는 게 우선?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현재 <프레시안 뷰>는 프레시안 조합원과 후원회원인 프레시앙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 외 구독을 원하는 분은 프레시안 협동조합에 가입하거나 유료 구독 신청(1개월 5000원)을 하면 됩니다. (☞ <프레시안 뷰> 보기)

민주당은 과연 혁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제1야당다운 면모를 선보이며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고, 20대 총선과 19대 대선 승리를 위한 디딤돌을 놓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혁신에 실패해 영국의 자유당이나 일본의 사회당처럼 집권의 경험과 제1야당의 지위를 보유한 정치의 주역이었으면서도 결국 사멸의 길을 걸었던 정당들의 전철을 밟을까요?

2월 20일 오전 국회에서 제가 소장으로 있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이인영 국회의원실과 공동주최로 민주당의 위기와 혁신에 관련한 토론회를 가졌습니다. 대선 패배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신당(새정치연합)의 도전이 거세지면서 제1야당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이 약화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중에 김한길 당 대표의 주도로 혁신을 논하고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별다른 감동을 선사하고 있지 못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번 <주간 프레시안 뷰>에서는 민주당의 문제를 오늘 토론회에서 제가 발제한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볼까 합니다.

전 서두에서 '민주당이 혁신에 실패하고 사멸의 길을 걷는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물음이 너무 과한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위기이긴 해도 사멸을 거론할 정도는 아니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저도 얼마 전까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고, 호남 지역과 민주화 세대라는 강고한 지지기반을 보유한 국회의석 126석의 거대정당이기 때문입니다. 제1야당의 진보성 강화를 명분으로 민주당으로 들어가 주요 당직을 맡은 한 정치인이 "민주당이 내 뜻대로 금방 바꿀 수 있는 만만한 정당이 아닌 것 같다"고 토로하는 것을 들었을 때에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자기 나름의 색깔을 갖고 엄혹한 정치 현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보유한 정당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2월 16~17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실시한 민주당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정말 사멸의 길을 걸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지요. 뭔가 좋아질 조짐을 전혀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위기라는 말조차 한가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위기를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는 말이라고 할 때, 민주당은 기회를 갖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 23일 발표되는 민주당 3차 혁신안의 주 내용은 '상향식 공천'을 골자로 하는 정치개혁안이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그럼, 그 이유를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민주당은 정당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여러 가지 요소, 즉 정당 이미지·호감도·역할 수행·리더십 등에 대한 평가에서 그야말로 '꽝'인 것으로 나왔습니다.

우선, 정당이미지를 보겠습니다. 아래의 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민주당은 정당이미지와 관련한 모든 항목에서 초라한 형색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18대 대선 직후인 2013년 1월의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비추어 볼 때, 가뜩이나 새누리당에 비해 부정적이었던 정당 이미지가 더욱 더 악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당이미지의 악화에 이어 호감도에서도 '싫다'는 부정평가 71.7%로, '좋다'는 긍정평가 23.8%에 비해 47.9%포인트나 높게 나왔습니다. '싫다'는 응답은 전 지역과 계층에 걸쳐 높게 나타났는데, 특히 눈여겨볼 것은 '이전에 좋았지만 지금은 싫다'는 응답이 민주당 핵심 공략층인 호남(52.5%), 40대(48.0%), 대재 이상의 고학력자(43.2%), 화이트칼라(48.3%), 원적지 전라(47.1%), 진보층(45.7%) 등을 중심으로 높게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 수행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낙제점을 받았습니다. 무려 국민 10명 중 8명(84%)이 민주당은 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민주당의 야당 역할에 대한 부정적 평가 이유는 '대안 없이 반대만 한다' 50.6% > '어려운 서민을 잘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19.6% > '박근혜 정부 견제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14.6% 순으로 나왔습니다.

당 대표로 총화되는 정당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부정적입니다. 김한길 대표 직무수행 평가 역시 '잘하고 있다' 긍정 평가 34.0%,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 60.5%로 부정평가가 26.5%p포인트 높게 나왔습니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청래 의원이 지도부 교체와 조기 전당대회 실시를 주장하는 데에 이유가 있다고 볼만한 상황인 것입니다.


저는 당 대표 직무수행 평가가 비단 김한길 대표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의 리더십 문제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현직 대표에게 가해진 것이라고 봅니다. 이전 조사결과들을 볼 때, 민주당의 정당 이미지와 제1야당의 역할 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상당 기간 다수를 차지해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김한길 대표는 그간의 부정적 평가를 긍정적인 것으로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완화시키지 못했다는 것에 책임을 져야겠지요.

정당 이미지, 호감도, 역할수행, 리더십 등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주를 이루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즉, 민주당이 안고 있는 '최대 문제점'을 무엇으로 보고 있을까요? '뚜렷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 응답이 32.0%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계파 간 갈등' 16.2%, '당의 구심점이 될 정치인이 없다'15.6%, '이념적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다' 15.2%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정책과 비전, 갈등 관리 역량, 리더(십), 이념적 정체성 등은 정당 활동의 필수적 요소들입니다. 민주당은 바로 정상적이고 원활한 정당 활동을 위해 보유하고 있어야 할 요소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한 정당인 셈인 것입니다. 이쯤 되면 민주당이 도대체 어떻게 126석을 차지하고 있는지가 의아할 정도입니다.

한편, '뚜렷한 정책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서울(38.8%), 남성(34.2%), 대재이상 학력층(35.8%), 화이트칼라(36.9%)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습니다. 이들 역시 민주당의 핵심 공략층입니다. 정책과 비전의 미약함이 민주당의 최대 문제점이라는 것은 민주당 정책수행 평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잘한다고 생각하는 정책분야가 없다'가 26.2%로 가장 높게 나온 것입니다. 민주당이 '잘못하고 있다'는 정책분야로는 '경제분야'가 24.2%로 가장 높게 나왔으며, '지역균형발전' 16.9%, '남북관계' 15.6%, '복지'13.2%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지역균형발전, 남북관계, 복지 등 모두 민주당이 선점했던 의제들이었고 주도한 정책들이었습니다. 민주당은 자신의 무기를 잃어버린 상태, 즉 '무장해제'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도대체 어디서 활로를 찾아내야 할까요? 즉, 민주당 혁신의 방향과 과제는 무엇일까요? 혁신을 해낼 수 있는지 없는지를 차지하더라도 혁신의 방향과 과제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려면 국민들이 민주당 혁신에 필요한 것을 무엇으로 보고 있는지 살펴봐야 하겠지요.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역시 무엇보다도 ‘민생중심의 정책 강화’(41.5%)를 꼽았습니다. 그 뒤를 이어 폭넓은 인재영입(21.6%), 당내 계파정치 해소(17.0%), 진보정체성 강화(9.9%), 중도노선의 강화(6.5%)를 들었습니다.

앞서 김한길 대표의 주도 하에 제시한 민주당 혁신안, 즉 국회의원 특권 포기를 중심으로 한 정치혁신안이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조사 결과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국민들이 우선 원하고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토론회에서 김갑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가 지적했듯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내 삶을 바꿔 달라'라는 것인데, 민주당은 정치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국회의원의 삶을 바꾸는 일'을 우선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2월 6일 발행된 <주간 프레시안 뷰>에서도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정치원리와 제도 혹은 규칙을 지키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들의 삶을 지키는 정치를 아직도 펼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특정 개별 정당으로서의 민주당에 대해 호오(好惡)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방송과 언론 지면에서 말과 글로 민주당을 자주 비판하고, 잘해야 한다는 주문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을 특별히 미워해서도 혹은 좋아해서도 아닙니다. 제가 민주당을 비판하고 독려하는 것은 민주당이 한국 정치의 발전과 퇴보에 막대한 책임을 갖고 있는 제1야당이기 때문입니다. '정치학도'의 입장에서도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국민의 입장에서도 민주당은 이리저리 살펴보고 논해야만 하는 대상인 것입니다. 오늘의 이 글도 그러한 선상에 서 있습니다.

겨울에서 봄 사이, 당장의 지방선거 때문에도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위해서라도 민주당이 정말 제1야당다운 정당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지, 그렇지 못하면 이제 대한민국 국민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점점 더 깊어지는 요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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