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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 참사 후속 대책이 '신입생 환영행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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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 참사 후속 대책이 '신입생 환영행사' 금지?

[편집국에서] '위험공화국', 근본 성찰이 필요하다

이런 얘기 나올 줄 알았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참사 사고를 계기로 정부가 대학교 학생회 주최의 신입생 환영회 금지를 추진한다고 한다. 이재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총괄조정관은 19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협의해 학교와 관계없이 학생회 단독으로 진행하는 오리엔테이션 등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보통 신입생 대상 오리엔테이션은 학교 측에서 주최하는 2일 정도의 학교 생활 및 학사 안내 행사가 이뤄지고 학생회 주최의 환영회가 1박 2일 정도 열린다.

이번 참사에서 학생회에 전혀 책임이 없다고는 못 할 것이다. 학생회는 행사가 열리는 장소의 안전 문제를 충분히 점검해야 했다. 그런데 이건 ‘학생회’이기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니다. 아무리 학교가 주최를 했더라도 안전 점검이 미흡했으면 똑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번 사고를 거대 기업이 짓고 운영하는 리조트 시설의 안전 불감증 문제, 폭설에도 불구하고 시설물 안전 관리에 치밀하지 못 했던 관계 당국의 책임이 분명한데도 이렇게 ‘학생회라서 문제’라는 식으로 나오면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어디 이런 참사가 한두 번이었나. 2011년 7월 춘천 마적산 산사태로 대학생 10명 등 13명이 숨졌다. 대학생들은 과학체험 봉사활동을 위해 해당 지역을 방문 중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생의 봉사활동을 금지시키지 않는다. 2013년 7월에는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던 고등학생 5명이 숨졌다. 비인가 사설 캠프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이런 저런 명목의 수련회 시설이 버젓이 운영 중이다.

학생들과 관련된 가장 흔한 사고가 ‘수학여행 버스 참사’다. 거의 매년 일어나지만 “중고등학교의 수학여행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1999년 경기도 화성의 한 수련시설에서 불이 나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500여 명 중 19명, 교사 4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었다. 그 당시 피해를 키웠던 원인으로 지목됐던 것은 무허가 콘테이너 가건물이었지 단체 수련회를 금지 시키지 않았다.

‘학생회 단독 행사 금지’ 발상에는 대학생들을 여전히 미성년 상태로 보는 시각이 깔려 있는 것 아닌가 한다. 혹시 그런 것이라면 그런 시각에도 일리는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학원 뺑뺑이에 과외 등 입시 교육에만 시달리던 아이들이 대학에 합격했다고 갑자기 성년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게 우리나라 학생들의 현실이라면 인정하겠다.

그게 아니면 ‘학생회’라는 이름이 무조건 싫은 건 아닌가. 등록금 좀 올리려면 학생회가 시비를 걸고, 학생회는 운동권들의 의식화 통로라는 편견에 여전히 갇혀 있는 것은 아닌가.

▲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 현장에 18일 안경과 신발이 남겨져 있다. ⓒ연합뉴스


이제 막 입시에서 해방돼 인생을 펼칠 꿈을 꿀 찰나, 꽃다운 나이의 학생들이 하늘로 갔다. 우리 모두 애통하고 비통하고 참담해야 한다. 그리고 모두가 책임을 느껴야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진지하게 성찰하며 사고의 본질을 들여다봐야 한다. 저마다의 입장에 끼워 맞춰서 아전인수 격으로 이번 참사를 이용하고자 하는 무리가 없기를 바란다.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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