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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4월 방한, 정말 환영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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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4월 방한, 정말 환영할 일인가?

[정욱식 칼럼] 한미일 삼각동맹보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4월 아시아 순방국에 한국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당초 한국이 제외될 것으로 알려져 서운한 기색이 역력했던 박근혜 정부도 즉각 환영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오바마의 방한은 환영할 일만은 아니다. 방한의 대가로 요구하는 선물이 한국에겐 자해적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13일 존 케리 국무장관이 방한 보따리로 풀어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근 한국에 대한 미국의 관심사는 크게 세 가지이다. 하나는 대북 압박 공조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한반도 통일 문제이며, 끝으로는 한일 관계 개선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를 관통하는 목표는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이다.

미국은 최근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 고위급 접촉 등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에 대해서 겉으로는 환영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오바마 행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이 그동안 공들여온 대북 압박 구도에 균열을 낼 수 있고, 무엇보다도 북한의 위협을 근거로 추구해온 한미일 삼각동맹 추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여긴다.

▲ 존 케리(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3일 저녁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3층 국제회의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케리 장관이 윤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가교’를 놓고 싶은 오바마, ‘가치’를 강조하는 이유

오바마 행정부는 1기 출범 직후인 2009년에 대북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한미일 3자 관계 강화로 삼은 바 있다. 당시 주일미군 사령관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을 두고 한미일 삼각동맹을 추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한 것은 미국의 의도를 잘 보여주었다.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가 ‘아시아로의 복귀’, 혹은 ‘재균형(rebalancing)’ 전략 천명 이후에 이러한 기류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이후 새삼스럽게 부각되고 있는 한반도 통일 문제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사실상 흡수통일을 추구하자 이를 근거로 한일 관계 강화를 강하게 주문한 바 있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일본의 우려를 씻고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한일 군사협력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논리였다. 미국과 일본의 힘을 업으면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MB도 이에 적극 호응했다. MB의 흡수통일론이 미·일 동맹에게 이용당한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도 이러한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것이 남북한의 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과정이 누락된 채, ‘김정은 정권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에 기초하고 있다면 말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한일관계에 대해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한일 양국은 미국의 핵심적인 동맹국들이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이라고 덧붙인다. 미국이 MB에 이어 박근혜의 통일론을 지지하는 속셈도 여기에 있다. 한반도 통일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이러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한미일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우리가 자주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동맹은 근본적으로 ‘공동의 적’을 상정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명시적인 적은 북한이고, 잠재적인 적은 중국이다. 그런데 군사적 위협만 강조해서는 한국인의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쩍 강조하고 있는 것이 바로 ‘가치’이다.

미국의 의도는 분명하다. 양자화된 한미동맹과 미·일 동맹에 한일 군사협력이라는 가교를 놓아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가려고 한다. 존 케리에 이어 오바마가 서울에 오려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미국의 이러한 의도가 쉽게 관철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이 한국을 미·일 동맹에 끌어들이려고 할수록 중국이 한국을 잡아당기려는 힘도 강해진다. 또한 여전히 불확실성은 있지만 남북관계가 좋아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아베의 일본’의 우경화 행보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아베 신조 총리가 말하는 ‘정상국가’나 ‘강한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토대로 한 것이 아니라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는 데에 그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두 달이 남았다

그렇다면 한미일 삼각동맹을 향한 미국의 질주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만약 박근혜 정부가 전범의 손자이나 우경화의 아이콘인 아베와 손을 잡고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간다면 국내 정치적 기반은 송두리째 흔들릴 것이다. 국익을 위해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겠다면 위대한 지도자로 재평가될 수 있겠지만, 삼각동맹은 대한민국 국익에도 치명적인 위험을 잉태시키게 된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대안적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 대안적 가능성의 핵심은 바로 남북관계에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2008년 대선 공약이나 2009년 집권 직후와 달리 한미일 삼각동맹을 최우선 순위로 삼고 대북 강경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데에는 북한의 도발적 언행 못지않게 MB 정부의 대북강경책과 흡수통일론이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오바마 방한까지 두 달여가 남은 만큼, 이 사이에 남북관계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때마침 북한도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남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잘 치르고 다음 의제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금강산 관광재개에 합의하면 중요한 발판을 만들 수 있다. 5․24 조치의 전향적인 해제도 추진할 때가 됐다.

이렇게 해서 오바마의 생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의 불안을 이유로 한미일 삼각동맹을 추진하는 것보다 동북아 평화안보체제라는 6자회담의 합의 사항의 추진을 통해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미국도 좋고 모두에게 좋은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의 공유를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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