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19살이 된, 막내딸 너굴의 최종 학력은 초졸이다.”
<쫄지 마, 학교 밖으로! : 막내딸과 함께한 거침없는 대안교육 에세이>(송경호 지음, 세창미디어 펴냄)의 뒤쪽 표지에 적힌 문구는 도발적이다. 학생 자녀를 둔 부모 입장에선 눈길이 오래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디어오늘> 등 ‘비주류 언론인’으로 오랜 시간을 보냈으며 현재 지역 문화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 송경호가 제도교육 바깥에서 성장한 막내딸과 그것을 지켜보며 격려했던 가족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은 책이다. 대체 대안교육이 뭔지, 왜 제도권 학교 이외의 길은 불안과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렸는지에 대해 거침없는 고백이 이어진다.
‘이 주의 조합원’으로 저자 송경호를 인터뷰하기로 한 건 온갖 특수고등학교에 대한 막연한 판타지와 또 실제로 그 길을 택한 이들이 감당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 등이, ‘언론협동조합’이라는 초유의 길을 선택한 <프레시안>의 고민과 맞닿아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둘의 공통점이 보인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던 큰딸은 일반 고등학교를 1년 정도 다니면서, 그곳 관악부에서 악기를 연주하다 방향을 틀어서 예고에 편입한 경우다. 사실 예고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아주 어릴 때부터 음악을 전공했던 이들인데, 송경호 조합원의 큰딸의 경우는 예고에 들어가고 나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최우수 연주자로 뽑히는 등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자신이 좋아하는 바를 일찍 깨닫고 그것이 가능할까 아닐까를 두고 고민하고 불안해하며 시간을 보내지 않고 빠르게 삶의 행로를 틀었다는 점에서, 그의 두 딸은 모두 과감하고 대담하게 모험을 받아들였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사실 궁금했다. 아무리 ‘진보적’인 부모라 할지라도, 자식의 인생을 결정하는 문제 앞에선 늘 주저하고 현실 순응적이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책 속에 드러난 송경호 조합원의 모습은 “아직은 먹고사는 일로부터 자유로운 10대 아이에게는 집안 살림살이와 무관하게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학교 밖으로 나올 경우 무엇을 어떻게 할지 천천히 따져보기로 했다.”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책에도 좀 썼는데, 제가 기본적으로 학교를 무지 싫어한다.(웃음) 고등학생 때도 1년에 7, 80일은 결석할 정도였으니, 내 아이들에게도 무엇이 되어야만 한다고 바라는 기대는 품지 않았다. 좋아하면 좋아하는 대로 그냥 가는 거다, 라고 생각했다. 제 부모님도 그랬다. 고등학교까지는 졸업시켜 주지만, 대학교는 네가 가고 싶으면 가고 원치 않으면 가지 마라, 대신 그 이후부터는 재워주고 먹여주는 것밖에 못하니 나머지 일상은 네가 알아서 꾸려라, 그렇게 가르치셨다. 어쨌든 아이들의 의견을 기본적으로 존중하는 게 중요하고, 너굴(막내딸의 책 속 별명)이 대안교육과 로드스쿨러를 택하면서 그걸 함께 해결하는 과정에서 제가 오히려 더 많이 배운 측면이 있다.”
<쫄지 마, 학교 밖으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보다 제도권 바깥의 교육을 택한 막내딸이 외로움을 극복하는 과정에 대한 가감 없는 고백이다. 대안학교 내의 분위기에 잘 적응하지 못했고, 이후 평생교육원이나 도서관, 하자센터, 청소년수련관 등에서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선택해가는 과정에서 또래 친구를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상황을 예민한 10대가 잘 견뎌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송경호 조합원은 “학교 내 네트워크라는 게 지금 현실에선 통속적, 세속적 차원에서 많이들 생각하는데… 그런 문화가 상당히 뒤틀려있으니 아이들이 많이 아파할 수밖에 없다”면서, “혼자 지내니까 또래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한계가 분명 있고, 고립된 섬 같으니 바람직해 보이진 않지만” 그게 크나큰 독이나 상처가 되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차피 누구나 살면서 감내해야 할 부분이었고, 막내딸은 그것을 조금 일찍 겪었기 때문에 스스로 고독을 치유하는 방법을 배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막내딸이 변산공동체에서 한 달씩 머물며 그곳에서 만난 또래들과 비슷한 고민을 주고받을 수 있었던 경험 역시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그는 현재 대안교육의 또 다른 방향에 대해 모색을 하고 있다. 처가가 위치한 제주도에서 학교 밖으로 나온 아이들의 고민을 언제든 컨설팅해주거나 코디네이트할 수 있는 센터 개념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도모 중이라고 했다. 이미 제주도에 내려가 있는 예술가들이나 뜻 있는 친구들과 두 달에 한 번씩 만나 얘기를 진행 중이란다.
“아직까지 대안학교가 현실적 여건상 고비용의 학비를 낼 수밖에 없는데, 그런 비용을 감수하기 힘든 아이들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쫄지 마, 학교 밖으로!>을 읽으면서 크게 공감한 부분은, 대안교육이든 협동조합이든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면서, 스스로 권리와 책임을 동시에 지는 쪽을 선택하면서 나아가야 하는 현재진행형 과정이라는 점이다. <프레시안> 역시 협동조합으로 전환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송경호 조합원이 딸의 성장을 함께 아파하고 근심하고 기뻐하면서 배워나갔던 그 마음을 너무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프레시안>의 대의원이기도 한 송경호 조합원은 웃으면서 “<프레시안>이 너무 점잔빼고 있는데, 대의원들을 귀찮게 하고 괴롭히고 위기의식을 끊임없이 불러일으켜야 한다. 긴박해야 물 한 바가지라도 들고 다들 뛰어와서 도울 게 아닌가”라고 한 마디 했다.
<프레시안> 창간 초기부터 열독자였으며 특히 주말마다 발행되는 ‘프레시안 books’를 좋아하고 이 지면에서 소개되는 책들의 6, 70퍼센트는 구입한다는 그는, “메이저 언론의 논조에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재정적인 안정까지 거머쥘 수 있는 성공적인 사례가 없지만,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이 그 첫 번째 사례가 될 수 있어야 한다”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우리 모두, ‘쫄지 말고’ 전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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