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택공사(이하 주공)가 또다시 정부의 주택정책에 대해 반기를 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주공은 지난달 31일 발표된 주택정책(1.31 대책) 중 비축용 임대주택 공급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비치면서 국회의 관련 상임위원들을 상대로 로비전을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주공은 지난해 말에도 정부와 여당에서 새로운 주택공급 방식으로 긍정적으로 검토되던 환매조건부 주택분양 방식보다 한나라당에서 당론으로 채택한 대지임대부 주택분양 방식에 더 많은 애착을 보여 정부 내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은 바 있다.
12일 주공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등에 따르면, 주공 고위 임원들은 지난 주 며칠 동안 국회 건교위의 일부 위원들을 잇따라 만나면서 1.31 대책에 포함된 '비축용 임대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건교위의 한 관계자는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지난 주 주공 관계자들이 의원실로 찾아와 비축용 임대주택 공급 사업을 한국토지공사(토공)도 할 수 있도록 한 1.31 대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을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국회 건교위의 관계자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토공이나 주공 모두 일각에서 제기되는 조직 통합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는데, 이번 1.31 대책에서 토공에 주택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것을 계기로 주공이 더욱 자극을 받은 것 같다"며 주공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주공의 한 관계자는 "지난 주 일부 임원들이 국회 건교위 위원들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 자리에서 비축용 임대주택 공급방안 등 정부 정책에 대한 주공의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안다"면서 사실상 주공이 국회 건교위 위원들을 상대로 '로비전'을 펼친 점을 시인했다.
한편 주공노동조합도 이같은 '로비전'에 동참하고 있다. 주공 노조는 최근 '비축용 임대주택 건설 관련 검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작성해 국회 건교위의 일부 위원들에게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주공이 작성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 이 보고서는 비축용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매우 비판적인 시각에서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주공노조의 이상훈 정책실장은 이 보고서의 내용과 관련해 "주택사업을 해보지 않은 토공에게 주택사업권을 주면 그에 따른 인력 훈련이나 조직개편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면서 "또한 주택 공급을 전담하고 있는 주공과의 업무 중복도 발생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이어 "그러나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임대주택을 확대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고, 다만, 국회 건교위 위원들이 관련 법안을 심사할 때 도움을 주기 위한 차원에서 주공 노조의 입장을 정리해 보고서를 돌린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1.31 대책에서 오는 2017년까지 비축용 임대주택을 매년 5만 가구씩 총 50만 가구를 건설해 공급키로 하면서 이 사업의 시행자로 토공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지난 주 이 사업 시행을 위해 주택법과 임대주택법 개정안을 의원입법 형태로 국회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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