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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임대부 주택분양' 놓고 토공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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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임대부 주택분양' 놓고 토공 속앓이

토공-주공 통합논의에서 주도권 상실 우려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반값 아파트 법안'의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 방식을 놓고 한국토지공사가 속앓이하고 있다. 토지공사는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보고서를 작성해 놓고도 공식 발표를 하지 못하고 있다.
  
  토지공사 측은 이에 대해 "괜한 정치적 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토지공사의 속앓이가 간단치 않다.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은 내년쯤 가시화 될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합 논의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토공, '대지 임대부 주택분양' 비판 보고서 만들고도 발표 못해
  
  <조선일보>는 15일 "토공, '반값 아파트' 정면 비판"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조선>은 최근 사설에서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 방식을 주택공급제도에 있어서의 '혁명'이라고 규정했다. <조선>의 이 기사는 토공 산하 국토도시연구원의 한 보고서를 근거로 작성됐다.
  
  '주택 공영개발의 이론적·경험적 검토'란 제목의 이 보고서는 '대지 임대부 주택분양'에 대해 △막대한 재정부담 △기존 주택가격 상승 가능성 △전세보다 불리한 제도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집값 안정에도 별다른 실효성이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조선>은 보도했다.
  
  <조선>은 이 기사에서 "주택공사와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제시한 '반값 아파트(토지임대부 분양주택)' 방안에 대해 토지공사 연구소가 이를 비판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면서 마치 토공이 최근에 이 보고서를 내놓은 것처럼 소개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소 차이가 있다.
  
  이 보고서는 이미 지난 3~4월경에 작성되기 시작했고, 토공의 공식 보고서라고 보기도 힘들다는 것이 토공의 공식 입장이다. 토지공사의 한 관계자는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요즘처럼 민감한 시기에 왜 오해를 부를 만한 보고서를 내놓겠느냐"면서 "예전에 만들어진 한 연구원의 개인적 연구결과물이 토지공사의 공식 입장인 것처럼 보도돼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보고서는 지난 5월 서울시장 선거 전후의 시기에 작성됐지만, 토공은 이 보고서가 "정치적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이유로 토공의 공식 보고서로 채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홍준표 의원에 대해 중립을 지켜야 할 공기업인 토공이 반대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는 것이다.
  
  '대지 임대부 주택분양'에 대한 주공의 행보
  
  그러나 토공이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 방식을 다룬 보고서를 작성해 놓고도 공식 보고서로 채택하지 않는 등 이 분양 방식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데에는 좀 더 복잡한 사정이 있는 듯하다.
  
  이는 주택공사가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에 대해 취하고 있는 행보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주공은 이 방식에 대해 연일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홍준표 의원만큼 주공도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의 전파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한행수 주공 사장은 지난 13일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도 필요하다고 보며 내년에 일부 지역에서 이를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이 조만간 현실화되는 것으로 시장에서는 해석돼, 주공의 부사장이 그날 곧바로 청와대로 불려가 한 사장의 발언 경위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정부 차원에서 결정되지 않은 사안을 주공이 나서서 언론에 흘리고 다니면 되느냐는 게 청와대의 질책 내용이었다.
  
  주공은 하루 뒤인 14일에도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 방식을 채택해도 사업자에게는 순이익이 남는다"는 내용이 담긴 '공영개발 확대와 토지 및 주택공급 방식의 다양화'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재정난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 방식에 대한 비판론에 대한 정면 반박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처럼 주공은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 방식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반면, 토공은 이 방식에 대해 비판적인 보고서를 작성해 놓고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는 묘한 분위기를 주공과 토공 간의 통합 논의와 연결 지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토공의 남모를 속앓이
  
  주공과 토공 간의 통합 문제는 이미 홍준표 의원이 '반값 아파트' 법안과 함께 지난달에 관련 법안을 발의해 놓은 단계에 이르러 있다.
  
  물론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은 이달 초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조직 통합에 따른 갈등과 마찰을 우려해 통합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두 기관 통합 문제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의 대선 주자로 나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지난 7일 "두 기관을 기능적으로 합쳐도 될 것"이라며 두 기관 통합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 내에서도 수 차례 두 기관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홍준표 의원은 아예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두 기관을 반드시 통합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홍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땅장사를 통해 부동산 가격 급등의 주범이 된 토공은 주공과 최대한 빨리 통합돼야 한다"면서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인수위가 결성되자마자 통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 속에서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 방식에 대해 주공이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고 있는 것은 두 기관 통합에 있어 주도권을 주공이 쥐기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닌 듯하다.
  
  토지는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인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 방식이 채택돼 확산될 경우 주택을 지을 권한이 없는 토공의 역할은 상당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토공이 주공에 흡수통합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컨대 토공으로서는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다. 조직을 건사하려면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 방식에 대해 공세적 입장을 취해야 하지만, 그럴 경우 주공으로의 흡수통합이 싫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 것이란 사실을 토공도 잘 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토공 측은 "내년 초까지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 방식을 포함해 여러가지 새로운 주택공급 방식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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