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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향좌? 우향우?…한나라 대선전략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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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향좌? 우향우?…한나라 대선전략 갑론을박

"친북좌파 숙주 될 텐가" vs "보수 강화는 착시현상"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신의 이념 성향을 중도라고 답한 응답자가 36.9%로 가장 많았다. 2002년 대선 직전 '진보'(41.1%)가 가장 많았던 것과 비교해 유권자 이념성향이 크게 바뀐 것으로 파악됐다.
  
  이 늘어난 '중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한나라당이 골머리를 앓기 시작했다. 한 쪽에선 당과 후보의 정체성을 중도로 옮기자고 한다. 반면 다른 한쪽은 오히려 보수 노선을 분명히 함으로써 중도층 유권자들을 더욱 보수화시키자고 한다.
  
  저마다 '중도의 대표주자'를 자임하고 있지만 대선 주자들도 이런 기준에서 확연히 차별된다. 손학규 전 지사는 '빅3' 가운데 제일 '왼쪽'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명박 전 시장은 정체성 및 이념 논쟁 자체를 아예 무시하는 투다. 박 전 대표는 집요하게 이에 대한 시비를 건다. '보수 정체성'은 박 전 대표에게 전가의 보도나 다름없다.
  
  "중도의 덫에 빠져들면 대선 패배"
  
  31일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가 주최한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대선전략'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는 그야말로 갑론을박이었다.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인 유석춘 연세대 교수는 "중도의 덫에 빠져들 때 한나라당은 보수가 시대의 대세인 상황에서도 다시금 정권을 탈환하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의 정체성을 온건 중도로 수렴해 나갈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 중간층을 우파의 스펙트럼으로 흡인해나가는 방식이 더욱 효과적"이라며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좌 클릭 이동'하는 방식은 정통우파로서의 정체성을 희석시켜 정체성 혼란을 겪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정통 우파적인 이슈 선점과 확산을 통해 여론의 분포곡선 자체를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는 방법은 기존의 중간 세력들을 우파로 흡수해 새로운 우파적 지지층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파적 가치와 이념을 확산시키는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한발 나아가 한나라당 내 개혁파 진영을 '열린우리당 2중대 세력'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척결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이들이 이렇게 활개를 치고 있는데 대체 여기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킨다는 한나라당이냐 아니면 친북좌파의 숙주가 된 또 하나의 열린우리당이냐"고 맹공을 가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의 이념에 반하는 인물이 대통령후보 경선의 장을 당 정체성을 훼손하기 위한 선전의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며 "이런 맥락에서 고진화 의원은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당의 이념에 배치된다면 스스로 한나라당을 떠나라"고 탈당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도 "한나라당의 고 아무개 의원의 성향은 민노당 의원보다도 지독한 편"이라며 "정당에는 이런 저런 의원이 있기 마련이지만 한나라당의 경우는 정도가 심하다"고 가세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보수층을 잃어버리면 궤멸한다는 게 엄연한 진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 대권 후보들이 중도를 유혹하기 위한 달콤한 말을 해도 보수를 옹호하는 발언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며 "보수층은 이제 '트로이의 목마'는 오세훈 서울시장 하나로 충분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파괴하고 북핵 개발에 돈을 대는 것은 반역인데, 이 반역을 심판하고 정통성과 정체성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후보를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주소"라고 개탄했다.
  
  이 교수는 "한나라당은 보수 유권자들이 당연히 한나라당을 지지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유권자의 최소한 20%는 되는 보수층의 인내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보수 유권자들은 보수 정체성을 상실한 한나라당을 버릴 준비가 돼 있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성공한 지도자는 근본주의자가 아니라 실용주의자"
  
  반면 이명박계의 박형준 의원은 "민족, 국가, 계급, 종교, 이념 등의 정체성이 완화되고 유연화 되는 뚜렷한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 오늘의 시대적 흐름"이라고 공세를 피해갔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에 들어온 이후 나는 우파 내에서도 근본주의의 뿌리가 깊다는 것을 알고 새삼 놀랐다"며 "한나라당의 문화 속에는 과거의 일사불란함과 단일한 색깔에 대한 추억이 폭넓게 자리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그는 "근본주의의 특징은 강한 정체성을 내세우고, 도덕적 규율을 앞세우며 이념적 순수성을 강조하지만 우리의 정치를 생산적으로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그는 "이념과 정체성 문제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국가경영능력을 어떻게 발휘할 것인가가 집권을 바라는 정당과 세력에게 더 중요하다"며 "역사적으로 성공한 지도자들은 자기 확신에 가득찬 근본주의자들이 아니라 상황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실용주의자들이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어 "대선에서 무리하게 갈라치기 전략을 쓰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고 중도층의 이탈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며 "중도층의 지지를 지속시키기 위해선 '나는 보수주의자'라는 것을 반복해서 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실용주의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김형준 국민대 교수는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 '보수가 강화되고 있다'는 주장은 일종의 착시현상"이라며 "보수가 강화된 것이 아니라 진보가 급락하면서 마치 보수가 강화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합리적인 보수로 탈바꿈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대북 및 안보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북한 핵실험 이후 한나라당 일부에서 제기한 국지전을 감수하더라도 PSI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어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북한이 핵을 폐기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런 시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보수가 강화되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중도를 선점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지혜를 보여야 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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