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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야권 연대'에서 '탈핵 정치 연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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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묻지마 '야권 연대'에서 '탈핵 정치 연대'로

[초록發光] 시험대에 오른 탈핵 정치와 지방 선거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치러지는 6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선거구제 등 게임의 룰을 둘러싼 여야 간의 지루한 공방과 실체가 뿌연 안철수 신당 창당 관련 소식이 언론 지면을 도배하고 있다.

집권당으로서 중간 평가를 피하고 싶은 새누리당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민주당이나 진보 정당, 혹은 안철수 신당이 제기하는 이번 지방 선거의 의미나 핵심적인 비전이 잘 보이질 않는다. 어쩌면, 시끄럽게 떠들고 있지만, 들리는 메시지가 없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혁신의 대상들을 모아 '새 정치'를 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불통이 '더 불통'을 호통하는 것이나, 과거의 언어로 '과거의 꿈'을 유권자들에게 훈육하려는 듯한 모습에 사람들은 지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좋은 정치인의 덕목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의 말을 잘 듣는 것이다. 고리 핵발전소의 잦은 고장과 뿌리 깊은 핵발전 비리, 밀양 송전탑을 둘러싼 부조리한 현실, 도시 에너지 소비자와 핵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 간의 부정의 문제, 세금과 전기료로 자기 배 살찌우는 핵 산업계와 고사 직전의 재생 가능 에너지 산업계, 다양한 현안 속에서 먹고사는 문제의 근간이 되는 에너지를 정의롭게 바라보는 유권자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대변하는 정치 세력은 여전히 미약하다. 이번 지방 선거는 식상할 뿐만 아니라 몰가치적인 '묻지마 야권 연대'를 넘어, 가치 중심의 '탈핵 정치 연대'로 진화해야 한다.

도쿄 도지사 선거와 일본의 탈핵 정치

탈핵 정치의 현재 관점에서 보면, 6월의 지방 선거보다 이웃 나라 일본의 도쿄 도지사 선거가 더욱 흥미롭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일본 대중에게 인기가 높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탈 원전'을 기치로 호소카와 모리히로 후보와 연대하고, 아베 정권의 핵발전소 재가동 정책 반대를 행동에 옮겼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기자 회견을 통해 '탈 원전'에 대해 "국가 전체에서 결정할 이야기로, 도쿄가 결정할 정책 과제가 아니다"라며 긴장한 모습이다. (☞관련 기사 : 일본의 힘…칠순 노인의 '미래를 위한 연대')

고이즈미 전 총리와 연대한 호소카와 후보는 '탈 원전'의 구체적인 공약으로 세계 1위의 에너지 절약 도시 도쿄, 재생 가능 에너지 선진 도시 도쿄, 중소기업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도쿄 전력 개혁',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기 위한 '도쿄 에너지 전략 회의(가칭)' 창설 등을 제시했다. 에너지 절약과 재생 가능 에너지 확산으로 도쿄도의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겠다는 구상으로 탈핵을 위한 정책 방향은 정확히 세웠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현재의 공약만 놓고 봤을 때, 추상적이고 원칙적 수준이라는 한계가 엿보인다.

한편,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일본 사민당과 공산당의 지지를 받고 있는 우쓰노미야 겐지(67) 전 일본 변호사연합회장은 호소카와 후보보다 더욱 구체적인 탈핵 정책을 내세우며 도쿄 도지사 선거에 나섰다. 우쓰노미야 후보는 "원전 사고 피해자의 지원, 핵발전소 재가동, 핵발전소 수출 금지, 탈핵 도시 도쿄 실현" 등을 선언했다. 구체적인 정책으로 도쿄도에 대피해 있는 6000명 이상의 피난민 적극 지원, 후쿠시마 핵 사고에 따른 재산, 신체, 정신적 피해에 대한 도쿄전력의 배상, 도쿄전력의 파탄 처리와 국유화, 탈핵 도시 선언과 도쿄전력의 경영 방침을 탈핵으로 전환, 자연 에너지 촉진과 에너지 절약 촉진 조례, 자연 에너지 지붕 대여 사업, 핵발전소 한기 분 소비 절감(절전소), 방사능 식품 안전 규제 등을 제시했다. 호소카와 후보에 비해 탈핵의 비전과 정책 수단이 매우 구체적이다. 서울시의 핵발전소 하나 줄이기 정책과 흡사한 절전소, 핵발전소 수출 금지, 도쿄전력의 피해 배상과 국유화 정책 등이 눈에 띤다. 일본 도쿄 도지사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이미 일본의 탈핵 정치는 이번 보궐 선거로 전면에 등장했다.

6·4 지방 선거는 탈핵 정치의 시험대

핵 카르텔에 비하면 아직까지 그 힘이 미약하지만, 우리나라에도 탈핵 정치인들이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전국 45개 기초단체장들이 '탈핵-에너지 전환을 위한 도시 선언'을 하고, 자신의 권한 내에서 에너지 자립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 탈핵 선언에 참여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과 함께 노원·성북·강동구 등의 다채로운 탈핵-에너지 전환 정책들을 추진 중이고, 서울 외에도 수원시와 완주군 등 전국 곳곳에서 열심이다.

또 지난 2012년 총선 이후 구성된 19대 국회에는 민주당과 정의당 국회의원들이 각각 탈핵 국회의원 연구 모임을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탈핵·에너지 전환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대표 유인태)과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 모임'(대표 김제남) 소속 국회의원들은 지난 1년 반 동안 원자력과 방사성 폐기물 안전과 재생 가능 에너지 확산 관련 법안, 그리고 밀양 대화 촉구와 신규 핵발전소 중단 관련 결의안을 발의하는 등 연구 모임의 성과를 의정 활동으로 연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탈핵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나 대중적 지지 확산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누군가 열심히 노력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고 강조했듯이, 정치인, 혹은 정치 세력은 승부처에 에너지를 집중해 정치 승부를 걸어야 할 때가 있다. 과거 집권 시절에 핵 정책을 옹호했던 민주당이 후쿠시마 이후 당론을 핵발전소 재검토로 수정하고, 지난 대선에서 탈핵 공약을 제시했다. 또 서울시를 비롯해 다양한 지역 차원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전개해 왔고, 탈핵 국회의원들은 제도화를 위한 의정 활동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개별적인 활동은 대중에 각인되지 않고 있으며, 국회는 지역 차원의 에너지 전환을 엄호하지 못하고 있고, 시민 사회는 여전히 현안에 매몰돼 있다.

적어도 탈핵 정치에 있어 다가오는 지방 선거는 중요한 분수령임에 틀림없다. 이제 19대 국회 임기가 절반에 이르고, 4년의 에너지 전환 실험을 재평가 받는 시점에서, 2년 후의 총선과 3년 후의 대선까지의 정치 일정에서, 무엇보다 탈핵을 정치적 신념으로 공고히 한 탈핵 정치 세력화의 단계로 나아가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갈림길에 있다.

박근혜 정부가 핵발전 정책을 포기할 뜻이 없다면, 이제 지방 선거를 계기로 전국적인 '탈핵 정치 연대'를 통해 탈핵과 재생 가능 에너지 혁명, 독성 경제에서 지속 가능한 경제로 전환을 위한 확실하고, 분명한 정치적 계기점을 만들 때이다.
일본 도쿄 도지사 후보 '우쓰노미야 겐지(宇都宮健兒)' 탈핵 공약

핵발전소 사고 피해자의 지원에 임해, 핵발전소 재가동, 핵발전소 수출을 인정하지 않고, '탈핵 도시 도쿄'를 실현합니다.

1) 핵사고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도쿄전력의 책임을 묻겠습니다.

○ 후쿠시마 핵사고 피해자, 특히 도쿄도에 대피해 있는 6000명 이상의 피난민에 대해 주택, 의료, 생활 재건 지원 등 적극적인 지원을 진행합니다.

○ 후쿠시마 핵사고 피해자의 재산 손실이나, 신체적 및 정신적 피해에 대해 도쿄전력이 제대로 배상을 하도록 주주로서 요구합니다.

○ 국가 및 도쿄전력에 오염수 대책 등 사고 수습의 착실한 실시 및 수습 작업에 임하는 작업원의 피폭 저감 및 신분 보장, 건강 관리를 요구합니다.

○ 거액의 세금을 투입하며 다양한 폐해를 낳고 있는 무책임한 '도쿄 전력 구제 스킴'을 시정하기 위해 국가에 대해 도쿄전력의 파탄 처리와 국유화를 요구합니다. 피해 배상과 사고 수습은 새로운 체제 하에서 국가가 직할로 할 것을 제안합니다.

2) 도쿄도에서 탈핵을 실현합니다

○ 도쿄도로서 '탈핵 도시 선언'을 발표합니다.

○ 도쿄전력의 경영 방침을 탈핵으로 전환하도록 제안합니다.

○ 재가동에 반대하고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후쿠시마 제2핵발전소, 가시와자키카리와 핵발전소의 모든 원자로 폐쇄를 주주 제안합니다.

○ 가시와자키카리와 핵발전소 재가동을 전제로 한 도쿄전력의 '신종합 특별 사업 계획'에 반대합니다.

3) "희망의 에너지 정책 "을 실현합니다.

○ '도쿄도 희망 에너지 정책 회의'를 설치하고, 내외 전문가, 시민, 도내 사업자에서 널리 의견을 듣고 효과적인 탈핵 에너지 정책을 입안합니다.

○ '자연 에너지(재생 가능 에너지) 촉진 조례'와 '에너지 절약 촉진 조례'를 제안하고, 자연 에너지 발전소 보급과 에너지 이용 효율화 가 진행되도록 보조금과 투자를 유도하는 시책을 입안합니다.

○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자연 에너지 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에 특화한 민관 펀드 사업을 일으켜, 건물 등 소유자와 발전 사업자 등을 매개하는 프로젝트(소위 '지붕 대여 사업' 등) 을 추진합니다.

○ 도쿄도로서 공공 시설에 자연 에너지, 에너지 절약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합니다. 그 실현을 위해 목표년도를 설정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 자연 에너지의 안정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스마트 그리드와 수소 연료전지 활용을 추진합니다.

○ 도민 및 도내 사업자의 참가를 요구하고, 대규모 도쿄도 자체 에너지 이용의 효율화를 진행하며, 핵발전소 한 기 분의 소비 전력을 줄이기 위한 계획(도쿄도 절전소 계획)을 작성합니다.

○ 천연가스 발전의 대규모 도입을 위해, 도쿄도로서 추진해온 자주 사업을 계속 추진합니다.

○ 국가에 앞서 전력 사업 자유화의 범위를 확대하고 전력 비용을 낮추는 노력을 합니다.

○ 방사성 물질의 확산이 우려되는 홁 덩어리 소각 처리에 대해서는 일단 동결하고 전문가를 모아 공개로 조사와 검토를 실시합니다.

○ 도민을 방사능 오염에서 보호하기 위해 도쿄도의 독자적인 '식품 안전 규제'와 도민과 연계하며 식품이나 토양 등 방사능 측정 네트워크를 만듭니다. (번역 : 다카노 사토시 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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