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5일 '일하는 국회' 구현을 위한 상시 국회 운영 등을 담은 정치제도 혁신안을 발표했다. 지난 3일 발표한 '국회의원 특권 방지법' 제정 등 정치 혁신안의 후속편인 셈인데,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혁신 경쟁'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오는 11일 '새정치 플랜'을 발표하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보다 선제적으로 혁신안을 쏟아내면서 정치 혁신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치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정치권의 과제"라며 "국회 차원의 정치 혁신으로 더 열심히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우선 김 대표는 1년 내내 국회의 문을 열어 두는 상시 국회와 상시 국정감사, 상시 예결위원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법은 매년 2,4,6월에 임시국회를 자동 소집하고, 9월부터 100일간의 회기로 정기국회를 열도록 하고 있다. 김 대표가 제안한 '상시 국회'는 매월 임시국회가 자동 소집되는 방식으로 국회의 문을 열어놓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민주당이 요구해온 선거 연령 조정과 투표 시간 연장도 재차 제안했다. 김 대표는 "선거 연령을 세계적 추세에 맞게 만 18세 이상으로 조정하고, 투표 시간을 현재의18시에서 20시까지로 연장해 더 많은 국민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정부패로 인한 재보궐선거가 치뤄질 경우, 부정부패로 의원직을 상실한 이의 소속 정당이 당해 선거에서 공천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도 제안했다. 비례대표 의원이 부정부패로 의원직을 상실할 경우엔 소속 정당의 의원직 승계를 금지하자고 했다. '공천 제한'을 통해 국회의원의 부정부패를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국정감사 등에서 행정부의 잦은 자료 제출 거부를 막기 위해 국회의 행정부에 대한 자료 제출 권한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증인의 불출석과 선서 및 답변 거부를 방지하기 위해 처벌 규정 역시 강화하기로 했다.
꾸준히 논란이 되어온 국회의원의 불체포 및 면책 특권에 대해선 개헌 사안인 만큼, "개헌 논의가 있을 때 함께 논의하겠다"는 수준으로 입장을 유보했다. 다만 새누리당을 향해 "당장은 그 권한이 남용될 수 없도록 하는 구체적 내용을 여야가 합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무엇보다 국민들이 바라는 가장 큰 정치 혁신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노령연금 공약과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등의 공약 이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朴 '통일 대박론', '급변사태 임박론'으로 오해받기 쉬워"
남북관계에 대해선 "정권이 교체돼도 바뀌지 않을 한반도 평화통일 정책의 마련을 위한 초당파적이고 범국가적인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면서 여·야·정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범국가적 '통일시대준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전날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중장기 통일정책 마련을 위해 국회 내 '한반도 통일 평화협의체' 설치를 제안한 것에 대한 역제안인 셈이다. 황 대표는 여야가 초당적으로 참여하는 국회 내 기구를 제안했지만, 김 대표의 경우 정부와 시민사회까지 참여하는 것으로 범위를 넓힌 셈이다.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에 대해서도 "당장이라도 통일이 이뤄질 것처럼 장밋빛 환상만 넘쳐나게 하는 상황에 대해선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관된 화해 협력, 관계 개선의 노력과 과정이 없는 통일 대박론은 '급변사태 임박론'으로 오해받기 쉽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흡수통일에 반대한다. 우리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혼란과 비용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라며 "민주당은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대북 포용 정책을 통한 평화적이고 점진적인 통일을 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당내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는 대북정책에서의 보수화 우려를 차단하며 당 정체성 논란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당내 '우클릭' 논란에 쐐기…경제민주화·남북관계 선명성 강조
김 대표는 새누리당이 6.4 지방선거를 '지방정부 심판 선거'로 규정한 데 대해선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지난 4년을 지금부터 잘 따져봐야 한다"며 새누리당을 향해 적극 공세를 펼쳤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의 지방정부는 공공 의료기관인 지방의료원을 폐쇄시켰다. 반면 민주당의 지방정부는 지방의료원을 공공병원으로 강화시키고, 의료비 상승을 막고, 공공 의료 안전망을 구축하고 확대시켰다"고 했다.
또 "지난 4년 민주당 지방정부는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을 실현했고, 시도립 대학의 반값 등록금을 독자적으로 추진했다"며 "정부는 돈이 없어서 못한다고 했지만, 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이 있는 서울·강원·충북·충남·전남은 시도립 대학 반값 등록금을 실현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실질적 지방 분권 실현을 위해 "자치 입법권의 확대, 국가 사무의 실질적 지방 이양, 총액 인건비 내에서 자치 조직권 대폭 확대, 자치경찰제의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전날 황우여 대표 역시 강조했던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대해선 "국회 차원의 '사회적 시장경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한 본격적인 정책 수립에 여야가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공공부문 개혁에 대해선 "공공부문 개혁은 낙하산 인사의 근절로부터 시작돼야 하며, 지금처럼 공기업의 모든 문제를 노조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며 "여야정과 이해 당사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위원회' 설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인복지처' 신설 및 경로당 점심 예산 확보 등을 약속하며 전통적 취약계층인 노심(老心)을 공략했고,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여러 차례 강조하며 최근 당내 반발을 불렀던 '우(右) 클릭' 논란에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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