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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 어디부터 꼬였나?

[정욱식 칼럼] 미국의 '관성'과 북한의 '과대망상'

남북관계가 중대 분수령에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핵문제를 둘러싼 남북한의 공방전이 뜨겁다. 북한 당국은 1월 16일 이른바 ‘중대제안’을 내놓으면서 “조선반도의 핵문제는 다름 아닌 지난 세기 50년대 말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무기 반입으로부터 발생됐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이후에도 거의 매일같이 반복되고 있다. 반면 남한 당국은 “핵문제의 본질은 바로 북한의 핵개발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반도 핵문제의 원인을 놓고 북한은 미국을, 남한은 북한을 주범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핵문제 해법과도 연결된다. 북한은 “미국의 핵타격수단을 남조선과 그 주변지역에 끌어들이는” 행위부터 중단하는 것이 핵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남한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행동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선(先)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다.

▲ 북한이 지난 1월 16일 국방위원회 명의로 남한 당국에 보내는 '중대제안'을 발표하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그렇다면 한반도 핵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좁히는 것은 문제 해결에도 중요한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역사적 사실과 합리적인 해석이 입각한 균형적인 접근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핵문제 자체가 국가 간의 관계, 안보 환경 및 이에 대한 대응수단, 과학기술, 정책결정자의 세계관과 윤리관이 복잡하게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어떤 단일한 요인으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에 한반도 핵문제에 대한 인식은 이념적 색채도 짙게 묻어 있다. 이러한 한계를 전제로 한반도 핵문제의 기원을 추적해보자.

<에이피> 통신이 밝힌 '불편한 진실'

필자의 의견부터 밝히자면, 한반도 핵문제에 대한 남북한 당국의 주장은 모두 문제가 있다. “핵문제의 본질은 북한의 핵개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인식에 대한 반론은 미국 <에이피> 통신의 분석으로 갈음할 수 있다. 이 통신은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었던 2010년 장문의 분석기사를 통해 “1950년대부터 오바마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반복적으로 북한에 대해 핵무기 사용을 고려해왔고, 계획해왔으며, 위협해왔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비밀해제 문서를 추적해본 결과 이러한 결론이 도달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의 주장을 수긍하기도 어렵다. 미국이 1950년대 후반 정전협정을 무시하면서 핵무기를 남한에 대거 반입한 것이 한반도 핵문제의 기원이라는 주장은 일면 일리가 있지만, 이것이 곧 북한의 핵개발을 정당화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핵무기가 남한에 1000개 가까이 배치되어 있을 때에도, 김일성 주석은 "우리는 핵무기를 만들 능력도 의지도 없다"며 '조선반도 비핵지대'를 주장했었다.

오히려 북한의 핵개발은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모두 철수한 1990년대 초반에 본격화되었다. 북한의 주장처럼 미국의 대북 핵 위협이 북한이 핵무장을 선택해야 할 필연적이고 불가피한 사유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동시에 미국이 남한 내 전술핵을 모두 철수하고 94년 제네바 합의를 통해 대북 핵 위협을 중단하기로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모의 핵공격 훈련을 계속하거나 북한을 핵선제 공격 대상에 포함시킨 것 등은 북한이 핵카드를 다시 꺼내 들게 된 중대한 원인이었던 점 역시 부인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관성'과 북한의 '과대망상'

결론적으로 한반도 핵문제의 본질은 한국전쟁 때부터 지속되어온 미국의 대북 핵 위협과 이에 대한 북한의 선택에 의한 과잉대응이 맞물린 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핵무기는 미국의 대북 억제 전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억제는 상대방에게 위협으로 다가갈 때 비로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미국 핵무기가 북한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식의 주장은 미국의 핵전략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줄 뿐이다.

결국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60여 년간의 정전체제에서 지속되어온 미국의 대북 핵 위협이 북핵 문제의 중대원인 가운데 하나였다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 미국이 북한을 길들이는데 핵무기가 유용하다는 60여 년간의 '관성'을 극복하지 않는 한 핵문제 해결을 요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 역시 핵무장이 자신이 처한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 같은 "만능의 보검"이라는 '과대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벼랑 끝 전술을 쓸 때에는 "서울 불바다"니 "워싱턴 불바다"니 "핵 선제타격"이니 하면서 극단적인 말 폭탄을 던지고, 평화공세를 펼 때에는 자신의 핵무기가 "조선반도의 평화를 유지해주는 만능의 보검"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펴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다.

미국의 '관성'과 북한의 '과대망상'이 한반도 핵문제의 본질이라면, 한국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해진다.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으면서 북핵 위협에 직면한 곤혹스러운 처지는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가 북미 간의 상호 위협감소를 유도하면서 '핵 대 핵'의 대결 국면을 온전한 의미의 한반도 비핵화로 전환시킬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 무르익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연합방위체제에서 한국의 주도성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발언권도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최근 북한이 핵문제를 비롯한 군사안보 문제에 있어서 남한에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은 남한이 통미봉남의 우려를 씻고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주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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