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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 한권이 주는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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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 한권이 주는 울림

[고현주의 꿈꾸는 카메라]<40> 소현, 정의, 금이, 예숙

어느 날, 서점에서 아동코너에 있는 <나는 기다립니다.>라는 동화책을 발견했다.
해마다 이 동화책은 이 친구들에게 중요한 수업의 자료가 되었다.
기다릴 줄 모르는 요즘의 아이들에게 기다림을 생각하게 하는 책,
그 길고 긴 기다림 끝에 얻는 기쁨이 어떤 것인지 말해주는 책.

그림책을 열면 빨간 실이 한 눈에 쏙 들어온다.
길고 짧은 빨간 색 실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마음과 마음을 연결한다.
실이 풀리기도 하고, 엉켜 있기도 하고, 연결되기를 반복하면서 인생이 어떤 기다림으로
반복되는지 우리들에게 조용한 울림을 전해 주고 있다.

이 친구들의 기다림은 다양하다.

가족들이 행복하게 웃는 그 날을 기다린다는 친구,
면회 오길 기다린다는 친구,
엄마 올 때를 기다린다는 친구,
더 이상 힘들지 않고 편안히 살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는 친구,
친구와 화해하기를 기다린다는 친구,

그들의 기다림은 이렇게 이미지로 만들어냈다.

한 학기에 매번 다른 프로그램을 실험적으로 해 보는 일은 나에게
사진의 또 다른 가능성과 희망을 확인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가끔 나의 사진 교육에 대해 부정적인 분들도 있다.
이론을 배제하고 사진의 우연성에만 치중한다고 하시는 분도 있다.
하지만 난 이 곳에서 친구들이랑 4년 넘게 작업을 하면서 나름대로 확신을 얻은 게 있다.

우연한 것은 세상에 없다.
세상 만물 모든 것에는 분명한 존재의 이유와 만나야 할 이유, 거기 그 자리에 있어야 되는 이유가 수 천 가지, 수 만 가지도 넘는다.

셔터를 누른다는 것은 표출된 자아의 행위가 아니라 감추어진 자신 안에 또 다른 자아의 무의식적인 행위다.

상처가 많은 사람일수록, 불안이 많은 사람일수록, 실패가 많은 사람일수록 숨겨진 자아가 많은 사람들이다.

또 다른 자아를 찾게끔 만들어주는 일, 자아와 또 다른 자아의 경계에서 긍정적인 지점을 찾게 해 주는 일, 또 다른 자아에 대해 애정을 갖게 해 주는 일.
예술이 지향해야 할, 혹은 예술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해야 될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진가 고현주씨는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그 아이들이 소년원에서 찍어낸 사진을 소개하고 그 과정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는 청소년예술지원센터 '(사)꿈꾸는 카메라'를 통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아이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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