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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주인공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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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주인공이 되고 싶어"

[고현주의 꿈꾸는 카메라]<38> 금이

친구들이 쓴 사진 일기장을 2주일에 한 번씩 집으로 가지고 온다.
집에 와서 차분히 앉아 그들이 쓴 일기장을 한 장 씩 넘겨보는 일은 나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기꺼이 만들어준다.

글씨에 아이들 마음이 담겨있다.
마음으로 꾹꾹 눌러쓴 흔적이 보인다.
어딘가에다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었겠지.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말 하고 싶었겠지.

그들의 쓴 글 밑에 나도 마음으로 글을 쓴다.
어떤 친구에게는 위로의 글을,
어떤 친구에게는 칭찬의 글을,
어떤 친구에게는 충고의 글을....

금이의 일기가 몇 일째 마음 문을 서성거린다.
솔직히 말하자면 금이가 느끼고 있는 아픔과 그리움이 어떤 무늬와 질감을 드리우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엄마가 세 살 때 집을 나가고 엄마 없이 컸다는 아픔은, 그 그리움은 내가 경험해본 일이 아니여서 그저 막연히 '아플거야. 그리울거야' 라는 막연한 공감 외에는 내가 금이에게 해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
내가 하는 그 위로마저 난 내가 진심으로 공감해서 하는 건지, 아니면 의례 어른들이 하는 입에 발린 위로를 하는 건지 난 가끔 나를 경계한다.

금이의 엄마는 세 살 때 집을 나가 지금 소식이 없다고 한다.
혼자 포기하고 , 절망하고 ,울어도 누구에겐가 위로받을 사람이 없다.
그래서 금이는 혼자 스스로 위로하고 다독인다.
그 어린 것이 혼자라는 사실에 마음의 물결이 일렁거리면서 애잔해져 온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참 무기력해지는 순간이다.

'주인공이 되고 싶었는데'
금이가 쓴 사진일기이다.

'나도 예쁜 꽃으로 태어나고 싶었어. 나도 관심을 받고 싶었거든.
주인공이 되고 싶지만 나에겐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그 글이 금이의 솔직한 마음일거다.

'금이야!
어떤 꽃으로 피어나든 네가 피우는 꽃이 이 세상 중심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귀한 꽃이란다. 지금 겪고 있는 모든 슬픔, 모든 외로움, 모든 고통, 아픔. 네 삶의 영양제가 될거야.
끝까지 긍정적인 마음으로 어떤 절벽앞에서도 의연해 질 수 있는 마음을 기르는 것.
그 마음을 향해 한걸음씩 한 걸음씩 우리 같이 손잡고 가볼래?

내가 그날 그녀에게 내 마음을 다하여 써준 글이다.
금이가 이 글을 읽고 힘냈으면 좋겠다.

사진가 고현주씨는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그 아이들이 소년원에서 찍어낸 사진을 소개하고 그 과정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는 청소년예술지원센터 '(사)꿈꾸는 카메라'를 통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아이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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