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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관은 법인카드 유용! 독일은?

[조성복의 '독일에서 살아보니'] 사회 정의란 무엇인가 ⑤

유학 초기에 들었던 이야기 가운데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독일 사회에서는 정직하지 못하면 크게 낭패를 본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생활하다 보면 여러 가지 서류들이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혹시나 이것들을 위조 또는 변조했다가는 바로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게 될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오랫동안 살면서 여러모로 겪어보니 실제로 그것은 매우 소중한 가치였다.

사회 전체가 항상 사회정의가 무엇이냐를 따지고 있으니 부정이나 비리, 또는 거짓에 대한 독일 사회의 대처 모습이나 사회적 분위기는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매우 엄격했다. 특히 정치인에 대한 윤리적 잣대는 우리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또 독일인은 잘못된 것들에 대해 신고를 잘하기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우리는 그러한 것들에 의외로 상당히 둔감할 뿐만 아니라 비리를 고발하는 데에도 대단히 소극적이다. 독일의 사례와 우리의 모습을 비교해보고, 그러한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겠다.

논문 표절로 장관 사퇴…한국이라면?

기지(G. Gysi)라는 꽤 유명한 정치인이 있다. 과거 민사당(PDS: 이후 좌파당으로 변신) 대표를 역임하고 현재 좌파당 원내대표다. 그가 2002년 베를린 시 경제 장관으로 일하다가 불과 6개월 만에 갑자기 퇴진했다. 공적으로 취득한 비행기 마일리지를 사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연방 하원 의장의 규정에 따르면, 그러한 마일리지는 공적인 출장에만 이용하도록 허용되고 있는데, 그것을 어긴 것이었다. 그 당시 그러한 사실을 공개한 루프트한자(독일 항공사)의 행위가 옳은 것이냐의 논란이 일었지만, 기지는 자신의 잘못이라며 바로 자진 사퇴하였다.

2011년 3월에 있었던 기사당(CSU) 출신인 구텐베르크(K. Guttenberg) 연방 국방 장관의 법학 박사 학위 논문 표절 사건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같은 해 2월 16일, 그가 2006년에 제출했던 논문에 표절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해당 대학은 검토를 거쳐 2월 23일에 그의 학위를 박탈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메르켈(A. Merkel) 총리와 제호퍼(H. Seehofer) CSU 대표 등 연방 정부는 전도가 유망하였던 구텐베르크를 옹호했다. 그의 퇴진을 원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당시 젊고(1971년생) 준수한 외모에 귀족 가문 출신으로 2009년에는 연방 경제 장관을 역임하는 등 국민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러자 여러 군데에서 그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하면서 여론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많은 법학자는 그렇게 많은 부분과 긴 분량을 표절한 것은 의도적이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연방 하원 의장을 비롯한 기민·기사당(CDU·CSU)의 여러 중진 의원들도 그를 비판하였다. 3월 1일 그는 장관직을 포함한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고, 더불어 연방 하원의 의원직에서도 물러났다. 이후 해당 대학은 조사 위원회를 구성하여 3개월간의 정밀한 검토를 거친 후에 의도적인 표절임을 밝혔다. 같은 해 11월 검찰은 그에게 저작권법 위반으로 2만 유로(약 2955만 원)의 벌금을 매겼다.

한편, 대학총장연합은 이 사건과 관련한 성명서에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마땅히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은 정치인에게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그의 잘못을 질타했다. 구텐베르크도 “정치인의 길을 선택한 사람은 잘못을 하면 용서받아서는 안 된다”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정계를 떠났다. 이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구텐베르크는 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통해 정계 복귀를 모색하였으나, 기사당 지도부는 그러한 시도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시함으로써 그의 잘못에 쐐기를 박았다.

반면에 우리 정치인들의 처신은 이러한 독일 정치인들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민망할 정도이다. 병역 면제 또는 업무 추진비, 특정 업무 경비 등을 유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장관 등의 공직에 임명되는 데 별문제가 없다. 또 박사 학위 논문이 표절로 판정돼도 전혀 개의치 않고 의원직을 유지한다. 잠시 탈당한다 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지역 주민들의 뜻이라며 다시 재입당을 신청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법인카드를 사적 유용했다는 논란을 일으켰으나 장관으로 임명됐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당시 모습. ⓒ연합뉴스

공직에 대한 인사 청문회 등에서 도의적인 문제는 내버려 둔다고 하더라도, 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사퇴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죄송하다, 또는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지나간다. 위장 전입 등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보다도 정치인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정당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들은 당연히 정당 내에서 사전에 체크되고 관리되었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위장 전입 등 불법이나 탈법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그것들을 용인하는 우리 사회의 정서다. 만약에 그렇게 법을 위반했음에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라면, 당장 그러한 법부터 폐기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 그 법을 고치려고 나서는 공직자나 국회의원을 보지 못했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복지국가에서 사회정의가 나온다

사회정의가 살아나려면 사회구성원 누구나 이것을 자유로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내부고발이나 양심선언을 하는 것, 즉 진실이나 정의를 말하는 것이 의외로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조직의 비리를 고발하거나 올바른 지적을 하고도 대부분 왕따를 당하거나 배신자로 매도되어 이후의 생활이나 활동이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동이 옳은 것일까? 만약 옳지 않다면, 또 많은 사람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현상은 고쳐지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세상이라는 것이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 또는 그렇고 그런 것이 아니겠느냐!"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그것이 옳다는 신념을 가지고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비리를 밝히고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래서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다만 알면서도 입을 다무는 것일 뿐이다. 그것은 독일과 비교하여 다음 3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첫째, 우리의 경우, 정직 등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교육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에도 그것을 잘했다고 하기는 곤란하겠지만,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중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에서도 그러한 부분에 대한 교육이 아예 사라져버린 느낌을 받는다. 학생들에게 올바르거나 정의로운 삶 대신에 돈 잘 벌고 출세하는 삶이 더 중요하다고 가르쳐온 것 같다. 실제로 그렇게 교육을 했는지를 따져보는 것은 어렵겠지만, 현실에서 드러나는 모습들을 보면 그것이 맞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지난 17대 대선에서 전과 14범이라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또는 개의치 않고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오로지 잘 살게 해줄 것이라는 욕망을 가지고.

두 번째 이유는 이처럼 진실이나 정의가 실종되다 보니 선량한 신고자들이 내부 고발을 하면 거꾸로 왕따를 당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직장을 그만둘 수도 있는데, 그러면 생계대책이 막막하게 된다. 아무리 올바른 사람이라도 먹고살 형편이 안 되면 부정이나 비리를 고발하고 나서기 어렵게 된다. 바로 이런 점에서도 국가는 누구에게나 최저 생활을 보장해 주는 복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누구나 어떠한 경우에나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게 된다면, 훨씬 더 많은 양심적인 사람들이 현장에서의 비리나 문제점들을 자신 있게 지적하고 나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복지 국가를 실현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이다.

끝으로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은 우리 사회에서는 모든 권력이 모조리 위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은 단순한 수사에 불과하다. 실제 생활에서 대부분의 권력은 철저하게 독점적이고 중앙 집권적이다.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를 찾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공공 기관이나 학교, 기업, 단체 등 사회 어디에서나 윗사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래서 윗사람의 비리나 독선, 문제점 등을 지적하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다. 이 역시 국가가 최저 생활을 보장해 줄 때 그나마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그것은 조금 어렵게 살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사회정의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에서 그 추구하는 가치를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입시 위주의 과도한 경쟁 교육이 계속되는 한 사회정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또 사회 구성원의 최저 생활을 보장하는 복지 제도를 구축하여야 누구나 정의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정직하거나 정의로운 삶을 강요하는 것은 모순되고 이율배반적인 일이다. 그밖에 우리 주변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독점적 권력들을 해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권력이 착한 개인에 의해 선용 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그것을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즉, 훌륭한 공직자나 정치인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을 시스템화하는 것이 보다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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