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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의료 민영화 원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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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의료 민영화 원조다

[복지국가SOCIETY] 盧정부 사회정책수석 김용익 의원을 위한 변명

나는 얼마 전에 <오마이뉴스> 기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 기자는 ‘참여정부가 의료 민영화를 추진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그 기자는 이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때 버스 속에 있었던 지라 길게 통화하기가 곤란했다. 그래서 내가 동료 후배 전문가들과 함께 저술했던 책 <의료 민영화 논쟁과 한국 의료의 미래>(이상이 등, 2008년)를 읽어보라고 했다. 그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모두 주저자인 나의 책임이므로 필요한 부분을 내 이름으로 인용해도 좋다고 덧붙이면서 전화를 끊었다.

의료민영화의 원조라며 민주당 공격에 나선 새누리당

나중에 그 기자가 쓴 기사를 보고 나서야, 나는 그가 참여정부의 의료 민영화 추진 사실을 질문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지난 1월 14일, 홍지만 새누리당 원내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오히려 민주당이 의료 영리화의 원조였음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먼저 김대중 정부 시절이다. 의료를 산업으로 보고, 외국 병원 유치를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은 김대중 정부였다. 그리고 의료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며 영리 병원 도입을 추진한 정부가 바로 노무현 정부였다”라고 민주당을 의료 영리화의 원조라고 공격했던 것이다. (관련 기사 : 盧정부가 '의료 영리화'? MB·박근혜 정부는…, 與 "김용익 사퇴하고 '의료 영리 저지 특위' 없애야")

지난 17일, 새누리당은 원격 진료 및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 등 의료 영리화는 노무현 정부 때 추진했던 것인데, 민주당이 이를 반대하는 것은 전형적인 말 바꾸기 정치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정책위 의장은 새누리당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2006년 참여정부 직속의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가 작성한 ‘선진화 전략 보고서’를 거론하면서 “보고서에는 IT를 활용한 보건의료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원격 진료 시범 실시를 하겠다는 내용도 있고, 의료법인의 사업 다각화를 위한 수익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이를 의료 영리화로 규정했다.

김 의장은 “현 정부는 의료법인이 아니라 자법인을 통해 부대사업을 하되 장례식장 등 의료행위가 아닌 사업을 제한적으로 하겠다는 것인 반면, 참여정부는 의료법인 자체가 수익 사업을 할 수 있게 허용하겠다는 것”이었다며, 민주당을 공격했다. 그는 이어 “참여정부 당시 대놓고 수익사업 방안을 추진했던 장본인인 김용익 의원이 민주당 의료 영리화 저지 특위 위원장을 맡은 것은 한편의 코미디”라고 말했다. 김용익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6∼2008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비서관을 지냈다.

▲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오른쪽)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6년 7월 11일 대통령자문 의료산업 선진화 위원회에서 만든 의료산업 선진화 전략 보고서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익 의원을 위한 변명

새누리당의 대변인과 정책위의장이 연일 퍼부은 민주당과 김용익 의원에 대한 공격 내용에는 사실이 아닌 것들이 많다. 나는 참여정부 기간 내내 의료 민영화를 반대했고,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와 현 정부에서도 의료 민영화를 반대하고 있는 보건의료 정책 전문가이자 시민사회의 싱크탱크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자격으로 새누리당의 공격적 발언에 대해 진실을 밝혀보고자 한다.

1) “의료를 산업으로 보고, 외국 병원 유치를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은 김대중 정부였다. 그리고 의료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며 영리 병원 도입을 추진한 정부가 바로 노무현 정부였다”라고 주장한 홍지만 새누리당 원내 대변인의 브리핑에 대하여

의료를 산업으로 보고 규제 완화를 본격화했던 정부는 사실 김영삼 정부였다. 김대중 정부도 이런 연장선상에 있었다. 김대중 정부는 임기 말인 2002년 12월에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제자유구역 법)을 제정해 인천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 안에 외국인 투자 병원을 세우는 것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 병원은 비영리법인이었고, 내국인 진료도 금지됐다. 정주 외국인만을 위한 외국인 전용 진료 공간으로 허용된 것이었다. 그러므로 마치 김대중 정부가 영리 추구를 위해 내국인도 진료하는 현재와 같은 외국 영리 병원 유치를 추진했다는 뉘앙스로 매도하는 것은 잘못이다.

정리하자면, 김대중 정부는 영리 병원으로서의 외국 병원이 아니라 인천 송도에 정주하는 외국인만을 위한 비영리 외국인 전용 병원을 추진했던 것이다. 이것은 영리 병원 논쟁이나 의료 민영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 점을 분명히 해야 불필요한 오해가 없어질 것이다.

다음으로 “영리 병원 도입을 추진한 정부가 바로 노무현 정부였다”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다. 나는 참여정부 당시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장으로 일하면서 참여정부가 경제자유구역에 외국 영리 병원을 허용하는 입법 추진을 거세게 반대하며 시민운동 단체들과 연대해서 줄곧 투쟁했던 사람으로서 이 일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여정부는 대선 공약대로 출범 초기에는 공공 의료 확대를 내세웠다. 하지만 삼성과 연합한 핵심 세력의 '2만 달러 시대' 등 성장주의 담론이 나오면서 공공성 강화 기조는 후퇴하기 시작했고 신자유주의 정책 노선을 추구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04년 3월 '동북아 중심병원 유치를 위한 실무팀'을 구성하고 내국인 진료 허용을 검토했다. 그리고 2004년 12월의 마지막 날,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는 국회 본회의에서 ‘경제자유구역 법’을 개정함으로써 외국 영리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허용했다.

2005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은 "교육과 의료 등 고도 소비 사회가 요구하는 서비스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3월에는 서비스산업 관계 장관회의가 열렸는데, 여기서 의료기관에 대한 자본참여 활성화 방안이 논의되었다. 같은 해 10월 5일에는 의료산업 선진화 위원회가 출범했고, 이해찬 총리가 위원장을 맡았다. 의료산업 선진화 위원회는 2006년 초까지 네 차례 의료 제도 개선 소위를 열고 제주도 영리 의료법인 허용과 민간 의료 자본의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의료산업 선진화 위원회는 우려했던 것에 비해 의료 민영화(병원의 영리성 강화,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 조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지 못했고, 2006년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동력을 잃었다. 참여정부의 청와대와 총리실의 의료산업 선진화 위원회가 2006년 중반 이후 의료 민영화 추진 동력을 상실한 데는 당시 청와대의 김용익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시민사회와 연계하면서 청와대 내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 기조를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부분은 당시 의료 민영화 반대 투쟁에 참여했던 시민운동가들은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2) “참여정부는 IT를 활용한 보건의료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원격 진료 시범실시를 하겠다는 했고, 의료법인의 사업 다각화를 위한 수익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며, 이를 의료 영리화로 규정한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의 발언에 대하여

먼저, 원격 의료 부분을 검토해보자. 김기현 의장의 말은 참여정부가 2006년부터 IT를 활용한 원격 의료를 실시하자고 주장해놓고, 지금에 와서 박근혜 정부의 원격 의료를 의료 민영화로 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기현 의장이 사실 관계를 잘못 알고 있다. 나는 김 의장이 민주당에게 사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2006년 당시 참여정부가 구체화해서 내놓은 원격 의료는 현행 의료법 제34조에 담겨 있다. 의료법 제34조 제1항에는 “의료인(여기서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 의료를 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즉, 참여정부 때 추진했던 원격 의료는 오지나 벽지나 등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가 정보 통신 기술을 활용하여 대도시 대형 병원의 실력 있는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의료 지원 체계였다. 이것은 현재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려는 의사-환자의 대면 진료를 의사-환자 간의 화상 진료로 대체하겠다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의사-의사 사이의 원격 의료이고, 후자는 의사-환자 사이의 원격 의료이다. 그리고 전자는 오지나 벽지에 의료 기술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고, 후자는 IT를 활용하여 1차 의료를 산업화하려는 목적의 의료 민영화에 해당한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기현 의장이 민주당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이것이 사실 관계를 잘못 파악한 김 의장의 실수라고 여기고 싶다. 그런데 만약 그것이 아니라 사실 관계를 알면서도 정치적 목적으로 이런 잘못된 발언을 했다면 그것은 구태 정치에 해당한다. 어떤 경우든 사과하는 게 옳을 것이다.

또, 김기현 의장은 “현 정부는 의료법인이 아니라 자법인을 통해 부대사업을 하되 장례식장 등 의료 행위가 아닌 사업을 제한적으로 하겠다는 것인 반면, 참여정부는 의료법인 자체가 수익 사업을 할 수 있게 허용”했다며 민주당을 공격했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김 의장이 사실 관계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이렇다.

참여정부는 의료법인 병원 안에 식당, 주차장, 매점, 장례식장 등의 부대사업을 허용했다. 현행 의료법 제49조에 의료법인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종류가 구체적으로 열거되어 있다. 참여정부 당시, 시민사회 단체들은 비영리법인 병원이 돈 벌이에 혈안이 되게끔 유인을 준다며 이를 반대했었다. 하지만 요즘 논의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부대사업은 범위가 훨씬 더 넓고 종류가 악성이다. 현 정부는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의 개발 및 판매나 의료기관 임대, 호텔, 목욕장, 온천 등의 운영까지도 부대사업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참여정부의 부대사업 범위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데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부대사업은 그것의 종류와 성격에서 비롯되는 영리성 추구의 정도가 참여정부의 그것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참여정부는 비영리 의료법인이 회계를 구분하는 조건으로 법이 정하는 부대사업을 직접 하도록 한 데 비해, 박근혜 정부는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가 본격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로서 범위가 크게 확장된 부대사업을 경영하는 것이다. 전자가 의료기관의 영리 추구 경향을 강화하는 조치라면, 후자는 영리 자회사를 통한 의료 민영화 조치에 해당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김기현 의장은 민주당에게 사과해야 한다.

영리성 강화의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의료공공성 확충이 필요하다

전반적인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가 마치 참여정부의 의료 민영화를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허위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전형적인 구태 정치에 해당한다.

김기현 의장은 “참여정부 당시 대놓고 수익사업 방안을 추진했던 장본인인 김용익 의원이 민주당 의료 영리화 저지 특위 위원장을 맡은 것은 한편의 코미디”라고 비난했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 의장이 김용익 의원에게 정중하게 사과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임기 전반기에 참여정부가 의료 민영화를 추진했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러한 민영화 논의를 모아서 2005년 10월 국무총리실에 의료산업 선진화 위원회를 설치했고, 여기에 의료 민영화의 사령탑 역할을 맡기려고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해찬 총리가 위원장을 맡아서 의료 민영화 방안을 추진했던 것도 사실이다.

▲ 김용익 민주당 의료 영리화 저지 특위 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하지만 김용익 의원은 이런 일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김 의원은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으로 간 후 의료 민영화의 부당성을 설파하고 의료 공공성을 설득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참여정부 임기 말로 가면서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는 김용익 수석의 공공성 논리를 많이 수용했고, 이런 노력과 기조가 모여서 참여정부 말기의 청와대에서 복지 확대 노선이 나왔던 것이다.

내가 볼 때, 본격적인 의미에서 의료 민영화 노선의 원조는 이명박 정부였다. 그는 제주도에 내국인이 영리법인 병원을 설립하려고 온갖 시도를 획책했었다. 결국, 우리 복지국가 운동 세력과의 ‘제주대첩’에서 패배함으로써 그의 내국인 영리법인 시도는 실패했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축소함으로서 민간 의료보험의 활성화를 도운 것도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이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던 참여정부의 성과와는 반대되는 노선이었다.

나는 요즘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의료 민영화 노선을 따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대선 때 내놓았던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공약을 파기함으로서 민간 의료보험의 활성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도 이명박 정부의 노선을 이어받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IT 기술을 활용한 원격 의료도 공공성이 강한 일차의료 체계를 구축하는 것 대신에 1차 의료의 산업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허용도 우회적인 방식의 영리 병원을 추진하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는 의료 정책과 관련하여 이명박 정권의 제2기 정부이며, 의료 민영화의 원조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의료를 자본의 자유로운 투자처로 삼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일자리를 위해서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데는 의료 민영화라는 자본 시장의 투자 논리보다는 의료 공공성 강화라는 정부의 공공 투자 논리가 훨씬 더 유리하다. 결국, 지금은 의료 민영화가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 체계의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때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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