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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임금, 정규직의 57%…독일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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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임금, 정규직의 57%…독일이라면?

[조성복의 '독일에서 살아보니'] 사회정의란 무엇인가 ③

사회정의에 둔감한 정부…51%만 행복하면 그만?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의 제5공화국은 집권 초기 자신들의 모토로 ‘정의사회 구현’을 내세웠다. 당시 학교, 관공서 등에 내걸었던 그 구호에서 ‘정의사회’가 무엇이었는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5공은 정의사회를 조직 폭력배가 없는 사회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삼청 교육대를 만들어 운영한 것이 그 증거이다.(하지만 삼청 교육대는 문제가 많았다. 그것이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문제는 괜히 무고한 수많은 사람이 엉뚱하게 끌려가서 피해를 봤다는 점이다.)

다만 여기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의사회에 대해 어떤 정해진 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용어를 사용하는 주체가 그것의 의미를 규정한다는 사실이다. 당시 이 정권은 사실 자신의 정체성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오히려 정반대라고 할 수 있는 ‘정의’라는 구호를 들고 나왔었다. 진실을 왜곡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가장 안타까운 점은 이들이 정의라는 단어를 그런 식으로 먼저 사용해 버림으로써 이후 다른 정치 주체들이 이 용어를 사용하기가 왠지 껄끄럽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떤 정치 세력이 ‘정의사회의 실현’과 유사한 구호를 들고 나올 경우, 자칫 5공 세력의 후예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5공 정권이 저질렀던 수많은 문제 이외에 우리에게 남겨준 드러나지 않은 또 하나의 폐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이유는 아직도 사회정의에 대해 논의할 것이 많은 우리나라 상황에서 그러한 논의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러한 폐해 때문인지 이후 우리 사회는 사회정의의 문제에 대해 매우 둔감하게 된 것 같다. 왜냐하면 경제가 급성장하여 세계 10위권 국가 또는 후진국에서 최단 시간에 선진국이 된 유일한 국가라고 자랑하고 있으나, 국내 양극화 현상은 점점 더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점점 더 생활이 풍요로워지고 여유가 생기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흔히 말하는 투잡(two job), 쓰리잡(three job)을 해도 살아가기가 어려운 열악한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들이 여러 차원에서 끊임없이 나타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특히 정부나 정당들에서 그러한 의지나 노력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정말 사회정의를 잊어버린 게 아닌가 착각이 될 정도이다.

진보세력의 한 축인 '정의당'이 2013년부터 이를 자신의 당명으로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회 전반의 대세를 이루는 화두가 되지는 못하고 있다. 2012년 대선 국면 등을 통해서 새누리당에 의해 주도되었던 개념은 국민 행복 시대, 국민 행복 주택, 국민 행복 기금 등에서 보듯이 '행복'이란 말이었다. 하지만 사회정의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행복이란 구호만 앞세운다고 다수의 중산 서민층이 행복해 질리는 만무하다. 혹시 국민의 51%만 행복하면 된다는 의미일까?

이미 상당 부분 공정한 정치·경제·사회시스템을 달성한 것으로 보이는 독일에서는 여전히 ‘사회정의’라는 말이 화두가 되고 있다. 반면에, 별로 공정하거나 정의로운 사회라고 느껴지지 않는 한국에서는 아예 사회정의라는 말 자체가 실종되어 버린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현재 상황은 사회적 약자 보호, 사회정의 등을 모토로 내세우는 시민 단체나 정치 세력이 자칫 ‘종북(從北)세력’이나 ‘빨갱이’로 몰리지 않으면 다행인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사회정의의 실종은 비정규직 문제에서 그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학교 비정규직 호봉제, 명절 상여금 예산 수립 및 대량 해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노숙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시급한 과제 ‘비정규직’…정규직 임금의 57%

현재 우리 사회의 사회정의를 논의하면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는 바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정치, 경제, 사회, 이념 등 여러 면에서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을 초래하여 우리 사회의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먼저 한국의 비정규직 실상을 알아보고, 이와 관련 최근 독일의 연정 협상에서 나온 그들의 대책이 무엇인지 살펴봄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

1990년대 후반 IMF 외환 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그 숫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수는 다소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2013년 기준 600~800만 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 약 1800만 명의 33~44%에 이르고 있다. 반면에 노동계는 벌써 900만 명을 초과하여 전체의 50%를 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통계 숫자들을 둘러싸고 서로 여러 가지 반론들이 가능하겠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이미 비정규직이 지나치게 많다는 사실을 바로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은 고용기간이 계약제, 기간제 등으로 불안정하고, 노동 시간이 정규직에 못 미치는 단시간(파트타임)이며, 고용 주체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는 불법 파견이나 특수 고용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그와 같은 조건들 때문에 정규직과 똑같은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으로 최소한의 생존권과 기본권을 거의 박탈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0년 3월 기준 사업체 300인 이상에서 일하는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같은 규모의 사업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은 57에 불과하였다. 사업체의 규모가 작아질수록 임금은 점점 줄어들어 1~4인 규모의 경우 정규직은 (300인 이상 사업체 정규직의) 51, 비정규직은 27.5에 불과하였다. 이처럼 정규직일수록, 사업체의 규모가 클수록 임금이 많았고, 반대의 경우에는 줄어들었다.

또 노조에 가입한 정규직은 약 180만 명으로 22%의 노조 가입률을 보였으나, 비정규직은 약 16만 명, 2%에 불과하였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정규직의 노조 가입률은 43%, 비정규직은 8%로 각각 가장 높았다. 사업체의 규모가 작아질수록 가입률은 낮아져 1~4인 규모의 경우 정규직은 2.9%, 비정규직은 0.4%에 불과하였다. 위의 임금 결과와 유사하게 정규직일수록, 사업체의 규모가 클수록 노조 가입률이 높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기준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의 약 57%이고(위 조사결과와 동일), 건강·고용보험이나 연금 가입률은 50%에 불과하였다. 2013년 1월부터 3월까지 이들의 월평균 임금은 141만 원으로, 2012년보다 2만 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사회보험 가입률도 50%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반면에 같은 기간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211만 원으로 약 6만 원 증가하였고, 사회보험 가입률도 늘어나 8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들을 보면 정규직일수록,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급여가 많고, 또 자신들의 이해 관계를 관철하기 위한 노조조직률도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정규직에 대한 혜택은 이전보다 늘어나고 있는데, 비정규직의 그것은 반대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포인트이다. 그것은 바로 부의 양극화 현상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또 비정규직 문제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회적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한다는 정부나 정치권의 이야기, 즉 비정규직을 우선해서 지원한다든가, 또는 중소기업들을 중시한다는 것들이 그 구호와는 달리 사실이 아니거나, 아니면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를 우선하고 배려하는 '사회정의'의 방향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독일, 비정규직 차별 철폐해 사회정의 실현

독일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0년 기준 독일에는 약 90만 명에 달하는 ‘시간제 노동’이나 ‘파견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사민당은 이와 유사한 '불완전 고용(underemployment)' 또는 '비전형적 고용(atypical employment)' 노동자의 수가 약 700만 명에 달해 전체 임금 노동자의 20% 가까이 차지하여 사회정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것을 우리의 비정규직 노동자와 똑같은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은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러한 불완전고용 노동자들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하여 기민당과 사민당은 최근의 대연정 협상에서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하였다. 먼저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통일 이후 임금이나 비용의 산정에서 동독과 서독 지역 사이에 약간의 차등을 두어왔다), 일률적인 8.50유로(약 1만2270원)의 법적 최저 임금제를 2015년부터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그동안 일부 분야에만 적용하던 '노동자파견법'을 전 산업 분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전체산업의 노동자가 산업별 임금 협약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또 개별 기업 노사 협약서의 오용이나 남용을 제한하는 데 합의하였다. 이를 위해 개별 기업 내 노조인 '종업원 협의회'는 보다 많은 권한을 갖게 되었다. 특히 파견 노동자에 대한 처우가 대폭 개선되었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에 따라 파견된 지 늦어도 9개월 이후에는 현지 노동자와 동일한 임금을 받도록 하였고, 파견 노동의 기간을 무한정 늘리는 것을 허용치 않도록 최대한 18개월로 제한하였다.

이처럼 독일은 불완전 고용(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완화하는 방안을 도입하여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비정규직 문제가 점점 더 심화하고 있으며, 안타깝게도 이에 대한 개선의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가 왜 해결의 방향이 아니라, 방치되거나 오히려 점점 더 악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다음 편에서 알아보겠다.

조성복의 '독일에서 살아보니' - 사회정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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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정치로 '사회적 합의' 이룰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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