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구심점을 잃은 소위 '중도개혁 대통합 세력'은 "구조로 돌파하자"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중도개혁주의와 중도대통합의 길' 토론회에서 참석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인사들은 고 전 총리의 퇴진에 대한 위기감과 당혹감을 드러내면서도 한결같은 목소리로 통합신당의 적극적 추진을 강조했다.
"고건 빠진 타격은 엄청나지만…"
고 전 총리의 지원모임인 '중도국민대통합 전국청장년연대'(중청련)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1987년 양김의 단일화 실패, 1992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계은퇴, 2002년 대선이후 분당과정 등을 언급하며 "(고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으로 인한) 오늘의 참담함 때문에 다시는 미래가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는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애써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농담이지만 그 동안 통합신당이 '고건당'이 아니라고 아무리 항변해도 믿지 않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오해가 사라졌을 것"이라며 "고 전 총리의 포기선언으로 심리적 타격은 엄청나지만 구조에 있어서는 그런 오해가 없어져 오히려 통합을 촉진하는 것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환 전 민주당 의원은 "인물 중심보다는 중도개혁세력의 통합이 우선이다"면서 "역사의식을 갖고 중장기적 전망으로 재편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도 격려사에서 "우리나라의 정계개편은 유력한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뭉쳐 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사실 정치적 의견에 입각한 정당이 거기에 맞는 후보를 내는 것이 정상적 민주국가의 정도(正道)"라고 말했다.
김근태계인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은 "이번 대선후보 선출과정에서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중요한 한 축이 없어졌다는 점에서 큰 손실"이라면서도 "지금은 후보 개인보다 구조 혁파가 훨씬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통합신당 구성을 구조적 혁신 없이 후보 중심으로 할 경우 고 전 총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30%대에서 10%대의 지지율로 추락할 수도 있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盧, 길을 열어달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한 목소리였다. 우원식 의원은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광주경선 일등을 함으로서 탄탄한 디딤돌을 마련했지만 이제 와서 호남을 공격해야 영남에서 표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했다"면서 "이는 지역주의 해체의 깃발을 들고 신지역주의의 오류를 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낙연 의원도 "그 분을 모셨던 사람으로서 찾을 수 있는 가장 점잖은 표현을 찾겠다"면서 "정치권이 자생적으로 질서를 형성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좋다. 본인은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대통령은 탈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당대회서 신당결의" vs "선도탈당 전제돼야"
그러나 정계개편의 방식에 있어서는 입장이 갈렸다.
우원식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전당대회에서 통합신당 구성에 결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그것은 열린우리당이 중심이 된다거나, 정동영-김근태 두 사람이 대선후보로 나가기 위해 결탁한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열린우리당은 기득권을 완전히, 통째로 버려야 한다. 그리고 가급적 정치권 밖에서 원탁회의를 제안하면 그것을 정치권이 받아들이는 형태가 돼야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통합신당이 25%의 지지율 정도만 만들어 낼 수 있으면 10% 이상 더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역동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일정이 늦어지거나, 아니면 다른 이유에 의해 왜곡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이른바 '질서 있는 정계개편론'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바로 그 부분"이라고 말했다. 일부 우리당 의원들의 '선도탈당'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우선 탈당한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민주당 의원 전원, 일부 국민중심당 의원들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그러나 선도탈당한 그룹에 부담이 있으면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탈당해 결합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두 방법 모두 저항이 있거나 구성이 쉽지 않을 경우에는 굳이 교섭단체로 등록하지 않더라도 정치적 행동을 공동으로 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결혼식을 하지 않더라도 마을사람들 보는 앞에서 손을 잡고 다니거나 늦은 시간까지 같이 다니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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