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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우리 의료시장의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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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중 FTA, 우리 의료시장의 앞날은?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중국의 '중의약'에 긴장한 한의약

필자는 중국 유학시절에 과실로 인해 팔꿈치가 찢어지는 사고를 겪은 경험이 있다. 팔꿈치에서 피가 흐르고 고통스러운데도 가장 먼저 한 생각은 치료를 위해 한국으로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중국 병원은 가서는 안 되는 곳인 줄 알았다. 우선 중국 의료기술을 믿을 수 없었고, 의료사고가 빈번히 일어나는 현실에서 보호자도 없이 중국인들이 이용하는 병원을 간다는 것이 두려웠다. 중국인 친구를 앞세워 학교 근처에 있는 나름 베이징에서 큰 병원을 찾았다. 파상풍 주사를 맞고, 10바늘 정도를 꿰매었는데 치료 내내 여기서 어떻게 되는 건 아닌지 불안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예쁘게 아문 팔꿈치를 볼 때마다 그때 기억을 떠올리며 중국 의료 서비스가 나쁘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에 멋쩍은 미소를 짓곤 한다.

중국의 의료서비스 시장은 중국정부의 서비스업 발전 전략에 발맞추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04-2012 중국 위생통계연감>에 따르면, 2004년에서 2012년까지 중국의 의료 서비스 시장은 연평균 18%의 빠른 속도로 발전하였다. 2011년 주요 병원의 규모가 1조 2500억 위안에 이르렀다. 반면 위생에 대한 총 비용이 중국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5%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이를 6.5%~7%정도로 끌어 올릴 계획이라 중국 의료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크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중국 의료시장을 보면, 대부분이 공립병원(정부 소유 44%, 비정부 소유 18%)으로 시장화 정도가 매우 낮다. 대부분의 의료 서비스가 공립병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국민의식이 향상되면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반면 수요에 비해 의료서비스의 공급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며, 의료지원에 대한 지역적인 불균형도 매우 심각하다. 더욱이 한국과 미국 등 자본주의사회에서 의사는 매우 촉망받는 직업이지만, 중국의 경우 수입이 낮고 사회적 지위도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매우 고된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전문 인력의 공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중국정부는 의약위생체제 개혁의 일환으로 공립의료시설의 사립화를 추진하고 있다. 의료기관에 민간사회자본의 투입을 증대시키고, 투자 다양화를 위해 외국자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외상투자산업지도목록>에 외국자본의 의료기관 설립이 '제한산업'에서 '허가산업'로 조정되면서 이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었다.

중국은 WTO 가입 당시 의료 서비스 개방에 대한 양허표에 외국계 의료기관의 외국자본 지분율을 70%를 넘을 수 없다고 제한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러한 제한도 점진적으로 철폐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국은 외국자본에 대해서는 합자 및 합작의 형태로만 의료기관을 세울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합자의 경우 주로 주식의 매입을 통해서 새로운 의료시설 및 현재 의료시설에 투자하는 형태로 일반적으로 영리성 의료기관이다. 합작의 경우 중국 측이 토지 및 시설 등을 제공하고, 외자 측이 자금 및 기술 등을 제공하는 사회 비영리기관의 형태로 발전되었다.

외국자본이 중국에 독자적으로 의료시설을 설립하는 것은 여전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2011년부터 대만, 홍콩, 마카오 자본의 독자의료기관 설립을 시범적으로 허용하고 있고, 2013년 상해 자유무역구에서 외국자본이 독자적으로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가하였다. 이는 향후 중국의 의료시장 개방이 더욱 확대될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민간자본을 통한 비영리 의료기관에 대한 세수우대혜택을 주어 민간 및 외국자본의 투자를 더욱 독려하고 있다.

공공서비스로 간주되어 오던 중국 의료서비스에 대한 외국자본의 제한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시장 잠재력이 큰 중국시장을 놓고 관련 기업은 새로운 사업기회 증대로 박수를 치며 환호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 국제무역에서 상대국 규제의 빗장이 풀리면, 우리의 빗장도 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한중 FTA에서 의료서비스와 관련하여 협상이 어떻게 이루어질지가 의료계 초미의 관심일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보건의료 인력의 이동이다. 우선 한국과 중국 양국은 의학 교육제도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의 의과 대학생은 예과 2년, 본과 4년을 거치면 국가의사시험을 통해서 의사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의 임상수련 기간이 의무화되어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은 의사양성을 위한 통일된 학제가 없고, 3년, 5년, 7년으로 나눠져 있다. 의학전공 본과 이상의 학력 소지자에게는 졸업 후 1년의 실습기간을 거쳐 의사자격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이러한 학제 차이로 인해서 자격 미달의 중국의사 및 중의사가 국내로 유입되어 한국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사실 한국은 원칙적으로 외국의 의사면허를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 학교를 졸업하고, 면허를 취득한 의사 및 간호사 등에게 국가시험응시의 자격이 주어질 뿐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고 있는 학교에 포함되지 않아 중국에서 면허를 취득하였다 하더라도 한국의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한편 중국은 외국의사의 자격을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외국의사의 경우 중국위생부에 등록하고 '외국의사 단기 의료행위 허가증'을 취득하면 의료행위가 가능하다. 단, 기간은 1년 이내로 제한되고 필요시에는 연장이 가능하다. 이러한 차이로 인하여 FTA 협상에서 중국은 외국의사자격에 대해 중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앞서 언급한 중국 의료진의 한국 유입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본다.

더 큰 문제는 한국 한의약계에 있다. 중국은 중의약을 중국의 각 민족이 수천 년 동안 발전시켜온 민족의 보배로 여길 정도로 중시하고 있다. WTO 가입으로 중의약 서비스가 개방되고 중국정부의 서비스업 발전정책에 힘입어 민족의학인 중의약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중국위생부와 국가중의약관리국은 중의약서비스무역 확대를 위한 관련 규정을 제정하는 등 중국 국내시장 개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중국이 중의약 분야의 전통 및 지식보호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중의약 분야의 지식재산권 제도를 강화하고 중의약 특허 신청표준과 중의약품종의 보호제도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중의약 산업의 규범과 관리 강화를 통해 국제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중의약 표준화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은 현재까지 40여 개의 국가표준이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한의약 관련 국가표준이 6건에 불과해 중국과 대비된다. 나아가 중국은 국내뿐 아니라 중의약의 국제표준화를 위해 국가 주도로 관련 정책을 세우고 있다.

의료시장 개방으로 관련 업계가 모두 긴장하고 있겠지만 중의약에 대응할 한의약의 국제경쟁력 제고가 시급해 보인다. 눈앞에 닥친 중국과의 FTA에 대한 근시안적인 대책 마련보다는 관련 업계 간 협력을 통해서 단기, 중기,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발전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홈페이지에서도 '한중관계브리핑'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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