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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무임승차 줄여 지하철 적자 줄인다? 퇴행적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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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무임승차 줄여 지하철 적자 줄인다? 퇴행적 꼼수

[정책쟁점 일문일답] 노인 복지, 축소할 때가 아니라 확대할 때

1. 전국 대도시의 지하철 공기업들이 노인 무임승차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합니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 소개해 주시죠?
⇨ 전국 6대 도시의 지하철 공기업들이 최근 정부에 건의문을 냈는데요. 그 내용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노인 무임승차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높이고, 65세 이상 70세 미만 노인에 대해서는 50%의 요금을 받도록 해달라는 것입니다. 둘째, 노인 무임승차 혜택을 소득에 따라 차등 적용하도록 해달라는 것입니다. 셋째,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분 전액을 정부가 보전해 달라는 것입니다.

2. 지하철 운영 공기업들의 이런 건의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은 노인 복지를 확대할 때이지 축소할 때가 아닙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GDP 대비 노인 복지 지출액 비율은 2.1%로, OECD 평균 7.3%의 1/4 수준에 그쳤습니다. 또 최근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9%(2011)로 전 연령대 평균 14.3%의 3.4배에 달했습니다. 노인 빈곤율이 49%라는 것은 노인들 중 49%가 전 계층 중간 소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지금은 노인 복지를 축소할 때가 아닙니다.

3. 지하철 공기업들은 자신들이 정부의 노인 복지 정책을 위해 과도한 희생을 치를 수 없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우리나라에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제가 도입된 것은 1980년대 초반입니다. 1980년에 70세 이상 노인에게 50% 할인을 했고, 1984년에 65세 이상에게 100% 할인을 한 것인데요. 서울지하철 1,2호선을 제외한 전국의 지하철 대부분이 1984년 이후에 개통되었습니다. 즉 전국의 지하철 대부분이 노인 무임승차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지하철 사업을 추진한 겁니다. 또 정부도 그런 것들을 조건으로 달아 사업 허가를 한 겁니다. 따라서 이제 와서 지하철 공기업들이 노인 무임승차제의 희생양인 양 주장을 한다면 그것은 명분이 없습니다.

4. 지하철 공기업들은 노인 무임승차로 인해 연간 35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지하철 공기업들은 자신들이 2011년 3억4895만 명의 무임승차로 인해 연간 3651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무임승차 손실액은 지나치게 과장된 것입니다.

5. 지하철 공기업들이 주장하는 무임승차 손실액이 지나치게 과장되었다는 근거가 있나요?
⇨ 거의 모든 경제학 기본서가 다루고 있는 '가격 차별'(price discrimination)이라는 개념을 적용해 보면 이들이 무임승차 손실액을 지나치게 과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가격 차별'이라는 개념에 대해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A도시의 어느 영화관 사장의 경우입니다. 그는 중고생 관객 요금을 50% 할인하여 이들 이용객을 4배 늘렸습니다. 그리고 이들로부터 과거보다 돈을 두 배 더 벌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이와 같은 기업들의 전략을 '가격 차별을 통한 이익 극대화 전략'이라 합니다. 다음은 B도시의 애향심 강한 영화관 사장의 경우입니다. 그는 고향의 중고생들에게 무료로 영화를 보여주어서 중고생 관객을 10배 늘렸습니다. 중고생의 연간 관객이 1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늘어난 겁니다. 이 도시의 영화 관람료가 만 원이라면 이 영화관 사장은 금전적으로 어느 정도 손해를 보았을까요? 손해액이 1억 원일까요? 아니면 10억 원일까요? 똑똑한 중고생이라면 1억 원이라고 답할 겁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하철 공기업들은 10억 원이라 우길 겁니다. 노인 무임승차로 인해 손실액이 연간 3500억 원이라는 지하철 공기업들 주장은 B도시 영화관 사장의 손실이 10억 원이라는 엉터리 논리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6. 그래도 노인 무임승차로 인해 지하철 공기업들이 입은 손실이 전혀 없다 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정도는 정부나 지자체가 보전해야 하지 않을까요?
⇨ 정부나 지자체가 노인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액을 보전해 준다면 500~1000억 원이면 적당할 겁니다.

7. 지하철 공기업 적자 문제,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입니까?
⇨ 모든 문제는 정공법으로 풀어야 제대로 풀립니다. 노인들에 대한 무임승차 혜택을 줄여서 적자를 줄인다는 발상은 정공법이 아닙니다. 꼼수일 뿐입니다. 지하철 공기업 적자가 늘어나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애초부터 지하철 예측 수요를 뻥튀기해서 무리하게 건설 사업을 추진해 적자가 누적된 지하철이 많습니다. 둘째, 방만한 경영으로 적자가 누적된 지하철도 많습니다. 셋째, 정부나 지자체의 과도한 요금 통제로 적자가 누적된 지하철도 많습니다. 이와 같은 원인 분석에 동의한다면, 정부나 지자체 그리고 공기업이 이 원인에서 해결책을 찾으면 됩니다.

8. 지하철 공기업들이 정부에 제출한 건의문을 보면 노인들의 소득에 따라 무임승차 혜택을 다르게 하자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그 주장에는 부분적으로 동의합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같은 연령층 내부의 빈부 격차가 더 심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지난해의 경우 30대의 소득 5분위 배율(소득 하위 20% 계층 소득 대비 소득 상위 20% 계층 소득 비율)은 4.9배였고, 40대는 6.7배, 50대는 7배였습니다. 반면 60대 이상의 5분위 배율은 10.5배로 나타났습니다. 65세 이상은 12배가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최근 노동단체와 시민단체들이 기초연금 수급 대상을 중하위 80%로 제한하자는 주장을 했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노인들의 무임승차 혜택 수급 대상도 중하위 80%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9. 또 지하철 공기업들의 건의문을 보면 65세 이상 70세 미만 노인에 대해서는 승차 요금 지원율을 현행 100%에서 50%로 낮추자는 주장도 들어 있습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노인 복지를 확대하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큰 상황에서 65세 이상 70세 미만 노인에 대한 승차 요금 지원율을 현행 100%에서 50%로 낮추자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특히 노인 빈곤율이 49%에 달하는 상황에서 65세 이상 70세 미만 노인에 대한 승차 요금 지원 혜택을 줄인다? 전혀 명분 없는 주장입니다.

10. 용인 경전철과 관련하여 질문하겠습니다. 최근 용인시는 경전철 민자 사업 재구조화를 통해 시가 부담해야 하는 보조금 비용을 크게 줄였다고 하는데요. 이것이 민자 사업의 새로운 출구가 될 수 있을까요?
⇨ 용인시가 민자 사업 재구조화를 했다 하여 민자 사업의 암세포적 성격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암세포가 더 은밀하게 숨어들어 수술 시기를 놓치게 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용인시 민자 사업 재구조화의 주요 내용은 저금리 추세를 반영하여 민자 사업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지자체 보조금 비용을 줄였다는 것인데요. 이것은 최악을 차악으로 바꾼 것에 불과합니다.

11. 민자 사업 재구조화로 민자 사업이 더 은밀하게 지자체의 암세포 역할을 할 것이라 했는데요.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가 있나요?
⇨ 최근 부채로 고통 받고 있는 하우스푸어들을 보면 재구조화된 민자 사업의 미래가 보입니다. 하우스푸어들이 어쩌다 저 지경이 되었나요? 고금리 때문입니까? 저금리 때문입니까? 저금리 때문입니다. 금리가 10% 이상이었던 1990년대 이전에는 가계 부채가 이렇게 심각하지 않았어요. 저금리 시대가 되면 국민들의 부채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너도나도 빚을 내서 투기하려는 욕망을 가지게 됩니다. 지난 20년간 일본을 거품 붕괴의 늪으로 빠뜨린 주범도 1980년대의 저금리였습니다. 최근 일부 지자체들이 저금리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민자 사업을 남발하고, 민자 사업자들에게는 저금리에 상응하는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는 안이한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매우 위험한 주장입니다. 이들의 인식은 지난 10년간 부동산 투기라는 늪에 빠져들었던 하우스푸어들의 인식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12. 그렇다면 지자체들은 SOC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추진해야 합니까?
⇨ 지자체들 SOC사업에 관한 정책적 대안을 요약해서 간략하게 말하겠습니다. 첫째, 지자체들은 SOC 예측 수요 뻥튀기가 국민들에 대한 큰 죄악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둘째, 예측 수요 뻥튀기에 관련된 자들에게는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징계를 내려야 합니다. 셋째, 일정 규모 이상의 SOC사업을 할 때 지자체가 행한 수요 예측을 중앙정부 산하 연구 기관이 검증하도록 하고, 또 지자체들이 그 결과를 검증 기관에 제출하기 직전, 반드시 국민들에게 공개하도록 제도화해야 합니다. 특히 후자가 보장되지 않으면 투명도는 결코 높아지지 않습니다. 넷째, 타당성이 확인된 SOC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지자체 자체 재원으로 추진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렇지 않고 과거에 파산한 일본 지자체들처럼 SOC사업을 지방 공기업에 전가하고 지방 공기업의 부채를 은폐할 경우, 지자체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상당수 지자체들이 지방 공기업의 부채를 은폐해서 파산한 일본 지자체들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습니다. 매우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13. 민자 사업을 통한 SOC사업은 지방 공기업을 통한 SOC사업보다 외부에서 통제하기가 더 어렵지 않나요?
⇨ 물론입니다. 지방 공기업 부담으로 수행되는 SOC사업이 지자체 부담으로 수행되는 SOC사업보다 더 외부 통제가 어렵고, 민자 사업에 의존하는 SOC사업이 지방 공기업 부담으로 수행되는 SOC사업보다 더 외부 통제가 어렵습니다.

14. SOC사업을 지방채를 발행하여 수행하는 경우와 민자 사업을 통해 수행하는 경우, 비용 차이는 어느 정도 나나요?
⇨ 최근 일부 지자체들의 민자 사업 재구조화 과정을 보면, 민자 사업자에게 5% 내외의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방채를 발행할 경우 채권 금리는 3~4%입니다. 결국 지자체들은 지방채 발행을 포기하고 민자 사업을 추진하여 금리 1% 이상의 추가 부담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지자체들의 이런 정책이 가지는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어차피 둘 다 부채인데, 지자체들이 지방채 발행을 포기하고 민자 사업을 추진하면 추가 부담이 발생합니다. 둘째, 지자체들이 지방채 발행을 포기하고 민자 사업을 추진하여 부채를 민자 사업에 은폐하면 정부와 의회, 그리고 국민들에 의한 재정건전성 통제가 더 어려워집니다. 셋째, 민자 사업의 경우에는 정부나 지자체가 건설 보조금을 퍼 주는 경우도 많아 정부와 지자체 추가 부담이 더 많이 늘어납니다. 기획재정부는 2014년도 정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민자 유치 건설 보조금'을 무려 1조1639억 원이나 책정해 놓았습니다. 2013년 6523억 원(본예산)에 비해 무려 5116억 원이나 많은 금액입니다. 이것은 현 정부의 민자 사업 확대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매우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15. 일부 지자체들은 지방채의 경우 일시에 발행하고 일시에 상환해야 하는 반면, 민자 사업 운영 회사들은 금융 기관이나 대주주로부터 돈을 쉽게 빌리고 또 쉽게 상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정부나 지자체가 국채나 지방채를 1조 원 단위나 1000억 원 단위로 일시에 발행하고 일시에 상환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 번에 1조 원어치나 1000억 원어치를 발행하더라도 그것을 소규모 단위로 쪼개서 시장이 소화하도록 하고, 상환할 때도 소규모 단위로 쪼개고 상환 시기를 달리합니다. 따라서 그 과정은 민자 사업 운영 회사가 금융 기관이나 대주주로부터 돈을 빌리고 상환하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자체들이 후자를 선호하는 것은 중앙정부와 의회, 그리고 국민들의 '재정건전성 통제'를 피하기 쉽고, 또 마음 편하게 민자 사업자들에게 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16. 민자 사업 운영 회사들이 금융 기관이나 대주주로부터 돈을 빌리고 상환한다고 했는데요. 민자 사업 재구조화가 되어도 민자 사업 운영 회사들에 대한 대주주의 고리대금업은 그대로 존재하나요?
⇨ 금리가 낮아지기 때문에 고리대금업이라 보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민자 사업 운영 회사들에 대한 대주주의 대금업은 그대로 존재하게 됩니다. 최근 일부 지자체들의 민자 사업 재구조화 과정을 보면 새로운 대주주들 대부분이 금융 회사인데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지자체가 지방채를 발행하면 금리 3~4%의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데 굳이 민자 사업을 추진해서 금리 5% 내외의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하니, 금융 회사들이 그 금리 차이를 노리고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겁니다. 결국 민자 사업 재구조화는 중앙정부와 의회, 그리고 국민들의 '재정건전성 통제'를 피하고, 민자 사업자에게 초과 이익을 퍼주기 위한 꼼수에 불과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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