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하철 9호선의 재구조화 작업을 완료했다. 맥쿼리는 9호선에서 손을 털었고, 최소운영수입보장(MRG) 계약은 해지됐다. 서울시는 3조 원 가량의 재정 지원을 아낄 수 있게 됐고 민자사업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냈다고 자평하고 있다. 무엇보다 요금 결정권을 서울시가 회수해 시민들에게 안정적인 지하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손실에 대한 책임 문제, 남아 있는 민자사업 모델 재정립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시장은 23일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어 "맥쿼리는 9호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됐다"며 "민간사업자에게 부여돼 있던 운임결정권을 서울시로 되가져와 독자적 요금 인상은 불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입장에서 이번 재구조화의 최대 성과는 '요금 결정권 회수'다. 9호선에 대한 문제가 본격화된 것도 지난 4월 9호선 측에서 요금 인상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였다. 기존의 민자사업자 계약 내용에 따르면 9호선 요금은 물가인상률에 운임상승률(2018년까지 3.41%)을 더해 계속 오를 수밖에 없었고 책정 요금이 올라갈수록 서울시의 보조금 규모도 더 늘어나는 구조였다.
박원순 시장은 "재구조화로 인해 지하철 9호선 요금도 다른 지하철과 동일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성과는 9호선에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쏟아 부어야 할 세금을 아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기존 최소운영수입보장(MRG) 계약에 따라 8.9%(경상수익 13%대)의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서울시는 매년 500억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해야 하던 터다.
서울시는 현재 방식의 계약이 유지될 경우 30년간 9호선에 투입되는 재정지원금이 5조3377억 원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이번에 재구조화를 하며 계약을 비용보전방식으로 바꿔 3조 원 이상의 재정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새로 계약을 하며 실질사업수익률을 1.8%(경상수익 4.86%)로 재조정했고, 운영사의 적자를 보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재정지원 규모는 2조 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서울시의 설명에 따르면 9호선의 경우 2013년 승객이 예측 수요의 105%에 이르는 등 수익성이 좋아 적자 보전을 위한 재정 투입이 크지 않다는 전망이다. 문제는 운송원가에 비해 낮은 지하철 요금으로 인한 재정 지원인데, 이는 다른 지하철 노선에도 똑같이 지원되는 것이기 때문에 시민 교통 복지 차원에서 지원이 불가피한 내용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시가 이번 재구조화와 함께 내놓은 '시민펀드'도 주목된다. 지하철 9호선을 기존의 맥쿼리 등에게서 인수하는 자금 7464억 원 중 1000억 원을 시민펀드로 조성키로 했다. 지하철 9호선의 투자 수익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다. 4,5,6,7년 만기로 4.3%의 고정금리의 환매 가능한 수익증권 형태로 운영된다. 10만 원부터 2000만 원 까지 투자할 수 있다.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3조 원을 절약하게 됐다고 자평하지만, 지금까지 낭비된 세금은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9호선 지분 24.5%를 가져 대주주였던 맥쿼리는 지분 매각을 통해 284억 원의 매매차익을 얻게 됐다. 13%의 수익률을 얻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13%의 수익률은 시장에서 이해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혜를 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사업권을 재구조화 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거래 여건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9호선이 첫 단추부터 잘 못 꿴 정책(MRG)임에도 불구하고 맥쿼리 등 민자 사업자가 적지 않은 수익을 얻었을 뿐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결과가 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감사 등을 실시했지만 도덕적 책임은 거론될 수 있지만 행정적으로 책임을 묻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맥쿼리가 참여해 비슷한 방식으로 추진된 민자사업인 '우면산 터널'의 사업권 회수가 당장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시장은 "지하철 9호선 민자사업 혁신모델은 앞으로 서울시 민자사업의 나침반이 될 것"이라며 "우면산 터널, 경전철 건설의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용 서울시의원은 "9호선 협상에서 얻어진 경험과 신뢰를 바탕으로 우면산 터널에 대한 협약 변경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경전철 등 대규모 민자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서울시의 적극적인 반성과 성찰을 통한 합리적 계획 수립도 중요하다. 박 시장은 "시민의 이익이 되는 범위 안에서 적극적으로 민자사업을 유치할 것"이라며 "서울시 공무원들이 민자사업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중요한 지혜와 경험이 됐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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