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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불법화? 그 논리대로면 현대차부터 폐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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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전교조 불법화? 그 논리대로면 현대차부터 폐쇄해야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노동 외면하고 자본 편드는 정부의 이중 잣대

전교조 법외노조 논란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런데 말은 똑바로 하자. 지난 16~18일 진행된 조합원 투표를 통해 전교조가 선택한 것은 '법외노조의 길'이 아니다. 전교조 조합원들이 선택한 것은 '해고자를 노조에서 배제하라는 고용노동부의 부당한 시정 명령을 거부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투표 결과를 놓고 거의 모든 언론이 "전교조, 법외노조 선택"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는 "노동부의 시정 명령 거부 = 법외노조"라는 박근혜 정부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한번 물어보자. 도대체 무슨 법 몇 조 몇 항에 근거하여, 조합원 6만 명 규모의 노조에 대해 한순간에 법적인 모든 권리를 박탈해버릴 수 있단 말인가?

본 법에 근거도 없는 '법외노조 통보'

전교조와 관련한 법률이라면 '노동조합 및 노동쟁의조정법'(이하 '노조법') 또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교원노조법') 두 가지가 있다. 그런데 두 가지 법률을 눈을 씻고 쳐다봐도 법외노조 통보를 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볼 수가 없다. 어떻게 된 일일까?

노동부가 설명하는 근거는 노조법이나 교원노조법에 있는 본 법 조항이 아니다. 노조법 '시행령 제9조 2항'이 전부이다. 시행령은 국회가 만드는 것이 아니며, 본 법이 위임한 범위 내에서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만들게 된다. 그런데 이 시행령 제9조 2항은 본 법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

'법외노조 통보'라는 단어는 노동조합과 관련한 법률을 통째로 뒤져봐도 이곳에서만 유일하게 등장할 뿐이다. 본 법에서는 노동조합이 설립신고서를 제출했을 때, 이런저런 법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설립신고서를 반려할 수 있다는 조항만 있을 뿐, 이미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노조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다는 조항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노동조합 및 노동쟁의조정법 시행령 제9조(설립신고서의 보완 요구 등) ② 노동조합이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후 법 제12조 제3항 제1호에 해당하는 설립신고서의 반려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행정관청은 30일의 기간을 정하여 시정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당해 노동조합에 대하여 이 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위 시행령은 언제, 어떤 이유로 만들어진 것일까? 군사독재 시절 노조법에는 정부가 특정 노조에 대해 해산을 명령할 수 있는 '해산 명령권'이 명시되어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조항이지만, 뭐 군사독재 시절 법 조항에 비상식적인 것이 어디 한둘이던가?

그러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과 7·8·9 노동자 대투쟁의 결과로 노조법에서 '해산 명령권'이라는 조항이 삭제되기에 이른다. 비로소 상식을 되찾은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군사독재의 연장에 불과했던 노태우 정부가, 1988년에 슬그머니 위 시행령을 끼워 넣게 된 것이다. 당시에는 국회가 여소야대 상황이었기 때문에, 위의 조항을 본 법에 삽입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정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몰아붙이는 근거인 노조법 시행령 제9조 2항은 군사독재의 망령이 깃든 조항이다. 하지만 민주화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었기에 정부도 함부로 이 조항을 사용할 수 없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정부가 보완 요구를 한 적은 몇 차례 있지만 극히 소수에 불과하며, 법외노조 통보를 하겠다는 것은 전교조가 최초 사례가 아닐까 추정된다.

쉽게 말해 사실상 사문화된 시행령 문구 하나, 그것도 '노조 해산 명령권'이라는 군사독재의 잔재에 불과한 시행령 하나를 빌미로 조합원이 6만에 달하는 전교조를 불법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 전교조가 합법화 14년 만에 다시 기로에 섰다. ⓒ연합뉴스

해고자 9명 때문에 법외노조? 그럼 10년 넘게 1만 명 '불법 파견' 현대차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노동부가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전교조가 해고자 9명을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고자들이 갑자기 최근에 노조에 가입한 것도 아니고, 전교조가 설립되던 시절부터 해고자들을 당연히 조합원으로 인정해 왔는데 이제 와서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정해진 날짜 안에 해고자들의 노조 탈퇴서를 받아오고, 규약에서 해고자를 지우지 않으면 노동조합으로서 보장된 일체의 법적 권리를 박탈하고, 6만여 조합원에게 보장되는 조합원으로서 권리도 모조리 빼앗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본 법에 근거도 없는 시행령 문구 하나로 말이다.

그렇다면 이와 반대되는 사례를 한번 들어볼까? 사실 현대차 불법 파견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노동부장관에게 부여되어 있다.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파견법) 제19조에 따르면, 불법 파견 및 무허가 파견에 대해 장관이 '폐쇄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19조(폐쇄 조치 등) ① 고용노동부장관은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근로자 파견 사업을 하거나 허가의 취소 또는 영업의 정지 처분을 받은 후 계속하여 사업을 하는 자에 대하여는 관계공무원으로 하여금 당해 사업을 폐쇄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게 할 수 있다.
1. 당해 사무소 또는 사무실의 간판 기타 영업표지물의 제거·삭제
2. 당해 사업이 위법한 것임을 알리는 게시물의 부착
3. 당해 사업의 운영을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기구 또는 시설물을 사용할 수 없게 하는 봉인

이건 앞서 논란이 되었던 시행령 문구가 아니라, 파견법의 본 법 조항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별도의 절차를 시행령으로 만들 필요도 없을 정도로 명확하고 구체적인 조치들까지 열거해 놓았다. 그런데 지난 10년 동안 노동부는 현대차는 물론이고 다른 불법 파견 사업장에도 이런 조치를 일절 취한 바가 없다.

2004년 12월 노동부가 현대차 울산·아산·전주의 1만 비정규직 전체를 불법 파견으로 판정한 직후,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왜 사업 폐쇄 조치를 하지 않느냐고 항의해왔다. 노동부장관을 직무 유기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마다 노동부가 변명한 내용은 "사업을 폐쇄할 경우 하청·도급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이 야기되기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었다.

어처구니없는 내용이다. 왜냐하면 노동부가 사업 폐쇄를 위한 조치에 나서겠다고 하는 순간, 자본 측은 불법 파견을 시정하고 정규직 전환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불법 파견 하청업체 사업이 폐쇄되면 현대차는 자동차를 단 한 대도 만들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대중 정부 초기에는 캐리어 등 일부 불법 파견 사업장에 대해, 불법 파견을 시정하지 않으면 사업 폐쇄를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공문을 노동부가 보낸 바 있다. 이 사업장들의 경우 곧바로 자본 측이 2년 이상 근속한 사내 하청을 정규직으로 전환함으로써 불법 파견 시정에 나선 바 있다. 그런데 그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이런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 현대차 비정규직의 눈물. 현대차 불법 파견 문제는 10년이 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노동부의 이중 잣대 : 노동 위해선 안 되고, 자본 위해선 막강한 권한 남용

지난 10년 동안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속적으로 사업 폐쇄 조치를 사용하라고 요구해왔다. 그렇게 되자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 운운하던 노동부의 명분이 설 땅이 사라지게 되었다. 해당 노동자들이 고용 불안을 감수하고서라도 사업 폐쇄를 요구한다는데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그러자 노동부는 이제 신종 논리를 개발했다. 올해 6월에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업 폐쇄 조치 관련 질의에 대해, 노동부는 이런 회시문을 보내왔다.

'사업장 폐쇄 조치'는 행정법상 직접 강제에 해당하고, 국민의 신체 및 재산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고의성 여부, 불법성의 정도(불법 파견 기간, 파견 근로자 수, 불법 파견 근로자 비율 등), 사업장 폐쇄에 따른 부작용(적법 도급 방식에 종사한 근로자의 실직 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 역시 어처구니없는 답변이다. 2004년 처음으로 불법 파견 판정을 받았을 때에는 잘 몰랐을 수도 있다 치자. 그러나 그 이후에는 현대차 비정규직에 대한 불법 파견 논란이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2004년 이후에는 '고의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게다가 불법 파견 기간은 10년이 넘었고, 노동부가 한때 불법 파견으로 판정한 사내 하청의 규모가 무려 1만에 육박한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도 사업 폐쇄라는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해괴한 논리이다.

반대로 전교조 사안을 한번 살펴보자. 위에서 노동부가 '국민의 신체 및 재산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했는데,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요구하고 쟁의를 벌이는 '노동기본권(노동3권)' 역시 헌법 제33조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다.

그렇다면 '법외노조 통보' 조치는 이러한 헌법상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고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법외노조로 통보되는 즉시 노조 사무실 임대료를 비롯한 각종 보조금은 환수 조치되고, 전임자로 인정받아온 수십 명의 교사들은 즉각 현장에 복귀해야 하며, 복귀 명령을 거부하면 징계와 해고 대상이 된다. 교육부 당국 역시 조합비 거출을 비롯한 일체의 조합 활동에 협조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파견법 본 법 조항에 명시된 권한은 '재산권'을 지켜줘야 하기 때문에 행사를 못하고, 본 법에 근거하지도 않은 시행령 문구 하나에 적힌 권한은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더라도 행사를 강행한다? 이것저것 종합적으로 고려한 흔적도 보이지 않는데!

이러한 노동부의 이중 잣대는 오직 다음의 기준을 적용할 때에만 설명이 가능하다. "정부의 권한은 자본가의 이윤 창출과 노동조합 말살을 위해서만 작동한다."

해고도, 불법 파업 낙인도, 법외노조 통보도, 대법·헌재 결정 내린 후 하든지!

현대차 불법 파견 관련 질의 회시에는 다른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를테면 최소한 노동부가 유관 기관인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에서 판정한 불법 파견에 대해서라도 행정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하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현대자동차(주) 사내 하청사의 불법 파견 사업 판정 건은 회사 측이 이를 수용하지 아니하고 행정소송 절차를 밟고 있는 등 불법 파견 사업이 현재까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이 건만으로 사업장 폐쇄 조치를 행하기는 곤란한 상태입니다.

쉽게 말해 현대차가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소송 절차를 밟고 있으니, 대법원 최종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얘기이다. 이것 역시 법과 질서, 공권력이 어떤 목적으로만 작동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 하겠다. 노동부 유관 기관이 판정한 불법 파견에 대해서조차 최종 확정 판결 전까지는 자신에게 부여된 행정 조치를 못하겠다고 얘기하는 것 아닌가!

이럴 거면 노동부 근로 감독 제도도 아무런 쓸모가 없다. 자본 측이 근로 감독에 이의를 제기해 소송 절차를 밟으면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말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도로상에서 음주운전 무법자를 적발하는 일체의 행위도 쓸모가 없다. 일정 수치 이상으로 알코올 농도가 측정되더라도, 해당 운전자가 면허 취소 등 행정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면 대법원 판결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그렇다면 해고와 불법 파업 문제도 똑같이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회사가 어떤 노동자에 대해 해고를 하려면, 그 해고가 정당한지 여부에 대해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고 나서 해고하라! 해당 파업이 불법 파업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노동부와 검찰이 판단하지 말고 법원에 물어보고 1심, 2심, 3심 모두 거쳐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불법 파업이라 판결한 후에 공권력을 행사하라!

마찬가지로 전교조 역시 해고자의 조합 가입 자격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는 교원노조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노동부가 그토록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려 한다면, 법외노조 통보 역시 위 헌법소원 결과가 나온 뒤에 하면 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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