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때는 태국(타이) 묵다한에서 라오스의 사바나켓을 연결하는 제2교를 지났고, 돌아올 때는 국경 다리는 아니지만 라오스 팍세 지역의 메콩 강에 건설된 팍세 다리를 건너 태국의 우본라차타니로 돌아왔다. 메콩 강은 티벳 고원에서 발원하여 최종적으로 베트남에서 거대한 삼각주를 만들며 남중국해로 빠져나가는 아시아의 가장 중요한 국제 하천 중의 하나이다.
동남아 10개국이 결성한 아세안은 2015년까지 아세안 전체를 단일 시장과 단일 생산 기지로 전환하고, 지역 내 국가들의 균형 발전을 달성하며, 경제 정책을 조화시켜 아세안 경제 공동체를 창설할 계획이다.
그러나 공동체 창설 계획은 역내 국가 간 발전 격차라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인도차이나 4국(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의 1인당 소득은 싱가포르의 수십 분의 1에 불과하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하는 인적 개발 지수에서도 싱가포르가 세계 20위권에 있지만,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은 140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발전 격차를 고려하면 각국이 같은 수준으로 시장을 개방하고, 제도를 채택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아세안은 인도차이나 지역의 경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그 중의 하나는 아세안 연계성(connectivity) 제고 프로그램이다. 아세안은 연계성 청사진에서 역내 고속도로 건설을 1순위 사업으로 지정하고 있다. 아세안 고속도로 중 인도차이나 지역 부분 도로는 지역 전체를 남북과 동서로 연결하여 격자망처럼 건설된다. 끊어져 있는 고속도로가 모두 연결되면 역내의 인적 교류, 교역, 투자가 증가할 것이다.
그런데 인도차이나 지역의 고속도로 건설에서 메콩 강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특히 라오스가 내륙국이기 아세안 고속도로는 라오스를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되고 메콩강은 태국과 라오스의 자연 국경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 태국과 라오스 간 제2우호교를 잇는 버스의 시간표. ⓒ박번순 |
2013년 8월 말 현재 메콩강 위에 태국과 라오스를 직접 연결하는 다리로 완공되었거나 완공을 앞둔 것이 모두 4개이다.
모두 우호교(友好橋)라고 불려지는 이 다리 중 제1우호교는 1994년에 완공되어 태국의 북동부 농카이와 라오스의 수도 비엔찬을 연결하고 있다. 제1우호교는 차도로 이용될 뿐 아니라 다리 중앙에는 철로까지 부설되어 태국 농카이에서 비엔찬의 외곽까지 기차가 다니고 있다.
제2우호교는 2006년 말에 개통되었는데 태국의 동부 묵다한과 라오스의 사바나켓을 연결하고 있고, 제3우호교는 역시 태국 동북부 지역인 나콘파놈과 라오스의 중부 지역인 타켁을 연결하는 다리로 2011년 말 개통되었다. 완공을 앞두고 있는 제4교는 태국 북부 지역인 창콩과 라오스의 훼이사이를 연결한다. 1교와 4교는 남북 고속도로, 2교와 3교는 동서 고속도로의 부분이다.
결국 메콩 강의 다리들은 인도차이나 내부뿐만 아니라 인도차이나와 중국까지 연결하는 지역 통합의 중요한 기반이다. 비록 유럽의 국경과는 달리 여전히 출입국 관리소에서 버스를 내려 출국과 입국 수속을 해야 하지만 양국 국민이나 여행객은 문제없이 국경을 통과하고 있다. 그래서 누구든지 태국에서 다리를 건너면 닿는 라오스의 타켁이나 사바나켓에서 비록 하루에 한편에 불과하지만 베트남의 하노이, 휴, 다낭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태국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2012년 한 해 동안 태국인 2만 명이 제3교를 이용해 라오스로 나갔고, 제3국 여행객 5.5만 명이 다리를 건넜다. 라오스의 타켁 시가 있는 캄무안주의 경우 연간 3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고 한다. 다리가 건설되기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그래서 메콩 강의 다리 위를 달리는 차량들을 보면 인도차이나 지역이 서서히 경제적으로 통합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 라오스의 팍세 다리. ⓒ박번순 |
동시에 메콩 강의 다리는 인도차이나 지역을 두고 벌이는 원조국의 이해관계를 알려 주기도 한다. 제1우호교는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정부가 3400만 호주달러를 지원하여 건설했다. 오랫동안 동남아에 대한 지식을 축적했던 호주가 가장 먼저 기념비적인 사업을 한 것이다.
제2우호교는 일본 정부의 자금 지원으로 완공되었다. 호주에게 선수를 빼앗긴 일본은 인도차이나 반도의 동서 회랑을 연결할 수 있는 다리를 건설한 것이다. 7000만 달러를 투입한 제2우호교의 건설 과정에서 크레인 붕괴 사고로 일본인 기술자 수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일본은 국경 다리는 아니지만 라오스 팍세의 메콩 강을 가로지르는 팍세 다리 건설에 자금을 대 2000년 완공하기도 했다.
제3우호교는 태국 정부가 5700만 달러를 지원하여 건설했다. 강대국의 원조 틈바구니에서 지역의 맹주를 자처하는 태국도 뭔가를 해야 했던 것이다. 마지막 제4우호교는 중국, 태국이 공동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이 제4우호교는 윈난성의 쿤밍에서 라오스를 거쳐 태국 창라이로 내려오는 남북 종단의 중요한 노선이 된다. 중국은 이 외에도 쿤밍과 비엔찬을 연결하는 초고속철도를 계획하고 있고 이 철도가 방콕과 싱가포르까지 연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적어도 동남아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메콩 강 다리 건설에 자금을 지원했다. 일본은 중국을 의식한 듯 동서 연결을 중시했고 중국은 남진을 위해 남북 연결을 중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지원국들의 역량이다. 돈이 있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다. 공적 개발 원조(ODA) 자금 지원은 결국 해당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것이므로 국민이 이를 이해해 줘야 한다. 지원 대상 지역에 대한 철저한 공부가 없다면 현지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기 어렵다.
호주가 라오스를 최초로 외부 세계로 끌어낸 제1우호교 같은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호주 전체의 역량이 컸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동남아에 대한 지식을 축적했던 호주만이 할 수 있었다. 제1우호교를 여러 번 방문했지만 갈 때 마다 이 다리의 건설을 위해 프로젝트를 알아보고 자금을 지원한 호주 시민 사회의 안목과 성숙함이 부러웠다.
이후의 건설된 다리들도 마찬가지이다. 제1우호교에 비해 그 의의는 감소했고, 일본, 태국, 중국 등이 자국의 이익을 반영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이들은 라오스 곳곳을 개방했다. 메콩 강의 다리를 통해 미답의 땅을 동경한 세계 각국의 배낭 여행객이 라오스로 찾아오고 라오스는 잠을 깨고 있다.
국경 도시인 사바나켓과 팍세에서는 한국인이 라오스에 설립한 '코라오'라는 회사가 대대적으로 한국 자동차의 할인 판매 행사를 하고 있었다. 라오스의 개방이 우리에게까지 혜택을 주는 것이다. 우리 정부나 시민 사회는 언제쯤 한 나라를 깨울 수 있는 저런 안목을 길러낼 수 있을까? 메콩 강의 다리 두개를 보고 온 느낌이다.
<프레시안>은 동아시아를 깊고 넓게 보는 시각으로 유명한 서남재단의 <서남포럼 뉴스레터>에 실린 칼럼 등을 매주 두 차례 동시 게재합니다. 박번순 홍익대학교 초빙교수의 이 글은 <서남포럼 뉴스레터> 196호에 실린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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