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4주년인 19일, 노무현 대통령은 특별히 공개된 일정 없이 하루를 보냈지만 친노직계들은 지지자 재결집을 위해 각종 강연회 등을 개최했다.
서울에서는 안희정 씨가 "원칙없이 당을 깨자는 주장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전면전을 선언했고 역시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천호선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경남지역 노사모 모임에서 "대선을 1년 남겨둔 상황에서 이제 노사모가 중심이 돼 과거 인터넷을 통한 조직적인 선거운동처럼 휴대전화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새로운 대선 전략을 생산해야 한다"고 봉화를 올렸다.
특히 천 전 비서관은 "통합신당의 목표인 후보 단일화의 시점은 지금이 아니며 완전 국민경선제를 통해 충분히 판을 키운 내년 9∼10월께가 적절하다"고 구체적 로드맵까지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9, 10월에 오픈 프라이머리해서 큰 판 벌이면 된다"
19일 저녁 경남 마산시 MS호텔에서 경남노사모 초청 특강에 나선 천 비서관은 "오픈 프라이머리를 잘 활용하면 대선을 앞두고 큰 연합, 큰 통합을 이룰 수 있다"면서 "여러 정당이 함께 모여서 후보를 만든다면 굉장한 힘을 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은 천 전 비서관은 "판을 크게 벌일 수 있다면 내년 9~10월에 경선을 해도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다"며 "인내심을 가지고 큰 판을 벌여 나간다면, 대선승리를 낙관하기는 어려워도 자신 있게 부딪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천 전 비서관은 당내 통합신당 세력뿐 아니라 민주당, 고 건 전 총리 등 범여권 통합물망에 오르고 있는 제 세력을 맹비난했다.
그는 먼저 여당 내에서 추진하고 있는 통합신당론에 대해 "원칙없는 무조건적인 정당간의 통합에 반대한다"며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노력은 소홀히 한 채 지역주의와 타협하고 이를 온존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이는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천 전 비서관은 또한 "통합신당을 추진하는 이들이 열린우리당이 실패했다고 주장한다면 실패의 원인부터 명백히 밝혀야 대안이 나오는데, (실패의) 기본적인 대전제조차 찾기 어려운 것이 현재 추진되는 통합신당론의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천 전 비서관은 "통합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민주당은 지역당이 아니라고 할 수 없으며 고건 전 총리는 대북정책에 있어 우리당과 다른 견해를 내놓고 있다"며 이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하지만 천 전 비서관은 민주당이나 고 건 전 총리와 연대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그는 "그 분들과 통합이 안 되는 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고 "통합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중심과 가치를 버리고 통합하는 것은 막아내야 한다"고 부연했다.
천 전 비서관은 특히 자신이 강조한 '9~10월 여러 정당이 모인 큰 통합'에서 두 세력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는 지금은 제 세력이 흩어져 있지만 일찍 합칠 필요 없고, 때가 되면 다 뭉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결국 '반한나라당 연합론'에 다름 아니었다.
"바로 이곳에서 봉홧불을 올리자"
이날 강연에서 천 전 비서관은 노 대통령을 엄호하며 노사모 등 친노진영의 직접행동을 주문하기도 했다.
천 전 비서관은 노 대통령이 통합신당론에 대해 '지역당 회귀'라고 비판하자 당장 '대통령이 정치에 개입하냐'는 비판이 터져 나오는 것에 대해 "대통령의 문제제기는 정치개입이 아니라 당이 지역주의와 타협하는 것이 아니냐는 절박한 걱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천 전 비서관은 "지금의 비대위는 최근 당원에 의해 뽑힌 조직이 아닌데도 능력 밖의 일을 하고 있다"면서 "(비대위가) 하는 행동을 볼 때 대선에는 관심이 없고 총선에서 표를 얻어 당선되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고 당 지도부를 맹비난 했다.
그는 "당이 위기일수록 당원들의 표를 통해 지도부를 구성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당의 중심을 세우지 않고 상대당과 통합하겠다는 것은 다른 사람한테 헌납하겠다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평당원 중심성에 대한 이같은 강조는 지난 4일 공개된 노 대통령의 편지나 뒤이은 친노진영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하는 것.
그는 "앞으로 1년 동안 인터넷이 중요한데 댓글문화는 한 물 간 것 같다"며 "지금은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만들면 10만~20만 명이 보는 시대"라며 "글뿐만 아니라 최신적인 기법도 배우고 준비해서 다시 사람들을 불러 일으켜 세울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천 전 비서관은 "바로 이곳에서부터 '봉홧불'을 올리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 내 '부산파'들이 줄줄이 귀향을 준비하는 등 이른바 '영남친노'들이 꿈틀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천 전 비서관의 이같은 당부는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이에 앞서 18일에는 이광재 의원이 부산에서 강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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