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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병원, 편법 자회사로 10~40배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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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형 병원, 편법 자회사로 10~40배 장사

[병원 영리 자회사 논란 ①] '리베이트' 단속 업체가 '영리 자회사' 사례로 둔갑?

병원이 주식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합법일까? 병원이 의료기기, 의약품, 건강관리 서비스 사업을 위한 합작 회사나 자회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수익을 배당하는 것은 합법일까?

비슷한 전례가 있다. 2008년 감사원은 병원의 의약품 도매상 겸업을 '불공정 거래'로 규정했다. 정부는 감사원 권고를 받아들여 약사법을 개정하고, 합동수사반을 꾸려 지난 6월 의약품 납품 업체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한 바 있다.

그러던 정부가 태도를 바꿔 지난 13일 병원 영리 자회사를 허용하는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병원의 수익 겸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던 정부가 이제는 이를 대놓고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 또한 '영리 자회사 허용'이 병원의 영리 행위를 금지한 의료법의 근본 취지에 어긋난다고 반발하고 있다. <프레시안>은
병원의 영리 자회사 허용 논란을 둘러싼 이슈를 2회에 걸쳐 다룬다. <편집자>

"(영리 자회사 허용은) 의료기관 임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병원 수익을 오너가 투자한 영리 자회사로 합법적으로 빼돌리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짙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8일 '정부의 제4차 투자 활성화 대책에 대한 입장'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병원에 영리 자회사를 허용하면 분식 회계나 우회적 리베이트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병원이 별도의 회사를 설립해 부당 이득을 챙겨왔다는 논란은 이전에도 있었다. 2008년 감사원은 '국민건강보험 약제비 관리 실태'라는 보고서를 내고, 병원이 병원장이나 이사장 친인척 등 명의로 의약품 도매상을 만들어 의약품을 독점적으로 비싼 가격에 공급해 '불공정 거래'를 했다고 지적했다.

의약품 도매업체를 통해 축적한 순이익은 도매업체 소유주인 친인척들을 통해 병원에 우회 배당됐다. 투자 금액의 10~40배까지 회수됐다. 대학 병원 직영 도매상은 영업 이익의 대부분을 대학 기부금 형식으로 내기도 했다. 이러한 관행은 '직영 도매상을 이용한 신종 리베이트'라고 기사화됐다.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특히 세브란스병원에 의약품을 독점 납품해오던 '㈜안연케어(구 제중상사)'가 집중 공격을 받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혜숙 전 의원에 따르면, 연세대학교가 지분 100%를 보유했던 이 회사는 2008년 117억 원의 영업 이익을 올리고 그보다 2억 원 많은 119억 원을 해당 학교에 기부하면서 순손실을 기록한 뒤 법인세를 전혀 내지 않았다.

당시 약사법은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약품 도매상 허가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제했다. 하지만 병원들은 친인척 등을 동원해 도매상을 운영함으로써 교묘히 법망을 피해갔다.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며 감사원은 "의약품 도매상 허가 결격 사유를 입법 취지에 맞게 더 명확히 규정하라"고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감사원 지적의 취지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병원 이사장뿐 아니라 이사장의 친인척, 병원을 사실상 소유하는 법인 등이 소유한 의약품 도매상이 해당 병원에 의약품을 공급할 수 없도록 약사법을 개정했다. 이 법안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2년에 발효됐다.

이후에도 지난 6월 4일, '정부 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은 국내 굵직굵직한 대학 병원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을 압수수색했다. 대상은 건국대병원, 고대안암병원, 백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에 의약품을 납품하는 도매업체들이었다. 이들 업체는 기부금 명목으로 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압수수색당한 의약품 도매업체, 영리 자회사의 예시?

그로부터 6개월 뒤인 지난 13일, 정부의 태도가 돌연 바뀌었다. 병원 영리 자회사를 허용하는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병원의 우회적인 수익 겸업을 '부당 이익'으로 규정하던 정부가 이제는 이를 대놓고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연세대학교가 의약품 도매상인 ㈜안연케어(구 제중상사)를, 서울대병원이 건강관리 서비스 회사인 '㈜헬스커넥트'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는 점을 예시로 들었다. '학교법인'은 영리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 다른 병원도 영리 자회사를 만들어 수익을 추구하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는 논리다. 정부가 '불공정 거래'의 대명사로 감사원 지적까지 받았던 회사를 돌연 병원 자회사의 예시로 꼽은 것이다.

▲ 지난 13일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관계 부처 협동으로 정부가 내놓은 '제4차 투자 활성화 대책' 일부.

서울대병원의 합작 회사 '헬스커넥트'도 논란의 소지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감사원의 지적으로 병원이 의약품 도매상을 우회 소유하지 못하도록 약사법은 개정됐지만, 그 외에 다른 의료 관련 분야에 대해서는 병원이나 병원의 '특수관계인'이 특정 회사를 설립하지 못하게 하는 법적 근거는 없다. 오히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의료법 시행 규칙을 개정해 의료기기 구매, 바이오산업 등 병원 부대 사업의 범위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그 덕분에 서울대병원은 SK텔레콤과 100억 원을 투자해 건강관리 서비스 회사인 '㈜헬스커넥트'를 세웠고, 대표 이사 자리에는 '특수관계인'인 이철희 현 분당서울대병원장이 임명될 수 있었다. 병원 개설자나 특수관계인이 의약품 도매상을 허가받을 수 없도록 한 약사법에 준용하면, 서울대병원의 합작 회사 설립은 감사원 지적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 "유통 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불공정 거래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다른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탓이다. (☞관련 기사 : "서울대병원 영리 합작회사 설립, 의료법 위반 소지")

▲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프레시안

일단 만들면 정부가 규제 풀어준다?

게다가 현재까지 병원이 건강관리 서비스업을 제공할 법적 근거는 아직 없다. 2010년과 2011년 변웅전 전 의원과 손숙미 전 의원이 각각 발의한 '건강관리서비스법'이 '의료 상업화'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18대 국회 만료로 폐기됐고, 최근 정부가 이를 재추진하고 있을 뿐이다. 또 헬스커넥트가 추진하는 '원격 의료'를 하려면 의료법을 개정해야 한다. (☞관련 기사 : 국내 첫 '원격 진료' 허용, 대형병원 상업화 포석?)

그런데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법인 설립이나 부대사업 관련해서 현재 서울대병원이 하고 있는데, 누구도 이 병원을 영리 병원이라고 하지는 않지 않느냐"며 "(영리 자회사 허용이) 수익성을 보장해주는 것이고,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건강보험 재정이나 환자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수익성'이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는 18일 성명을 통해 "병원이 주식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 정부의 투자 활성화 대책은 국민의 건강관리를 책임져야 할 정부가 오히려 보건의료를 돈벌이용 성장 산업으로 만드는 어처구니없는 정책"이라며 "정부가 위법 여지가 있는 사업을 앞장서서 권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정희 서울대병원분회 분회장은 "서울대병원은 정부가 예시한 것처럼 (자회사를 만들 수 있는) '학교법인'이 아니라, '서울대병원 설치법'에 따른 별도의 비영리 독립 법인"이라며 "헬스커넥트 설립이 영리 추구를 금지한 의료법에 위배되는지, 서울대병원 설치법에 명시된 사업에 부합하는지 법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측은 이들 자회사가 법적으로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약사법 개정에 따라 안연케어의 지분 매각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의약품 공급업체의 수익금을 기부금 형식으로 받는 것은 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은 헬스커넥트 설립과 관련한 법적 검토를 마쳤으며, 교육부에서 공식적으로 사업 승인을 받아 문제될 게 없다고 밝힌 상태다.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을 필두로 산업계도 '새로운 의료 수익 창출'을 근거로 정부에 대한 압박을 높여가고 있다. 이미 2010년 삼성그룹은 오는 2020년까지 바이오산업과 헬스케어(건강관리 서비스) 등에 2조1000억 원을 투자해 연 매출 10조 원 규모의 사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T 또한 지난해 7월 세브란스병원과 건강관리 서비스 합작 회사인 '후헬스케어'를 세웠다. (☞관련 기사 : 박근혜 야심작 '의료 관광', 실은 독(毒)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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