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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전교조는 '붉은 해충'? 전교조 진짜 목적은…"

[전교조 해직자 인터뷰 ②·끝] 입시 교육 반대하는 이성대 교사

"저 같은 사람이 정치꾼이라면 어불성설이죠. 정치에 관심 있다면 이 나이 되도록 현장에서 교사 했을까요? 정부에서 우리를 몰아가는 거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인 이성대(54) 교사는 '전교조는 정치꾼'이라는 비난에 대해 단호하게 반박했다. 그는 '전교조는 집단 이기주의적'이라는 말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한 그는 "조금만 노력하면 교육부 직책도 맡을 수 있고, EBS 강사도 하고, 교과서 저자나 수능 출제위원도 할 수 있지만 그런 길을 택하지 않았고, 전교조 조합원들은 윗사람과 대립해서 바른 말을 하는 탓에 학교에서도 승진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전교조가 '밥그릇 지키려 한다'는 말을 들으면 억울하다. "돈과 직위, 명예. 이런 거 다 상관없이 젊었을 때부터 활동한 게 교원노조인데…."

"서울 사립학교 절반 비리 실태, 모른다"

이 교사는 교육부가 조합원에서 배제하라고 지목한 해직 교사 9명 가운데 한 명이다. 이번이 두 번째 해직이다. 첫 해직 사유는 1989년 전교조 창립 멤버로 활동했다는 것이었다.

1987년 첫 교직 생활을 한 이 교사는 '민주주의가 실종된' 시대에 전교조 조합원으로서 양심에 어긋나지 않게 살았다고 자부했다. 이 교사는 전교조가 학교 비리를 감시해온 역할을 해왔다고 했다. "촌지가 없어진 건 수십 년 전이고, 요즘은 공립학교에서는 교장이 비리를 저지르면 난리 난다"고 했다.

그가 전교조 조합원이 없는 사립학교 실태를 걱정하는 이유다. 서울시교육청 자료를 보면 서울시의 고등학교 318개교 가운데 공립학교는 99개교인데, 나머지 219개 사립학교 중에 절반 가까운 학교에 전교조 조합원이 한 명도 없다고 했다. 그는 "그 절반의 사립학교들에서 학생 인권이나 교사 채용 비리 실태가 어떤지 모른다"며 "항간에는 5000만 원 받는다, 1억 받는다는 얘기만 떠도는데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해직자 대다수는 비리 투쟁했다"

두 번째 해직은 2008년 교육감 선거가 계기였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주경복 당시 교육감 후보의 선거 운동을 한 것으로 간주됐고, 당시 전교조 서울지부 부지부장이었던 그는 벌금형을 받았다. 교사는 금고형 이상을 받으면 당연 해직된다.

이 교사는 "구체적인 사유를 적시하지 않고 투표 독려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이유로 유죄를 판결했다"고 억울해 했다. 이와는 별개로 "한국 사회가 교사의 참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상 교원 노조는 교육감 후보를 낼 수만 있고 선거 운동을 해서는 안 되는데, 교육계 당사자인 교사에게도 특정 교육 정책을 지지하거나 비판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조합원에서 배제할 것을 요구한 해직자 명단 9명 가운데 이 교사를 비롯한 6명은 같은 이유로 해직됐다.

주목할 점은 전교조의 전체 해직자 수는 9명이 아니라 22명이라는 점이다. 이 교사는 "전교조 해직자 22명의 대부분은 학교 비리 반대 투쟁을 했거나 위원장단 출신"이라며 "정부가 일부러 9명을 찍어서 그 중에 6명을 '선거법 위반'으로 채움으로써 해직자 대다수가 '정치꾼'인 것 같이 여론을 호도했다"고 말했다.

"해직자 내치라는 건 패륜적"

전교조가 새 정부 들어 '표적'이 된 이유에 대해 그는 "이념적인 잣대를 씌워서 공격하기에 (전교조가) 가장 수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는 "역사 교과서 문제만 해도 그렇듯이 교육 문제는 이념 시비에 휘말리기 쉬운데, (정부나 정치권이 전교조를) 공격할수록 이득을 본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 2006년 12월 23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반(反)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지향하는 뉴라이트 교사연합 창립대회에 참석한 한나라당 박근혜(오른쪽부터) 대표, 국민중심당 심대평 공동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등 참석자들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한때 사학 재단 이사장이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전교조의 악연은 길다. 2005년 개방 이사 제도 도입을 뼈대로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두고 박 대통령은 "한 마리 해충이 온 산을 붉게 물들일 수 있고 전국적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 이번 날치기 법이 시행되면 노무현 정권과 전교조는 이를 수단으로 사학을 하나씩 접수할 것"이라고 발언하며 강경 반대 투쟁에 나선 바 있다. ⓒ연합뉴스

이 교사는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뒀다는 이유로 전교조에게 '노조 아님'을 통보한 정부에 할 말이 많다. 그는 "정부가 해직자를 내치라는 것 자체가 패륜적"이라며 "약자를 위해 있어야할 노조가 가장 약자인 해직자를 배제해서 '우리는 노조가 아니다'라고 자기 부정을 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교사들의 기본권을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제약하고,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받았다는 이유로 '법외 노조'를 만든 조치 또한 너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마치 "경미한 잘못을 해서 '교내 봉사'로 처리할 학생에게 '퇴학 선고'를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 교사는 "정부가 불교 종단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듯이 시민 사회의 자율적인 영역이 있다"며 "교육계와 노동조합도 스스로 규율을 만들어 나가야지, 정치가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받지 말라고) 일일이 규율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쟁 교육 없애려고 조합원 하는 건데…"

그는 일부에서 '색깔론'을 덧씌우는 것과는 달리, 전교조의 핵심적인 정책 목표는 '입시제도, 경쟁 교육 폐지'라고 강조했다. 시험에 나오는 것을 외우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교육다운 교육을 해보자고 모인 사람들이 전교조 조합원이라는 것이다.

이 교사는 "학교에 있다 보면 말은 공교육인데 실제로는 학교가 학원과 다르지 않다"며 "학생들이 '입시에 얼마나 도움을 줄 건지'로 교사를 평가하는 곳이 입시 준비 기관이지 무슨 교육기관인가"라고 비판했다. 교사로서 회의감이 들 때도 많다.

"나는 왜 사교육화 된 학교에 날마다 출근해서 '시험에 잘 나오는 걸' 알려주고 있나…. 교사로서 자괴감이 많이 들어요. 부모들은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자기 자식은 예쁘거든요. 교사도 마찬가지에요.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교사에게는 학생 하나하나가 소중한데, 학교에서 성적이 낮은 아이들을 '인생 패배자'인 것처럼 낙인찍는 게 너무 불합리해요.

▲ 이명박 정부가 도입한 '초·중등학교 일제고사'에 반대해 학부모의 체험 학습권을 인정한 전교조 교사 7명에게 서울시교육청이 2008년 12월 '복종의 의무, 성실의 의무' 위반을 이유로 파면·해임 등 중징계를 내렸다. 사진은 중징계 통보를 받은 교사가 학생에게 받은 문자 메시지. ⓒ프레시안

교사들은 학생 한 명, 한 명과 스승과 제자이고 싶어 합니다. 서로 대상화하지 않는. 학생은 미완성된 인격체이기에 남을 때릴 수도 있고 물건을 훔칠 수도 있고 일탈할 수도 있지만, 그런 아이들까지 전부 제 제자입니다. 어떻게든 인내심을 가지고 교육적인 관계를 맺어서 학생들을 사회 인격체로 만들어 내고 싶어요. 그러다 나중에 사회 곳곳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는 수많은 제자들이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끼면서 30년 교직 생활을 마치는 게 제 꿈이에요. 그러려고 조합원 하는 건데…. 현실은 학생들을 줄 세우는 것이죠."

이 교사는 "입시 제도가 모든 실패를 개인의 탓으로 돌린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학력에 따른 임금 차별을 정당한 것처럼 느끼게 함으로써 불합리한 사회 구조를 은폐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학생들이 성적의 노예가 돼서 정신적으로 고통 받고, 일탈 행동하고, 스스로 열등감 느끼고 엇나가는 모습을 보면 교사로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그렇다고 해서 학생이 시험에 나오는 것만 알려달라고 하는 것을 탓할 수 없다"며 "교육은 사회 구조와 떼어놓을 수 없고, 교육 민주화 수준은 사회 민주화 수준을 넘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교조 법외 노조화=민주주의 후퇴 신호탄"

사회 민주화를 이 교사는 '톨레랑스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서로 생각이 달라도 노동조합 활동 보장, 언론의 자유, 선거와 같은 제도를 도입해 사회적인 여론에 부쳐서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게 사회 민주주의의 확대"라고 말했다.

반대로 '전교조 법외 노조화'는 민주주의 후퇴의 신호탄이라고 경고했다. 이 교사는 "갈등의 해결을 제도화하지 않아서 87년 항쟁에서 갈등이 폭발했고, 그 결과 대통령 직선제, 언론 자유 보장, 노조 활동 보장, 전교조 합법화 등을 합의했다"며 "전교조를 깨려는 것은 그 중요한 합의 사항을 깨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정 세력이 자기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을 배척하고 벼랑 끝으로 몰아내는 게 독재"라며 "사회에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갈등을 관리하고 해결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간다면 배제된 다수는 저항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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