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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 취재파일 - 한국의 이너서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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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기자 취재파일 - 한국의 이너서클 <3>

건설회사 K회장의 푸념

이 이야기는 지난 80년대 후반 힐튼호텔 D룸에서 손광식 본지 고문이 건설계 대원로인 K회장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K회장은 일본 도쿄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뒤 해방후 건설업계에 뛰어들어 수십년동안 건설 외길을 걸어왔다. 이 회사는 한 때 건설업계 도급순위 다섯 손가락에 안에 들 정도로 승승장구하다가 97년 외환.금융위기를 겪던 와중에 자금난으로 도산했다.
K회장의 체험담은 건설업계를 둘러싼 우리나라 정경유착이 얼마나 극심했으며, 이같은 비리구조가 한 때 세계건설시장을 주름잡았던 우리나라 건설업계의 현재 몰락상과 무관치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편집자


이거 우리경제가 큰 일 났어. 한 3년은 죽 쓸 거여. 이젠 회장자리도 때려 치고 난 고문이나 할란다.

나 어릴 때 고생 지독하게 했지. 만주에 가서 한 2년 방 같지도 않은 거지같은 쪽방에서 살았어. 바지를 입을 때 서지도 못해 쪼그리고 앉아서...그 지랄을 했어. 동경 가서 공부할 때는 38번이나 이사를 했어. 가네쓰마라고 일본이름 비슷하게 써 속였지. 안 그러면 쫓겨나니까. 그러다가 고향 집에서 편지가 오면 들통이나 쫓겨나곤 했어. 그러니 서른여덟 번이지. 요전 주일 한국대사관 뒤에 있는 옛날 하숙집을 찾아 갔었지. 주인이 “이렇게 크게 될 줄 알았으면 그때 긴상을 내 쫓지 말 걸” 하고 두 손 조아려. 이젠 허연 영감이 되어 가지고 셀프 서비스 음식점 하고 있어.

그때나 지금이나 일본 놈 들은 한국사람 되게 싫어해. 골프장에도 한국인이 멤버로 들어오면 값 떨어진다고 해서 봉쇄야. 그러니 돈이 있어도 명문에는 얼씬 못하고 2시간, 3시간 동경에서 멀리 떨어진 데다가 멤버쉽 사는 정도야. 난 그래서 일본 사람명의로 하나 잡아 놓고 쓰고 있는데, 최근 명문코스에 한국인들 들어왔다고 일본 사람들이 많이 팔고 나가는 사태가 일어났다고 해. 빌어먹을.

***“박정희때는 5% 먹더니, 이제는 70%를 떼어먹어”**

정주영이 만났더니 3천억원인가 몇천억원인가 세금 때려먹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러면 난 죽어. 그래서 국세청장 찾아가 난 1백억원 정도만 해 주시오, 그걸 넘으면 부도나서 난 죽는다고 말했어. 다 도둑놈들이야.

그래도 박정희 때는 5%씩 먹었는데 전두환이 때는 50%, 지금은 한 70%는 떼어먹어. 때가 되면 국회에도 성의 표시해야지. 야당한테 지난번에도 3억원 가져다주지 않았나. 그런데 조모의원이 ‘이게 돈이야.’ 하고 조졌어. (건설위) 열명으로 나눴으면 3천만원은 갔을 터인데 모르겠어. 어떻든 ‘조지자’해서 우리 회사를 걸고 국세청장 물고 늘어지니까 세금조사 대상 재벌명단에 끼어들게 되었다는 얘기야.

그래 간사인 C모 의원에게 얘길 했더니 조모는 자기 얘기도 안 듣는다는 거야. 하여튼 건설관계는 그저 돈만 달라고들 한다. 빌딩주차장 설계변경도 안 해 줘. 정식으로는 말야. 이걸 하려면 돈을 줘야 한다는데 정가가 1백50만원이야.

***‘돈 관리의 귀재’ 김우중, 경주호텔 지으며 50억원 상납**

<사진>

김우중이는 경주 호텔 지으면서 50억원을 빼다가 국회에 갔다 줬다고 하는데 하여튼 돈 관리에는 그 사람 귀재야 귀재.

난 현찰은 없어. 언젠가 우리 집에 도둑이 들어 왔어. 2천원밖에 없다고 하니까 이런 큰 집에 돈이 없느냐고 집 지키는 사람 따귀 한 대 올려붙이고.... 아이고 이래 가지고 살겠는가. 돈 주고 수사해 달라고 해서 그 도둑놈 잡아오긴 했는데 그것도 어떤 놈한테 돈 1천만원 주고 한 일이야. 경찰은 안돼. 도둑놈 잡아가지고 풀어주면서 ‘우리 관할에서 하지마라’한다더군.

치안본부장 김우현이 내가 잘 아는데 도대체 결정을 안 내려 준다는 거여. 나쁜 놈들 잡으려면 아래애들 밥도 사주고 수사비도 들어가는데 옛날에는 그게 됐는데 요새는 안 된다 이거여. 그러니 도둑들을 잡겠느냐구.
그때 우리 집 들었던 도둑놈이 내 시계를 하나 강탈해 갔는데 좀 비싼 거라. 어떻게 냄새를 맡았는지 기자가 하나 찾아와 가지구 “도둑맞았던 시계가 7천만원짜리라면서요”하고 나와. ‘슬쩍 넘어갈 터이니 돈 달라는 수작이구나’ 생각했지. 그래 ‘이거 7만원짜리니 당신이나 가지고 가시오.’ 했지, 하하하.

분당 일산에 아파트 이거, 다 수지 안 맞는 장사여. 게다가 부실공사 어쩌구 야단들이지. 김현옥이가 서울시장할 때 내가 “시민 아파트는 50년, 60년 갈 수 있게 짓자”고 하니까 실적 올리려구 마구 지어 지금 15년 만에 다 헐어버리는 결과가 되지 않았어.
그 사람은 부산시장할 때 내가 박통에게 천거해서 서울시장 된 사람인데 얼마 전 이후락이와 같이 골프를 칠 때 조인해 라운딩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얘기를 꺼내니까 “그 때 K형말을 들을 걸” 하더군.

***검사 왈, “당신 돈이면 먹어도 되니 좀 가져와라”**

난 말야 검찰 보안사에 수십 번 불려 갔지만 돈 주었냐구 하면 항상 딱 잡아뗐었어.
그래서 모사건 때 검사가 일 다 처리하고는 조용히 불러 “당신 돈이면 먹어도 되니 좀 가져와라” 하는 거라.

전기환(전두환 대통령 형)이가 지금 옛날 경부 인터체인지에다 무슨 개발공사 한다고 하는데 이거 다 이 사람 땅이야 . 왜 그렇게들 욕심내는지 원. 그래 전기환이 보고 “난 미·소공동위원회 때부터 노가다판에서 공사해 왔지만 권력으로 치부하다간 꼭 망하고 말더라”고 했어. “그럼 어떻게 하면 좋으냐”구 물어. 그래서 “지금 있는 집 그대로 살고 그린벨트나 한 2백억원어치 슬쩍 가지구 있는 게 좋다”고 했지. 그건 표적도 잘 안나고 남에게 해도 덜 준다고 했어.

어휴, 이번에 1백억원 이상 세금 맞으면 난 부도나구 망해. 내주에 국세청장 만나러 가야 할 터인데 도대체 이번 세금압력에 내가 왜 당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모르겠단 말이야.
경제인 다 죽여 어떻게 하자는 거여. 난 아들놈한테 이렇게 말해. 머리가 허연 내가 매일 그 머리를 숙여가며 "보아 주십시오"하구 다니니 이게 할 짓이냐. 이젠 고문이나 하고 중국이나 소련 여행이나 할 참이다 하지.

1백억원이면 이자만 12억원이 나오는데 뭐 할려구 이 짓 하고 다녀. 요새는 일본에 건설용역 진출을 연구해 보고 있는데 이것도 간단치 않아. 그 쪽에선 도목수 기술자가 하루 5만엔이야. 한달에 1백60만엔이라 이거여. 그래 한국인들 데려갈까 했더니 그 쪽에서는 임금 내려간다고 막고 나서. 이 쪽에서도 하루 3만원이상 안주면 안 간다고 버텨. 어이구 어려워,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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