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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검찰·국정원의 조작"

"무죄증거 의도적 은닉 및 날조"… 민변, 수사기관 고소 방침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됐던 유우성 씨(33)가 국가정보원과 검찰 등 수사기관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국가보안법 상 무고 및 날조죄로 고소키로 했다. 현행 국가보안법에서 간첩죄를 날조한 경우, 이에 대한 혐의는 간첩죄로 처벌받게 돼 있다.

재북화교 출신으로 지난 2004년 탈북한 유 씨는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2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지령을 받아 국내 탈북자 신원정보를 북한에 넘겼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기관은 기소 및 재판 과정에서 유 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할 증거로 휴대전화 사진, 전화통화기록, 중국 출입경기록 등을 제출했다.

유 씨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인들로 구성된 유 씨의 공동변호인단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기관에 의해 법정에 제출된 증거가 의도적으로 은닉되었으며, 일부 증거는 허위로 위·변조되었다"며 "처음부터 왜곡된 증거에 기반해 수사와 기소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유 씨는 1심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고, 현재 항소심 재판 진행 중이다.

"유 씨 무죄 입증할 증거, 알고도 제출 안 해"

국정원과 검찰이 1심에서 '퇴짜'를 맞은 증거는 지난 2012년 1월 23일 유 씨가 북한에서 찍었다는 사진이다. 해당 사진은 유 씨가 사용하던 아이폰으로 찍은 것으로, 아이폰에는 위치 정보가 저장돼있다. 수사기관은 이 사진을 디지털 원본 파일이 아닌 A4용지에 출력해 제출하며, 재판부에 사진이 찍힌 날짜와 카메라 기종만 설명했다. 그러나 결국 이 사진은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에 의해 중국에서 찍은 사진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정원이 유 씨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사진은 증거물에서 제외한 것이다. 수사기관이 법정에 증거물로 제출한 사진이 저장돼있던 유 씨의 노트북에는 해당 사진 외에 같은 날 중국 연길 노래방에서 찍은 사진 등이 있었다. 유 씨 변호인 측은 "북한에 있지 않았음을 입증할, 무죄를 입증할 결정적인 근거이기 때문에 은닉하고 제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유 씨가 북한에 있지 않았음을 증명할 통화 기록도 은닉했다. 국정원 등은 수사 단계에서 이미 유 씨의 통화 기록을 확보했다. 이 통화 기록에는 2012년 1월 23일경 유 씨가 중국에서 통화한 기록도 포함돼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유 씨가 2012년 1월 23일 경 밀입북했다는 내용으로 기소하고 통화기록은 제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재판과정에서 유 씨가 23일 저녁에 중국에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드러났다. 그러자 수사기관은 최초 공소 사실에선 '22일과 23일 유 씨가 북한에 밀입북 상태였다'고 했던 것과 달리, 재판이 끝날 무렵엔 23일 밤부터 25일 오전까지는 통화기록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24일 밀입북한 상태였다'고 공소장 내용을 변경했다.

"1심 증거 은닉 넘어 항소심에선 출입경기록 문서 조작"

유 씨 측은 "검찰이 항소심 재판에서 새로 제출한 출입경기록도 거짓"이라며 "수사기관이 1심에서 증거 은닉을 한 것을 넘어 항소심에선 증거를 위·변조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유 씨는 2004년 남한에 정착한 이후 어머니 장례를 치르기 위해 2006년 5월 23일부터 4박 5일 간 북한에 건너간 적이 있다. 수사기관은 유 씨가 이 때 중국과 북한을 여러 번 오가는 중 북한 보위부에 발각돼 잡혔고, 고문을 받으며 간첩으로 포섭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유 씨가 지난 2006년 5월 27일 북한에서 중국으로 넘어간 뒤 그날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입북했고, 6월 10일 다시 북한에서 중국으로 건너왔다고 주장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이 제출한 출입경기록에는 '입경, 출경, 입경' 기록이 있다.

검찰이 제출 출입경기록()과 유 씨 측이 제출한 출입경기록 비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그러나 유 씨와 변호인단이 직접 중국의 변호사를 통해 중국 연변 조선족자치주 공안국에서 발급받은 출입경기록에는 입경만 세 번을 한 것으로 나와 있다. 입경 기록이 여러 번 찍히는 것은 중국 출입경기록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오류로, 당시 유 씨와 함께 중국으로 건너간 친척들의 출입경기록에서도 동일하게 찍힌 내용이다.

검찰 측은 제출한 출입경기록에 대해 중국 화룡시 공안국에서 발급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 씨 측은 "화룡시 공안국 출입경기록 담당자는 이같은 출입국기록 발급 권한도 없고, 상급기관인 길림성공안청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검찰이 제출한 출입경기록에는 해당 문서 자체에 공증도장이 찍혀 있다. 그러나 유 씨은 "중국 공증기관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중국에선 검찰 측 자료와 같이 공문서 자체에 공증도장을 찍지 않을뿐더러, 찍혀진 공증도장은 중국 연변자치주에서 사용하는 공증도장이 아니"라며 날조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이 제출한 출입경기록의 공증(왼쪽)과 실제 중국 연길시 공증서 비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유 씨의 변호를 맡은 민변 천낙붕 변호사는 "출입경기록을 누가 발급을 신청해서 받은 건지, 중국에선 누가 발급했는지 등을 확인해달라고 검찰에 계속 요구했고 재판부에도 확인 요청을 했지만 검찰은 알아보겠다고만 해 (확인이)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밝히기 위해 고소라는 방법을 사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와 인권 보장된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싶어서 왔는데…"

유 씨는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유 씨 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저는 북한에 가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갔다왔다는 기록이 생긴 건지 억울하다"며 "동생은 남한에서 마음의 병을 얻어 매일 울고, 저는 병원에서 우울증 약을 처방 받아 먹으면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씨의 여동생은 지난 2012년 10월 남한 정착을 위해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조사를 받던 도중 국정원 직원들로부터 유 씨의 간첩 혐의를 인정하라며 협박과 회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관련기사 보기 :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에 국정원 회유·협박 있었다")

유 씨는 "언론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된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싶은 마음에 수도 없이 죽을 고비를 거치며 한국으로 왔다"며 "앞으로 이같은 억울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고, 한국에서 평범하게 사는 것이 자그마한 제 소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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