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이를 비판하는 온라인 댓글을 작성한 학생을 상대로 법적 처분까지 거론하고 있어, 대학가 표현의 자유와 노동 3권 등 기본권이 '벼랑 끝'이란 지적이 나온다. (☞관련 기사 보기 : 중앙대 "청소노동자 집회하면 100만 원씩 내놓아야")
6일 중앙대 서울캠퍼스 이협 행정지원처장은, 온라인 커뮤니티 '중앙인'에 '교내 대자보 철거에 따른 사전 안내문'을 게시하고, 내일(7일) 오후 5시까지 교내에 부착된 허가받지 않은 게시물과 대자보를 자진 회수할 것을 공지했다.
기한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은 대자보는 강제 철거될 예정이다. 신입생 선발 기간을 앞두고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을 담은 대자보 무단 게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 중앙대가 내세운 이유다.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부 제공 |
현재 이 학교에는 23일째로 접어든 청소 노동자 파업을 지지하는 대자보와 근래 대학가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여럿이 나붙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달에는 파업 중인 한 청소 노동자가 "시험기간에 깨끗하게 못 해 주어서 미안해요"란 손글씨 자보를 걸었고 학생들이 지지 대자보로 이에 응답해 화제가 됐다. 중앙대의 '100만 원 업무방해 가처분 신청'이 알려진 후에는 '이 대자보는 100만 원짜리입니다' 등 중앙대의 강경 조치를 풍자하는 대자보도 줄줄이 내걸리고 있다.
이런 대자보들이 강제 철거될 거란 소식을 접한 학생과 졸업생들은 '기본권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강제 철거 공지 글에는 "대자보가 중앙대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데 그걸 철거하면 어떡하느냐", "학생들의 자유로운 목소리를 막지 마세요" 등의 댓글이 달려 있다.
소식을 들은 중앙대 행정학과 졸업생 ㄱ(29) 씨는 "아무리 불통의 시대라지만, 모교마저 표현과 소통을 억압하는 모습에 착잡하다"며 "표현하기 위해 행정 기관의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이미 기본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가처분 신청 비판 글 쓰자 '법적 대응' 압박하는 대학
중앙대는 급기야 온라인 커뮤니티 '중앙인'에 학교 측의 강경 대응을 비판하는 댓글을 단 학생을 상대로 '명예 훼손' 조치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앞서 중앙대 재학생 ㄴ 씨는 지난 3일 이 학교 홍보실이 "(업무방해 가처분 신청과 100만 원 간접 강제 신청은) 학교 피해를 막기 위한 조처"라고 작성한 글에, "(가처분 신청은) 협박용이다. 자신들이 일하는 사업장에서 정당한 표결을 거쳐 진행되는 파업은 불법 파업이 아닌데도 왜 학교에서 파업하느냐는 홍보실의 질문 자체가 웃겼다"는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이 행정지원처장은 4일 다시 중앙인에 "우리 학교가 마치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도되는 현실에 개탄을 금치 못"하겠다며, ㄴ씨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명예 훼손과 모욕에 대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음을 밝힌다"고 했다.
이에 ㄴ씨는 이날 밤 "지금 매우 겁이 난다.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잘못 해명을 하면 다시금 지적을 당할까 두렵다. (중략) 그러나 '청소부들 아직도 해고 안 됐나요? 짜증을 넘어 역겹습니다'는 자극적인 글들이 올라오는데 나의 표현이 '비하'로 읽혔다는 것은 억울하다"는 장문의 글을 남겼다.
중앙대 청소 노동자들은 지난 9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용역업체 TNS엔 근로조건 개선을, 학교 측엔 용역업체와의 원만한 교섭을 위한 적극적 중재 노력을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중앙대는 줄곧 청소 노동자들과 직접 근로계약 관계가 아닌 '제삼자'라고 강변하며 청소 노동자들의 농성을 '불법'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원청 사업장에서 쟁의 행위를 하는 것은 법원 판례에 따라 일부 허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법률 단체들은 6일 낸 성명에서 "노동자 정원, 임금 상한, 근로일의 결정 권한을 가진 '슈퍼 갑' 중앙대가 자신을 청소 노동자와 상관없는 '제삼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어리석은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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