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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청소노동자 집회하면 100만 원씩 내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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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청소노동자 집회하면 100만 원씩 내놓아야"

두산重 박용성 회장이 채권자로 가처분 신청…파업 장기화 조짐

고용 안정과 근로조건 개선, 노동조합 인정 등을 내걸고 18일째 파업 중인 중앙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이 2일, 점거 농성을 벌이던 본관 복도에서 빠져 나와 건물 바깥에 천막 농성장을 세웠다. 중앙대가 청소 노동자들을 상대로 업무 방해 시마다 한 사람당 100만 원을 지급하란 가처분 신청을 낸 데 따른 결정이다. 중앙대 청소노동자 기본급은 119만 원 전후다.

두산중공업 박용성 회장(중앙대 이사장)을 채권자로 해 중앙대가 법원에 제출한 '퇴거 및 업무방해금지 신청서'를 보면, 이 대학은 "중앙대와 청소 노동자 사이에 아무런 근로관계가 없다"는 점을 내세워 "본관 농성 등은 위법한 업무 방해"라고 주장했다. 청소 노동자들을 고용한 곳은 용역 업체인 만큼, "중앙대가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할 이유가 없고 적법한 쟁의 행위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중앙대는 청소 노동자들이 학내에서 농성, 시위, 유인물 배포, 벽보 및 현수막 부착, 동영상 상영 등을 일절 할 수 없게 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이와 같은 가처분이 구속력을 가질 수 있도록, 청소 노동자들이 유인물 부착 등의 행위를 할 경우 위반 행위 1회당 각 100만 원을 중앙대에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도 신청서에 포함했다.

▲ 2일 중앙대 청소 노동자들이 근로조건 개선과 노동조합 인정 등을 요구하며 학교 본관 앞에 천막 농성장을 세웠다.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부 제공

중앙대의 이러한 가처분 신청은 간접 고용 사업주들의 전형적인 '사용자성 전면 회피'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대가 내세운 논리대로면, 이 대학 청소 노동자들은 중앙대 캠퍼스를 쓸고 닦고 생활하지만, 쟁의 행위는 할 수 없다. 간접 고용의 이율배반적 논리가 이번 가처분 신청에 녹아들어 있는 셈이다. 노조 측 최성호 변호사는 "판례에 따라 간접 고용 사업장에서도 일정 범위 내에서 쟁의 행위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노조는 농성을 진행하며 업무 방해를 한 일 자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부 한혁 조직부장은 "농성 중에 단 한 번도 총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의 출입을 방해한 적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며 "지난달 24일 학교가 퇴거 요청을 했을 때도 노조는 이를 받아들여 농성 장소를 총장실에서 복도로 옮겼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청소 노동자 투쟁에 가처분 신청이라니 기가 막히다"라고 말했다.

근래 많은 대학에서 청소 노동자들이 쟁의 행위를 벌여 왔지만, 중앙대와 같이 고강도 법적 대응을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대학이 앞장서 고령의 최저임금 노동자들을 탄압한다는 비판적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실제 2012년 홍익대 청소 노동자 파업 이후 이 학교가 2억8000여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자 세간에선 최저임금 노동자들을 상대로 억대 '뒤끝' 소송을 제기했단 비난이 일었다.

학교 당국의 강경 대응으로 중앙대 청소 노동자들의 세밑 파업 투쟁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앙대 청소 노동자들은 지난달 16일, 적은 인원으로 캠퍼스 외곽 청소까지 수행해야 함에 따라 초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현재 조만간 도급 계약이 만료되는 용역 업체가 아니라 원청인 중앙대가 나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단 입장이다. 한편, 중앙대는 "계약의 주체가 용역 업체이므로, 학교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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