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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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 주에 단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소식은 북한의 2인자로 불렸던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숙청입니다. 북한은 12월 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장성택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고 출당·제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주재한 12월 8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정치국 결정서를 채택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하는데요. <조선중앙통신>이 밝힌 숙청 이유부터가 주목됩니다.
통신은 "장성택과 그 추종자들이 저지른 범죄행위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했는데요. '반당반혁명적 종파 행위'부터 김정은 유일영도체계 및 최고사령관에 대한 도전과 항명, 당의 노선과 정책 왜곡, 횡령·도박·여자 문제 등 부정부패, 매국 행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죄목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장성택의 죄악이 "우리 당과 혁명에 끼친 해독적 후과는 대단히 크다"는 거죠. 이를 놓고 볼 때, 장성택의 재기는 불가능해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장성택과 그 일당"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숙청과 인사 교체의 범위가 앞으로도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해주고 있습니다. 북한의 발표 내용을 중심으로 장성택의 숙청 배경을 분석한 글로는 정창현 국민대 교수의 글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장성택 숙청, 어떻게 볼 것인가?)
북한의 발표 내용과 그 앞뒤 정황을 종합해보면, 장성택으로 대표되는 경제개혁파와 최룡해 총정치국장 중심의 군부 사이의 권력 다툼의 결과는 아닌 것 같습니다. 장성택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한 대응 및 개성공단 폐쇄 등에 있어서는 이견을 낸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특구 확대와 기업의 자율성 확대 등 다른 개혁조치에 대해서는 오히려 '속도 조절론'을 제기하면서 반대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2인자를 둘러싼 권력 투쟁보다는 김정은 유일체제 강화의 맥락에서 장성택 숙청을 바라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정은 체제의 특징은 1인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면서도 당 국가 체제의 정상화 및 내각 중심제를 골자로 한 제도화를 통한 통치라고 할 수 있는데요. 장성택 세력이 종파를 만들어 겉과 속이 다른 언행을 보이고 당 행정부를 통한 자의적 권력 행사에 나서고 정책 노선에 사사건건 반기를 들며 일탈 해위를 일삼자 "당의 유일적 령도체계를 세우기" 위해 대대적인 숙청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북한은 "여러 차례 경고도 하고 타격도 주었지만 응하지 않고 도수를 넘었기 때문에" "장성택을 제거하고 그 일당을 숙청"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장성택도 내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함으로써 잠재적인 도전 세력의 싹을 미리 잘라버리고 '1인 지배-제도화를 통한 통치'라는 김정은 체제를 완성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 지난 8일 열린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체포되는 장성택(빨간 원 안)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조선중앙TV는 9일 회의 소식을 전하면서 이례적으로 장성택 체포 사진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
이와 관련해 장성택의 권력이 이미 1년 전부터 약화되고 있었다는 분석도 주목을 끕니다. 러시아 출신 북한 전문가인 알렉산더 만수로프는 <38노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세 가지 사실을 환기시켜주었습니다. 첫째는 2012년 12월에 장성택이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것입니다. 북한이 체육을 중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의 핵심 정책 분야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김정은이 집권 1년 차부터 고모부를 권력의 중심부에서 밀어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둘째는 2013년 1월 김정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맞서 중대 결정을 내리기 위한 회의를 소집하면서 장성택을 부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김정은과 장성택 사이에 외교안보정책을 놓고 이견이 있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고 만수로프는 지적합니다. 셋째는 김정은이 2013년 5월 첫 특사로 중국에 파견한 인물이 장성택이 아니라 최룡해였다는 사실입니다. 친중파인 장성택보다 군부 실세인 최룡해를 보내 북한의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하고 싶었다는 것이죠.
만수로프는 장성택 숙청 배경과 이유에 대해 네 가지 가설도 내놓았는데요. 첫째는 장성택이 세력을 형성해 김정은에게 도전하려고 했다는 것이고요. 둘째는 장성택과 최룡해 사이의 권력 투쟁 가능성을, 셋째는 핵군사력 건설과 경제발전을 병행한다는 병진노선을 비롯한 핵심 정책에 대한 이견 가능성을 뽑았습니다. 끝으로는 장성택의 아내이자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가 장성택의 숙청을 요구했다는 것이죠. 이러한 내용을 비롯해 만수로프의 분석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 North Korea: The Dramatic Fall of Jang Song Thaek)
북한의 향후 행보도 주목되는데요. 일단 군부 세대교체를 사실상 완료한 김정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노동당 인사들의 세대교체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 대다수 북한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김정은 스스로가 경제개선 및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대내적 정책에도 큰 변화는 없을 전망입니다.
그러나 대외 정책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진 느낌입니다. 장성택 숙청이 체제 정비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수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 체제는 당분간 내치에 전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북한의 대외 정책은 기본적으로 한국, 미국, 중국 등 상대방과의 상호작용이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장성택 숙청에 대한 이들 나라의 반응이 북한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거죠.
이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아쉽습니다. 박 대통령은 12월 10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북한은 현재 김정은의 권력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숙청을 감행하면서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남북관계가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발언에 앞서 '부정선거, 재선거'를 주장한 민주당의 장하나 의원과 '박정희의 전철'을 언급한 양승조 최고위원을 겨냥해 "지금 국론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고 도를 넘는 과격한 발언을 하는 것은 결코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쟁을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요. 이러한 화법은 국내 정쟁 해소와 남북관계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평론가들이 장성택 세력에 대한 숙청을 '공포정치'라고 표현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한 나라의 대통령이 타국의 내정과 관련해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결코 현명하다고 할 수 없겠죠.
장성택이 북한 내 대표적인 친중 인사였다는 점에서 그의 숙청이 북중관계에 미칠 영향도 주목되는데요. 이와 관련해 북한이 숙청 이유 가운데 하나로 "나라의 귀중한 자원을 헐값으로 팔아버리는 매국행위를" 한 것을 들었습니다. 이는 아시아 최대 노천 철광인 함경북도 '무산철광'을 중국 기업에 판 것을 의미하는데요. 이를 매국행위로 규정한 것은 중국으로서도 상당히 불쾌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장성택 공개 숙청, 중국을 불안케 하다"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내 이 사건이 북중관계에도 작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 Public Ouster in North Korea Unsettles China)
그러나 올해 5월 김정은의 첫 특사로 장성택이 아니라, 최룡해가 중국을 방문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장성택의 영향력은 이미 약해지고 있었고 중국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북중관계에 미칠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반증하듯 정치국 확대회의가 열린 12월 8일 북한과 중국은 '개성-평양-신의주'를 연결하는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고 합니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도 북한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이에 중국이 북한을 자신의 경제권으로 포섭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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