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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KBS 수신료 인상, 방송계 '아귀 다툼' 끝낼 카드지만…"

[분석] 박근혜 정부가 '4000원 인상안' 밀어주는 이유는?

"정부는 정책 결정자인가, 악성 민원 해결사인가."

정부가 14년 만에 내놓은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에 대해 "원칙 없는 사업자 민원 들어주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0일 '창조경제 시대의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오랜만에 방송 정책 마련에 소매를 걷어붙인 이유는 '급변하는 정보·통신·기술 환경 및 세계적 경쟁 환경에 대응해 방송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함'이다. 정부는 방송 산업 전략에 방점을 찍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세부 전략에 그간 지상파 방송, 케이블 유료 방송 등 각 사업자들이 산업 발전 명목으로 제시했던 '위시리스트'들을 넣었다. 대표적으로, 유료 방송에는 디지털TV를 가지고 있지만 아날로그 케이블TV에 가입한 가입자가 고화질 방송을 볼 수 있는 기술인 '8VSB(8레벨 잔류 측파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상파 방송에는 시청자 복지 증진과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다채널 방송(MMS)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각 사업자들의 요구사항이 대거 반영됐음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종합계획은 '계획'으로만 끝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선물'들은 사실 정책별로 이해관계자들의 이해득실이 엇갈리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유료방송에 8VSB를 허용할 경우 종편 등은 별도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지상파 방송 수준의 HD 화질로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지상파 방송은 '종편 특혜'라고 반발해왔다. 또, MMS는 지상파 채널 수가 늘어나 영향력이 늘어나 추가적으로 광고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료방송업계가 반대해왔던 사안이다.

따라서 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던 의도와는 달리 정부가 방송 사업자 간 제로섬 게임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정부 발표에 내용은 많지만, 방송 시장에서 사업자들의 갈등관계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는 드러나있지 않고, 계획을 그저 나열식으로만 보여주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추 사무총장은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정부 규제의 원칙이나 방향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언론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의 '철학 부재'의 문제를 지적한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한국PD연합회·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은 11일 성명을 통해 "이번에 발표된 계획은 '어떻게 하면 방송의 보편적, 공익적 요소를 신장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방송으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까'에만 매몰되어 있다"고 말했다. 공공성과 공익성 등 방송의 대원칙을 무시한 채 산업 논리로만 접근하면서 산업 내부의 문제를 더욱 키운다는 지적이다.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모습. ⓒ프레시안

정부 KBS '밀어주기', 왜?… "방송 산업 '아귀 다툼' 끝낼 유일한 카드"

이번 계획에 한국방송공사(KBS) 수신료 인상안이 포함된 것도 결국 산업적 논리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발표된 계획 대부분이 사업자간 갈등을 조장하는 정책인 반면 KBS 수신료 인상안은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이것으로 사업자들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정부로선 KBS 수신료 인상만이 얽혀있는 사업자들의 이해관계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인 셈이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미디어 광고 시장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KBS 광고를 줄이게 되면 그 몫이 고스란히 다른 지상파나 종편에게 흘러갈 것"이라며 "KBS는 수신료를 인상해서 좋고, 다른 지상파나 종편은 먹거리가 생기는 일이므로 서로에게 이득인 셈"이라고 말했다.

KBS도 이같은 논리를 더욱 내세우며 수신료 인상의 당위성을 주장한다. KBS 길환영 사장은 11일 열린 수신료 인상 관련 기자회견에서 "전체 예산 가운데 수신료 비중을 높이는 동시에 이에 따른 광고 축소에도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발표했다. KBS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수신료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수신료는 이전보다 3909억 원 늘어나고, 광고액은 연간 2100억 원으로 줄어든다.

KBS 수신료 인상이 타 방송사의 광고 유입 효과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투자증권은 11일 KBS 수신료 인상 시 MBC는 648억 원, SBS는 583억 원, CJ E&M은 527억 원, 종편 4사는 243억 원의 광고 증대 효과가 예상된다는 내용의 분석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최대 수혜자로 꼽혔던 종편은 최대 1000억 원까지 광고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KBS 수신료가 올라가면, 종편 등 유료 방송 사업자들은 광고 수입이 늘어나는 만큼 무료로 서비스되는 MMS에 반대할 근거가 사라진다. 또, 지상파는 중간광고 허용 등 유료 방송 사업자들이 반대하는 정책을 요구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지상파 방송의 간접광고 허용 이후 많은 비판을 받은 터라 중간광고 요구까지 들어주기 곤란한 상황에서 '무마용 카드'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수신료 인상, 명분 없는 KBS만의 외로운 싸움될 것"

결국 정부가 14년 만에 내놓은 종합계획의 성공 여부는 KBS 수신료 인상에 달려있는 형국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디어 전공 교수는 "수신료 인상은 미디어 업계의 '아귀 다툼'을 끝내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안으로 정부로선 포기할 수 없는 일"이라며 "청와대의 직접 지시가 없었다 할지라도 이미 정책 관계자들 사이에선 어느 정도 얘기가 돼 있는 상태일 것"이라고 말했다.

수신료 인상안은 1차 관문인 KBS 이사회에서는 여당 추천 이사들의 '강행 처리'로 통과됐다. 그러나 마지막 관문인 국회 통과는 결코 녹록치 않으리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 사무처장은 "이미 지난 2007년, 2010년에도 KBS 이사회와 방통위 심사를 거쳤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가 불발됐다"며 "과거에는 이사회 등에서 여야 합의가 있었음에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심지어 여당 추천 이사들이 단독 의결한 상황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여야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 한 KBS의 수신료 인상은 '명분 잃은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당장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공정성 보장 없이 수신료 인상은 안 된다"고 못박았다. 이들은 "세금과 다름없는 수신료를 군사작전 하듯 모여 여당 이사 7인이 날치기 처리한 것은 폭거와 다를 바 없다"며 "국민 호주머니에서 3600억 원을 일방적으로 뜯어가겠다는 선언이며, KBS 이사들조차 100% 공감 못하는데, 어느 국민이 막장수신료 인상을 공감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과 언론 단체 등은 원천적으로 수신료 인상 그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 이들은 다만 수신료 논의의 전제로 보도 공정성 및 제작편성의 자율성 보장을 위한 정관 개정 등을 요구한다.

그러나 KBS 측은 여전히 보도 공정성 및 제작편성의 자율성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11일 기자회견에서 길환영 사장은 "소수 측 이사들이 주장하는 보도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는 이미 만들어져 제대로 시행되고 있다"며 방송법상 편성위원회(TV·보도·라디오위원회)에서 실무자와 책임자간 회의체를 두게 되어 있고, 뉴스 옴브즈맨 프로그램이나 시청자위원회 등과 같은 기구들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KBS 소수 이사들은 11일 성명을 내고 "보도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 보장 제도화를 위해 8개 국장 직선제는 6개 국장 임명 동의제로 양보하고 결국 5개 국장 사후 평가제로 물러섰지만 이마저도 거부했다"며 "수신료 비중이 높아진다고 저절로 공영성과 정체성이 강화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며 수신료 인상에 대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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