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의 숙려 기간이 끝나가지만, 여전히 관리 방식을 두고 정부와 소유주 모두 고민이 많다. 이 제도가 과연 반려동물과 소유주 모두를 위한 제도가 될 수 있을까. [개와 고양이의 시선] 일곱 번째 편에서는 반려동물 등록제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들어봤다. <편집자>
▲반려견에 내장형 전자칩을 시술한 뒤 리더기로 고유번호를 인식하는 모습. ⓒ연합뉴스 |
강아지 '동구'를 기르는 이동우(32)씨는 최근 고민이 생겼다. 반려동물 등록 단속이 시작되기 전에 올해 안으로 등록해야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할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미 시행된 건 알고 있었지만 올해까진 계도기간이라는 말을 듣고 판단을 계속 미뤄왔어요. 주변을 보면 '내장형' 칩 삽입을 한 사람도 있고, '외장형' 목걸이를 한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유실 방지를 위해선 내장형이 좋을 것 같지만, 체내에 칩을 넣는다는 게 꺼려져 외장형으로 하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사실 둘 중 무엇을 선택하든 불완전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무엇이 동구를 위한 일인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어요."
전국의 '애견족'들이 다급해졌다. 반려동물 등록 '데드라인'이 코앞에 다가온 것. 등록 제도는 1년간의 계도 기간을 거쳐 오는 2014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의무 시행에 들어간다. 3개월령 이상 반려 목적으로 키우는 모든 '개'는 소유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의무적으로 등록을 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벌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개 소유주가 등록을 하지 않거나, 유실 뒤 방치한 경우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1차는 경고, 2차는 20만 원의 벌금, 3차 이후에는 40만 원 이상의 벌금을 내야 한다.
현재까지 의무 등록 대상 가구 중 절반가량이 등록을 마쳤다. 농림축산식품부에 의뢰해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31일 기준 전국 반려동물 등록률은 48.5%에 이른다. 등록 대상 127만4918 마리 중 61만8487 마리가 등록을 완료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내년 1월 등록제 의무 시행을 앞둔 시점인 만큼 11~12월 등록률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등록제, 왜?…"견주 책임감 높이기", "내 가족이었다는 증거"
당장 한 달 뒤 의무 시행을 앞두고 애견족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정부는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그에 비례해 유기 동물 개체수도 늘었다"며 "매년 수십 만 마리나 되는 유기 동물에 대한 안락사 및 보호·관리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동물 관리에 대한 과도한 행정력 투입을 막기 위해선 불가피한 장치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물론 이 제도가 행정 편의를 위해서만 도입된 건 아니다. 애초 도입 취지의 방점은 '동물 보호'에 찍혀 있다. 견주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적으로 키우는 만큼, 책임감 있는 양육을 함으로써 유기 동물 발생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동물보호단체들은 정부에 앞서 오래전부터 제도 도입을 제기해왔다. 동물자유연대 이기순 정책기획국장은 "동물이 유기되면 사고로 죽거나 식용으로 팔려가고, 보호소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를 당한다"며 "유기 행위가 발생했을 때 해당 견주를 추적할 수 있고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 중 상당수는 이 제도를 통해 반려동물에 대한 소유주의 책임 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허주희(29) 씨는 "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이 항상 지적하는 부분이 말로만 동물을 사랑한다고 하지, 책임감 있게 돌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며 "앞으론 이런 얘기가 안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소유주 입장에서 동물 유실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허 씨는 "아이를 잃어버렸을 때 찾기가 수월해진다는 점에서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동물구조협회 의료관리과 배은진 팀장은 "등록제도가 올해 시행되면서 작년에 비해 올해 유기 동물 중에 인식표가 있거나 내장 칩 있는 경우가 늘었다"며 "보호소에서 관할 구청에 연락해 주인을 찾아주기까지 기간이 짧아졌다"고 말했다.
일부 애견족들은 등록 제도 시행을 통해 반려동물 관련 정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두 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는 권호영(30) 씨는 "반려동물 수가 급격히 늘어났지만 지금 관련 정책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며 "등록 제도를 통해 기초 통계자료를 구축하면 관련 복지 정책이 생기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반려동물 등록 그 자체에 의의를 두는 이들도 있었다. 고슴도치 '크롱이'를 키우고 있는 이우리(26) 씨는 조만간 반려동물 신고를 할 예정이다. 의무 등록 대상이 아님에도 등록하려는 이유에 대해 이 씨는 "사람은 태어나면 출생과 사망 기록이 남는다. 그러나 동물은 그렇지 않다"며 "엄연히 내 가족인데, 크롱이도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걸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다"고 말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
정부 "향후 내장형 칩 삽입 방식으로 일원화할 계획"
이처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 상당수가 소유주의 책임 의식 고취 등 제도 도입 취지에 대해 수긍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제도 그 자체보단, 제도를 뒷받침할 행정 서비스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내장형 칩 삽입 방식의 안전성 문제다.
반려동물 등록은 현재 3가지 방식으로 나누어 실시되고 있다. 무선식별장치 체내 삽입(내장형 마이크로 칩 삽입) 방식, 체외부착(외장형 마이크로 칩 삽입 목걸이) 방식, 등록인식표 부착 방식이다. 동물 소유주는 이 중 한 가지 이상의 방식을 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내장형 방식을 권한다. 외장형 목걸이나 인식표는 '떼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에, 유기 동물 방지 효과를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반면, 체내에 가로 2.1mm, 세로 12.3mm 크기의 마이크로 칩을 심는 내장형 방법은 한 번 삽입되면 수술로 제거하지 않는 이상 영구적으로 남는다. 한국동물구조협회 배은진 팀장은 "목걸이를 떼고 일부러 유기하는 경우는 처벌이나 과태료를 물리거나 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보기에 실효성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 이기순 국장 역시 "제도 취지대로 책임 있는 양육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선 내장형 방식으로 통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향후 내장형 칩 삽입 방식으로 일원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과 배동진 주무관은 "반려동물 등록제도 자체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등록 방식을 당장은 통일하기 힘들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내장형 칩 삽입 방식 일원화해야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부작용 0.01%의 불운이 우리 강아지에게 오면 어쩌나?"
그러나 내장형 칩 삽입 방식의 안전성 여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등록제 시행 전 한 언론을 통해 등록 칩을 시술받은 개의 몸에서 종양이 생긴 부작용이 보도됐고, 이후 인터넷 사이트에는 등록제 반대 서명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잇따라 의무 시행을 취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대 여론은 더욱 들끓었다.
이에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동물등록용 마이크로 칩은 생체 합성의료재질(국제규격화 ISO인증)을 사용토록 의무화하고 농림수산 검역검사본부에서 허가한 제품만 사용한다"며 해명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또 시범 사업 기간 중이던 2011년 말 기준 총 18만 마리의 시술 대상 애견 가운데 일부 염증 등 경미한 부작용을 제외하고는 악성종양 등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부 경미한 부작용 역시 확률로 따지면 일반 독감 주사로 인한 부작용 발생 확률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확률이 낮다"는 설명만으로 애견족들을 안심시키긴 역부족이다. 이성하(가명·44) 씨는 "발병 확률이 0.01%라면서 낮다고 홍보를 하지만 동물을 내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 입장에선 '내 개가 재수 없게 걸리면 어쩌나'하는 불안을 떨치기는 힘들다"며 "그런데도 반려견주들의 걱정을 단순히 '괴담'으로만 치부하는 정부의 태도가 굉장히 괘씸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러면서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다 해소가 된 것도 아닌데 국가가 의무적으로 등록을 하라고 하니 별 소용이 없을 것 같긴 해도 외장형 목걸이를 했다"고 말했다.
지난 여름 반려견에게 내장형 칩 시술을 시킨 이인영(가명·25)씨는 "유기돼서 안락사되거나 식용 개로 팔려가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 했지만 찝찝하긴 했다"며 "고양이 한 마리가 더 있는데 할지 말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칙적으로는 내장형 방식의 일원화가 맞다면서도,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되기 되기 위해선 행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쿨펫 동물병원 주성범 원장은 "현재 우리 병원에서 내장형과 외장형 등록 비율이 2 대 8 정도 된다"며 "이는 내장형 방식의 위험성에 대한 의심이 불식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장형이 원칙적으론 맞지만 만일 실제로 일원화한다면 무리가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애니멀커뮤니케이터 박민철 씨 역시 "칩 이식 방식으로 통일하는 게 맞다"면서도 "등록 칩 제조와 판매에서부터 엄격한 조사를 거쳐야 하고, 안전성이 검증된 칩만을 지자체가 구매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철저하게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애견 놀이터에 있는 반려동물들의 모습. ⓒ연합뉴스 |
"등록 비용 부담스러워 오히려 동물 유기할 수도"
반려동물 등록에 비용이 드는 만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등록 시 드는 비용은 내장형 칩 시술이 2만 원, 외장형 목걸이는 1만5000원, 인식표는 1만 원이다. 아주 큰 금액은 아니지만 저소득층 가구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ㄱ 동물병원 원장은 "얼마 전 한 어르신께서 돈이 없는데 무료로 등록이 안 되냐고 물어보신 적이 있다"며 "시술 비용이나 과태료에 부담을 느끼고 단속 시행되기 전에 동물들을 버리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등록비 지원 층을 늘리거나 등록 비용을 좀 더 낮춰서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등록 비용이 '준 세금'인 만큼 반려동물과 관련된 정책이 더욱 확충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개 세 마리를 키우는 권종현(38) 씨는 "등록 비용은 일종의 세금으로 생각한다. 국가에서 더 내라면 더 낼 용의도 얼마든지 있다"며 "중요한 것은 국가가 국민들한테 걷은 세금으로 복지를 하듯, 견주들이 등록 비용을 국가에 지불했으면, 반려동물을 위한 복지 정책도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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