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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안모자 백성학 회장 '미국 스파이' 의혹, 검찰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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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안모자 백성학 회장 '미국 스파이' 의혹, 검찰로 가다

의혹 부풀리는 증거 속출…정보유출 밝혀져도 처벌 못해

지난 달 31일 국회 문화관광위 국정감사장에서 신현덕 당시 경인방송 공동대표가 경인방송 대주주인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이 '국내의 고급정보를 미국으로 빼돌리고 있다'며 폭로성 주장을 한 사건에 대해 문광위가 뒤늦게 검찰에 수사의뢰함에 따라 사건의 실체가 규명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문광위는 두 사람의 진술이 명백하게 엇갈림에 따라 둘 중 한 사람은 허위진술을 했다고 보고 위증 여부를 가리겠다며 수사의뢰했지만 위증 여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기 위해선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 수밖에 없다는 것.

백 회장 "뭐가 있더라도 국익을 위해 덮어둬야"

신 전 대표는 당시 문광위 국감에서 "백 회장이 미국 정부에 국가정보를 보내고 있다"고 폭로했고, 이에 백 회장은 "완전히 거짓말이고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후 신 전 대표는 각종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직간접적 증거를 제시하며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시사저널은 최근호에서 "신 전 대표가 백 회장 측으로부터 정보원 교육을 받았다고 지목한 소공동 빌딩 1501호의 주인이 미중앙정보국 출신인 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라고 보도했고 백 회장 본인도 롤리스 부차관보와 친분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롤리스 부차관보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부터 부시 가문과 친분을 쌓은 인사로 용산기지이전 협상에서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았고 국내 보수언론에 단골로 등장하는 등 '미국 내 한국통'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이번 사건이 불거진 데에는 경인방송 주도권을 둘러싼 1대주주 영안모자와 주요주주 CBS의 알력이 한몫 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알력은 알력이고 정보유출 의혹은 의혹대로 따로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겨레21과 인터뷰를 가진 백 회장은 자신의 정보유출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면서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당선자와 접촉 의혹 등에 대해선 "뭐가 있더라도 국익을 위해 덮어둬야 한다"고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경인방송은 22일 "신 전 대표를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혐으로 고소했고 고소장은 영안모자 법인과 백성학 회장 개인 명의로 각각 접수했다"며 "음해를 목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인 양 보도한 CBS를 상대로도 검찰에 고소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백성학 경인TV 전 대표 미국에 정말 정보 넘겨줬나'라는 기사를 보도한 시사저널에 대해서도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한것으로 알려졌다.

기밀유출 드러나도 처벌 조항 없어

한편 백 회장이 설사 미국의 '스파이'노릇을 한 사실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현행 법률로는 처벌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북한 간첩만 간첩이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간첩죄로 처벌토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외국에 기밀 정보를 유출한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선 정보가 흘러들어간 상대국을 먼저 '적국'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

지난 2004년 열린우리당은 이 조항의 '적국'을 '외국'으로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한나라당 등의 반대로 아직까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우리와 달리 미 해군에 근무하던 재미교포 로버트 김이 주미 한국대사관 무관에게 국가기밀을 유출했다며 간첩 혐의를 적용해 징역 9년, 보호관찰 3년의 중형에 처하기도 했다. 기밀 유지에는 '우방'과 '적국'이 따로 없는 셈이다.

현재 검찰 일각에서는 백 회장에 대해 형법 외에 군사기밀보호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조사해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군사기밀보호법의 적용대상도 '적국'에 한정될 뿐이다.

한미FTA, 조기경보기 도입 등에 대한 정보가 유출됐다면?

이에 대해 정보위원을 지냈던 우리당의 한 의원은 "백 회장의 '스파이' 논란의 진실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여러 정황들로 볼 때 의혹이 점점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문제는 이번 사건의 실체 자체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평소에 그렇게 국익을 찾으며 정부를 비판하던 주요 언론들은 다들 모른 체 하고 많은 의원들도 '그러려니'하는 판이다"며 "사실 자발적으로 미국 사람들한테 별별 정보를 다 전달하는 이른바 '주요 인사'들이 수두룩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국정원도 이 사건에 대해서 미국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며 "한미FTA, 공군의 조기경보기 도입 사업 등 미국과 우리 이해가 엇갈리는 일이 얼마나 많냐. '일심회'에 쏟는 관심의 10%만 대미 정보유출에 쏟아도 '국익'은 많이 신장될 것"이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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