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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해결 가능성은 있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제26호 <5>

북핵문제는 이제 위기가 일상화됨으로써 오히려 담담할 정도이다. 북핵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는데 회담은 재개될 기미마저 안 보이고 협상의 당사자들은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고만 있다. 회담 재개 가능성이 희박한 지금에도 북의 원심분리기는 계속 우라늄 농축을 하고 있고 최근에 재가동한 원자로는 플루토늄 추출을 위해 돌아가고 있다. 대기권 밖으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한 북한이 3차 핵실험에 이어 최근 다시 풍계리 실험장에서 추가 갱도를 만들고 있다는 보도는 무대책의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북한이 정말로 핵무기를 소형화 다종화 경량화해서 실질적인 핵무장 국가로 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해법 없이 위기가 지속되면서 위기의 강도와 수위는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 지난 2월 12일 북한은 조선중앙TV를 통해 3차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사진은 평양역 앞에 설치된 전광판을 통해 성공 소식을 보고 있는 평양 시민들 모습 ⓒAP=연합뉴스

위기의 심화와 더불어 역으로 위기 해결을 위한 동력은 부재하다. 6자회담의 재개 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북한과 중국은 조건 없이, 지체 없이 당장 6자회담을 열자는 반면 한국과 미국은 '대화를 위한 대화'는 있을 수 없고 비핵화를 위한 최소한의 실천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입장이 팽팽하게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당장 회담을 재개하자는 북한과 중국이 지난 9월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10주년 기념 세미나에 정부 공식대표를 보낸 반면, 회담 재개에 소극적인 한국과 미국은 민간 학자와 중국 현지대사관 공무원을 마지못해 보낸 장면이 양측의 좁힐 수 없는 간격을 잘 보여주고 있다.

6자회담 재개의 조건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는 것 외에도 북한과 한미는 회담의 의제와 관련해서도 팽팽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미 북한은 올해 6월 16일 국방위 중대담화를 통해 미국에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의하면서 논의해야 할 의제로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핵없는 세계' 건설을 꼭 집어 제시했다. 이전부터 북한이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체제 프로세스의 병행 원칙인 셈이다.

2010년 1.11 외무성 성명 이후 북한은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반드시 평화체제 논의를 포함해야 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 북미 적대관계를 신뢰관계로 전환하는 평화협정 논의가 병행되어야만 진정한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따라서 향후 핵협상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북한은 시종일관 평화체제 논의를 핵심의제로 요구할 것인 반면 아직도 한국과 미국은 6자회담에서 평화체제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회담이 열린다 한들 협상다운 협상이 애초부터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협상재개의 조건과 협상의제의 상이함은 결국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시계 제로 상태이고 회담성사를 위한 동력이 부재함을 의미한다. 주요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도 사실 굳이 나서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힘을 소진할 절실함이 별로 없다. 지금 미국은 북핵문제나 6자회담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다. 국방비 삭감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중국 견제를 위한 '아시아 중시' 전략이 효율적으로 결합하기 위해선 지금 미국에 일본과 한국을 다시 강고한 동맹의 프레임에 재견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한미일 동맹의 재구축이 지금 미국에 가장 선차적인 정책목표인 셈이다. 우경화와 군사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아베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공식화를 최근 오바마 행정부가 공개 지지한 것은 바로 그러한 맥락에서다.

전작권 재연기를 요구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게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차세대 전투기 구입 및 미사일방어 체계 공식 편입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국방비 예산은 향후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삭감해야 하는데 아시아에서 중국의 확장은 막아야 한다면 지금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을 동맹의 그림자에 끌어들이는 한미일 삼각동맹 재구축 외에 더 중요한 외교안보적 관심사항은 없는 것이다. 일본과 한국을 미국과의 확고한 군사동맹 틀에 엮어 놓아야 할 미국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6자회담이 열리고 북한과 협상이 시작되는 것은 매우 불편하고 원치 않는 상황일 수밖에 없다. 한미일 동맹 재구축의 최우선 명분이 바로 북한의 위협인 바, 핵문제 해결을 위해 협상이 시작되는 것은 분명 미국에 탐탁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국면에서 미국이 6자회담 재개에 적극 나설 이유가 없는 너무나 확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중시, 아시아 재균형 전략은 사실상 본질에서 중국의 세력 확장을 밸런싱하기 위한 것인 만큼 중국으로서도 미국의 압박에 충분히 맞대응을 해야 한다. 센카쿠열도(尖閣列島) 분쟁이 격해지고 있는 것도, 남중국해에서 필리핀·베트남 등과 영유권 분쟁이 심해지는 것도 사실은 중국과 미국의 대리전 성격임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 주도의 한미일 동맹 재강화 움직임을 어떻게든 약화시키거나 견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한국을 중국의 영향권에 지속적으로 두어야 한다.

한중의 협력관계가 필요하다면 지금 상황에서 북핵 협상이 진전되고 그 결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것이 굳이 중국에 유리할 게 없다. 오히려 지금 남북관계가 교착된 국면에서 북핵문제가 안 풀리는 것이 한국으로 하여금 북핵 해결을 위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한중협력이 강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이 북핵 해결을 위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발 벗고 손 걷어붙이고 나설 이유는 그리 크지 않다.

그렇다고 박근혜 정부가 온 힘을 쏟아서 북핵 해결에 나서는 모양도 결코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크게 균형과 신뢰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바, 안보와 교류협력을 균형 있게 하고 동시에 상호 약속 이행을 통해 신뢰 형성을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북이 도발하면 단호하게 응징하고 북이 약속을 어기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입장으로서 다분히 '수동적'이고 '반응적'인 접근이다. 실제로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는 북의 전쟁위협에 단호히 대처하는 것과 북의 개성공단 철수조치에 원칙적으로 대응한 것이 전부였다. 북의 조치와 행동이 있어야만 그에 대응하는 모습이었던 셈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서는 북핵 해결을 위한 적극적이고 공세적이고 액티브한 접근과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기껏해야 동북아 국가들과의 우회적 협력을 통해 북한을 끌어들인다는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정도 외에는 박근혜 정부가 핵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 공간과 구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시계 제로와 동력부재라는 작금의 북핵 상황은 우리에게 보다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접근과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협상이 재개될 수 있고 변화된 상황변화를 반영할 수 있어야만 향후 북핵문제에서 생산적이고 성공적인 진전이 가능할 것이다. 이를 감안해서 향후 북핵협상과 관련한 현실적 고려사항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첫째, 향후 북핵 협상은 6자회담만을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협상 틀을 병행해서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사실 지금의 6자회담이 북핵문제 해결을 추동할 만한 강한 추동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오히려 6자회담 재개에 매달리는 것 자체가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일 수 있다. 따라서 협상 재개 시 6자회담의 진전이 필요하지만 이와 병행해서 북미 양자협상과 남북 대화 혹은 한미중, 북미중 3자 회담 등의 다양한 형식도 충분히 다양하게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재개되는 북핵 협상에서는 기존에 합의한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를 뛰어넘는 새로운 합의가 도출되어야 할 필요도 제기된다. 그동안 상황의 변화가 매우 컸기 때문이다. 북한은 플루토늄이 아닌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그리고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체제 프로세스를 같이 병행하자는 주장을 강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9.19와 2.13을 존중하면서도 최근의 변화된 상황을 반영하는 새로운 합의가 도출되어야 할 필요가 생겨났다.

셋째, 북한의 비핵화를 원칙적 목표로 재확인하되 비확산을 전술적 목표로 충분히 감안하면서 비확산과 비핵화를 동시 병행하는 협상방식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미 북한의 핵능력이 상당히 진척되고 있고 우라늄농축이 지속되고 있는 조건에서 일단 상황악화를 막고 북핵 해결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일부 제기되고 있는 논리이다. 북핵문제의 해결을 장기적 목표로 접근하면서 북핵문제의 '전략적 관리'(strategic management)를 우선한다는 점에서 본질을 우회한다는 비판도 가능하지만 지금의 현실적 상황을 감안한다면 비확산과 비핵화 협상을 병행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고려할 만하다. 북핵 해결을 포기하진 않지만 이젠 상황악화를 막고 핵능력 증대와 핵이전을 막는 북핵 관리의 필요성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기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북핵문제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전략적 목표를 포기할 수 없다. 그리고 북한의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가 달성되어야만 북핵문제가 온전히 해결될 수 있음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여전히 우리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애초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오래된 북핵문제의 현실적 해결을 생각하면서 때로는 현실적인 접근방법도 고민할 때가 됐는지도 모른다.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이수훈)가 발행하는 <한반도포커스> 2013년 11·12월호(제26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번 호의 전체 주제는 '북핵 문제의 점검과 전망'입니다.

* 원제 : 동력 부재의 6자회담과 북핵 협상을 위한 현실적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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