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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북핵 문제에 관심 없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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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오바마, 북핵 문제에 관심 없는 이유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제26호 <2>

2012년에 이어 2013년 9월 유엔(UN) 총회 연설에서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동지역 문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란 핵 문제의 해결을 강조한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2009년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한 핵 문제는 이란의 핵 개발 시도와 더불어 오바마의 유엔 총회 연설의 단골 이슈였으나, 지난해부터 그의 연설문에서 사라진 것이다. 이는 현재 오바마 정부의 대외정책 과제 중에서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이 우선순위에 있지 않거나 혹은 적어도 그 문제에 대해서 '새롭게' 할 얘기가 없음을 의미한다.

'전략적 인내'로 대표되는 오바마 정부의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정책은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면서 어느 정도의 일관성을 가지고 추진되어 왔지만 북한 핵 폐기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뚜렷한 진전을 만들어내는 데는 실패해왔다. 교착상태의 지속이라 할 수 있다. 클린턴 행정부 시기 제네바 합의(1994. 10. 21.)를 통해 진전을 이루어내고 2000년에는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에 이어 북-미 간 수교의 가능성까지 대두되었던 점을 고려할 때, 그리고 부시 행정부 시기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공동성명(2005.9.19.)을 발표하고 그 이후 양자회담을 통한 관계개선 및 핵 문제 해결의 진전(2007~2008)을 이룬 것을 기억할 때, 오바마 정부의 북핵 문제 대응에 대한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고 할 수 있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월 16일(현지시간) 상원이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을 끝내고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피하기 위한 합의안을 통과시킨 직후 백악관에서 특별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글은 우선 오바마 정부의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입장과 전략을 살펴볼 것이며, 다음으로 그 전략의 배경 요인들을 검토할 것이다. 그 배경 요인들은 왜 오바마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전을 이루지 못해왔는지를 어느 정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오바마 정부의 향후 전략 및 그에 따른 북핵 문제의 전망을 추론한다.

2013년 10월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과의 만남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의 목표가 비핵화에 있으며, 북한의 비핵화 준비 태세가 확인될 때 대화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현재 미국의 이 같은 목표와 전략은 오바마 정부 1기부터 지속되어온 비핵화를 위한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09년 12월 보즈워스 북한정책 특별대표의 평양 방문 이후 미국은 전략적 인내의 기조 하에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제재를 통해 압박을 가하는 듀얼 트랙(Dual Track)의 접근 방식을 취해왔으며, 그 목표는 북한의 핵실험 이전 6자회담에서 합의된 9·19 공동성명의 핵심 내용인 비핵화의 이행이었다. 또한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서 관계 개선, 경제적 지원, 그리고 평화협정체결과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핵무기 폐기를 위한 분명하고 확인 가능한 의지 혹은 조치를 먼저 보여줘야 함을 강조해왔다.

물론 북한의 변화를 선행적으로 요구하는 이 같은 미국의 전략적 인내가 항상 일관된 것은 아니었다. 2011년 미국과 북한은 세 차례의 양자회담을 진행하였으며 미국은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일시 중지 약속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그러나 2012년 2월의 그 성과는 같은 해 4월 북한의 위성 발사로 무위로 돌아갔다. 그 이후 미국의 북핵 문제에 대한 기본 입장은 여전히 '전략적 인내'의 상태에 있어왔다고 할 수 있다.

2013년 출범한 오바마 정부 2기의 '전략적 인내'는 1기의 목표와 전략을 계승함에도 불구하고 다음의 두 가지 특징을 드러낸다. 첫째는 전략적 인내의 강경화이다. 지난 4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하원의회 청문회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 과거의 방식을 따르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즉 비핵화의 조건 없이 테이블에 마주앉아 경제적 지원을 논의하는 방식의 대화는 더 이상 없을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지난 10월 25일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과의 만남에서도 케리 국무장관은 대화를 위한 대화는 더 이상 없을 것이며, 북한의 분명한 비핵화 태세가 대화의 조건임을 재차 강조했다. 비핵화 조건 없이 대화는 없다는 오바마 정부 2기의 이 같은 기류는 오바마 1기 당시 북한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이나 일련의 양자회담 개최에서 보여지는 유연한 전략과 비교했을 때 더욱 강경해진 미국의 입장과 전략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특징은 미국의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 중국의 역할이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4월 하원 청문회에서 케리 국무장관은 (현재 미국이 현실적 방안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은) 군사적 수단 외에는 북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방안이 없음을 밝혔다. 더불어 그는 중국의 지원이 없다면 북한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핵무기의 폐기를 위한 의미 있는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국과 협력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와 같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역할론의 부상은 오바마 2기의 전략적 인내가 그것이 초래하는 정책적 대응의 공백을 중국을 통해서 채우려는 우회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오바마 1기 정부부터 지속되어 온 전략적 인내의 정책, 2기 정부가 내세우는 대화 개시 조건의 강경화 그리고 중국을 통한 우회 전략 추진은 다른 한편으로 미국의 가용 정책 범위의 협소화를 반영하며 이는 미국이 직면한 대(對)북한 정책의 어려움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어려움의 배경 요인은 무엇인가? 중요한 한 가지 요인은 "핵보유국 인정" 여부에 관계없이 북한은 세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이미 핵무기를 소유하고 있으며, 따라서 북한의 행동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찾기가 쉽지 않고 또한 이미 개발된 핵무기를 폐기시키기 위해서는 개발 단계에서보다 큰 비용이 요구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 벤 로즈는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과 개발 단계에 있는 이란에 대한 대응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즉,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폐기시키는 것이 개발 단계에서 중단시키는 것보다 훨씬 까다로움을 의미한다. 이 같은 상황은 오바마 1기의 직접 대화를 통한 상대적 유화책이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와 더불어 2기 정부에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정책의 범위를 더욱 좁혀왔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요인은 미국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경제적 위기와 관련된다. 즉, 미국의 힘의 상대적 약화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자원의 집중과 투여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2010년 발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은 미국의 국내적 재건을 최우선적 과제로 삼으면서, 그에 기반을 둔 지구적 리더십의 회복을 추구한다. 이는 대외적 개입의 축소(Retrenchment) 정책으로 해석되며 상대적으로 약화된 미국의 힘을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되어 왔다. 국내 문제 우선 집중 그리고 대외적 사안에 대한 선택적/제한적 관여의 기조 하에서, 상대적으로 까다로우며 고비용이 소요되는 북핵 문제에 정책 자원들을 집중시키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는 더욱 어렵다.

따라서 북핵 문제는 미국이 현재 직접 해결해야 할 대외적 사안의 우선순위에서 배제되는 것으로 보이며, '기다림'의 정책인 전략적 인내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대신에 중국과의 협력을 통한 간접적 방식으로 문제 해결의 비용을 줄이고 목표 달성을 위한 토대의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 직면한 대(對)북한 정책의 어려움은 쉽게 극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10월 1일부터 16일간의 연방정부 폐쇄는 오바마 정부가 앞으로도 대외적 사안의 적극적 해결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에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미국의 전략적 인내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며, 북한 스스로 변화된 조치를 먼저 취하지 않는다면 북핵 문제의 교착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과의 협력을 통한 우회 전략의 추진은 북핵 문제 해결의 또 다른 전망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즉, 미국이 의도하는 바와 같이 중국이 북한을 압박 혹은 설득하는데 성공하여 비핵화의 태세에 먼저 돌입하도록 한다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북한과의 협상에 임하고, 북-미 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 및 북-미 관계 정상화에 빠르게 도달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교착상태의 타파는 미국 전략의 유연화로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 북-미 관계는 특히 미국의 각 정부 말기, 즉 차기 대통령 선거가 다가올 때 개선되는 경향을 보여 왔다. 클린턴 정부 말기(2000년) 북-미 관계 급진전이 그러했으며, 부시 정부 말기(2007~2008년)에도 이전까지의 다자회담 원칙을 바꿔 양자회담을 통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고 양국 관계 정상화를 검토하는 등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 동일한 과정이 되풀이되리라는 법은 없지만, 이 같은 과거의 경향은 2015년 혹은 2016년이 북한 핵 문제 해결 및 북-미 간 관계개선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이수훈)가 발행하는 <한반도포커스> 2013년 11·12월호(제26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번 호의 전체 주제는 '북핵 문제의 점검과 전망'입니다.

* 원제 : 오바마 2기 정부의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과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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