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진 (DDA)도하라운드협상 체결을 강조하는 동시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전 회원국 전부를 포함하는 자유무역지대(FTAAP) 추진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18일 오후 2시(베트남 현지 시각) APEC 1차 정상회의에 참석해 "DDA 체결을 위해 APEC 회원국들은 물론 비회원국들이 정치적 역량과 지도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고, 기존 입장에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DDA도 해결하고 FTA도 확대해야"
노 대통령은 "DDA 협상의 성공적 타결은 국제교역뿐만 아니라 세계화가 심화된 현 상황에서 전 세계 국민들의 복리 증진에도 직결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자간 협상인 DDA는 남반구 국가와 북반구 국가, 농업수출국과 수입국 등이 다양한 의견차이를 보이면서 지난 7월부터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졌고, 당초 DDA를 적극 추진했던 미국은 동시다발적 FTA를 통한 '각개격파' 쪽으로 무역정책 노선을 수정한 바 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최근 역내 기업인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를 추진할 경우 제기될 수 있는 여러 장애요인들에 유의하고 기업인들의 의견과 회원국들 간의 경제·사회적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지만 FTAAP를 장기적인 비전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미국이 이미 주도적으로 제안한 FTAAP는 APEC 회원국 전부를 포함하는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하자는 구상으로 이 안이 현실화될 경우 세계 경제생산량의 70%, 세계 무역의 50%를 포괄하게 된다.
한편 2차 정상회의와 정상선언문 발표로 19일 마무리 되는 이번 APEC에서는 의장 명의로 북한 핵 문제를 우려하는 공동성명이 발표될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 "한국 특수성 이해해 달라"…아베 총리 "이해한다"
이에 앞선 17일 저녁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접근은 6자회담의 초점인 북핵문제 해결과 상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먼저 "일본인 납치 문제는 일본으로서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하자 노 대통령은 "일본인 납치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하며, 우리도 납치 문제가 있다"며 필요한 협력을 할 것임을 전제하면서도 "다만 납치 문제는 6자회담에서 초점을 두는 핵문제를 해결하면서 시간적으로 조화를 잘 이뤄가며 보완적으로 돼야지 서로 상충적 관계로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일본은 6자회담이 재개되면 북한 공작원에 의한 일본인 납치 의혹 문제를 바로 제기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히고 있다.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또한 "한국은 주변국인 미국, 일본, 중국과 협의를 하면서 북한과도 문제를 풀어야 하는 특수한 위치에 있다. 우리의 생각과 입장을 귀담아 들어주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고 아베 총리도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겠다"고 답했다.
역사 인식 문제와 관련해서도 노 대통령은 "역사 문제가 더 이상 동북아 지역의 협력 질서에 장애요인이 되지 않도록 아베 총리가 지도력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고, 아베 총리는 "역사공동연구위원회를 조기에 발족하고 양국 간 공통의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노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손이 아주 따뜻하다"며 "이웃사촌인데 사진 한 번 모양좋게 찍어보자"고 덕담을 했고, 아베 총리도 "가슴이 따뜻하다"고 화답하는 등 이날 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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