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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와 임금, 나눌 것인가? 독식할 것인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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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와 임금, 나눌 것인가? 독식할 것인가? (1)

[민미연 리포트-다시 한국을 생각한다]<16>

현재 한국사회의 고용과 임금 상황은 매우 나쁜 상태에 있다. 2000년대 들어 어느 나라나 고용사정이 나빠지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는 유별나다. 우선 일자리가 크게 부족하다. 그래서 많은 실업자와 반실업자, 그리고 지나치게 많은 자영업 종사자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점은 우선 고용률에서 볼 수 있다. 만 15살 이상 생산가능 인구 가운데 취업자 수를 나타내는 고용률은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에 59.5%였으나 2009년 58.6%, 2010년에는 58.7%이다. 유럽이나 일본 같은 나라보다 7-9% 낮다. 가장 높은 스웨덴과 비교하면 약 10% 정도 낮다. 비경제활동 인구가 그만큼 많다.

2010년 실업률을 통계청에서는 3.8%로 발표한 바 있다. 이는 OECD 34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숫자이다. 미국이 9.1%이고 유로존이 10.3%이니 거기에 비하면 한국의 고용사정에는 아무 문제도 없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실제로 육아, 가사, 취업준비 등으로 쉬고 있는 사람을 포함하면 약 12% 정도이다. 특히 청년층 실업률이 높다. 2010년 3분기의 15-29세 사이의 실업률은 정부발표로는 7.6%이나 구직포기자나 취업준비자를 포함시키면 16.7%에 달한다.

자영업 종사자는 2011년에 적정 수치를 훨씬 초과한 568만 명에 달한다. 전체 근로자 1751만 명 가운데의 비중은 32.4%로 2008년 OECD국가들의 평균인 15.8%의 두 배이다. 이런 모든 수치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 고용사정의 어려움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면 취업자들의 사정은 어떨까? 전체 근로자 가운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거의 비슷한 숫자이다. 비정규직은 정부발표로는 2011년 8월 현재 599만5천명이나 노동계는 고용기간 1년 미만의 임시, 일용직을 합해 862만 명으로 잡고 있다.

이 숫자가 더 타당성이 있다. 이는 근로자의 49.2%에 달한다. 서유럽국가들의 그 비율은 20-30% 수준이고 일본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아도 33% 정도이다. 그러니 서유럽국가들의 거의 두 배이고 일본의 1.66배로 세계 최고수준이다. 비정규직은 외환위기 이후 경제사정이 나빠지고 노동유연성이 커지며 급속히 증가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처우나 고용안정성 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정규직 임금은 2011년 8월 현재 평균 월 238만원8천원, 비정규직은 월 134만원8천원으로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56.4%에 불과하다. 그나마 그 비율도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취업자들의 근속기간도 매우 짧다. 정규직이 2011년에 평균 77.3개월인 반면 비정규직은 23.6개월에 불과하다. 정규직이 고용 안정성 면에서 좀 낫기는 하나 크게 나은 것도 없다. 대기업의 경우도 2010년에 11년 7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사오정이라는 시쳇말이 별로 틀린 것도 아닌 것이 많은 회사원들이 40세 이전에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비정규직은 그야말로 하루살이 인생이다. 2년이 되기 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어야 하고 끊임없이 다른 일자리를 찾아 다녀야 한다. 한번 비정규직이 되면 그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아야 한다.

이렇게 고용현실이 어렵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처우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에 현재 한국인들은 모든 에너지를 어떻게 정규직 자리를 차지하느냐에 쏟아 붓고 있다. 정규직이 되느냐 못되느냐가 그 사람의 일생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진학까지, 그 후의 취업과정까지 살벌한 경쟁에 내 몰리고 있다. 올해 공무원 공채 비율이 10년 사이 최고인 93:1에 달했다. 2001년에는 40:1이었다. 젊은이들이 중간에 떨려날 위험 없이 정년 때까지 근무할 수 있는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이러한 고용구조 기형화는 1997년 외환위기와 그에 따른 IMF체제로 가속화 된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며 실직자들이 쏟아져 나왔고 또 신자유주의로의 전환으로 정리해고가 합법화되었기 때문이다.

국제경제적인 경쟁격화도 한몫했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어서, 특히 중국의 저임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의 상황에서 기업가들은 최대한 임금비용을 낮추려고 시도했다. 물론 90년대 이후 컴퓨터, 로봇 같은 정밀전자기계산업의 급격한 발전도 노동력 수요를 감소시키는데 기여했다.

이렇게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이렇게 된 데에는 각 경제주체들의 잘못된 판단들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자본가들은 고용정책을 지나치게 기업의 단기적 이익에 종속시켰다. 그래서 걸핏하면 사람을 자르고 필요하면 비정규직으로 메우려 한다. 당장 임금으로 나가는 돈만 줄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기업들의 이기적인 태도가 문제이다. 대기업 종사자는 10년 사이에 49만 명이 감소했다. 1999년의 214만 명에서 2010년에 165만 명으로 줄었다. 반면 중소기업 종사자는 828만 명에서 1,175만 명으로 347만 명이 증가했다.

그래서 대기업의 고용인원은 고작 전체의 12.3%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은 87.7%로 고용의 거의 전체를 담당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중소기업 종사자 비율은 일본이나 대만의 70% 대, 미국이나 영국의 50%대 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또 대기업에는 정규직 가운데서도 주로 고임금 노동자들이 몰려 있고 중소기업에는 비정규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대기업들이 엄청난 이익을 내는 반면 많은 중소기업들은 이익은커녕 한계적 상황에서 생존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소기업들은 적정한 수준의 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

그럼에도 대기업들은 고용을 줄이는 것도 모자라 비정규직 외에 사내하청, 파견, 용역 같은 간접고용을 늘리고 있다. 사내하청의 경우 특히 조선, 철강, 자동차 산업의 경우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2010년에 현대모비스 울산공장은 전체 노동자의 70.4%가 사내하청노동자이다. 삼성중공업이 57%, 삼성전자 기흥공장이 54.7%, 현대차도 21.4%이다.

그럼에도 재계단체들은 비정규직이나 간접고용을 이용하는 것은 정규직 고용에 대한 지나친 보호와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높은 임금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대기업들이 매년 사상최대의 이익을 내는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억지소리를 되풀이하고 있다.

노동계도 문제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주로 대기업과 공기업의 정규직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조직노동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자기네 이익을 지키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이다. 외환위기 이후 언제 짤릴지 모르니 가능할 때 챙기려는 이기적 태도가 확산된 탓이다.

그래서 비정규직이 상황을 개선하려고 하는 노력을 별로 도와주지 않는다. 민주노총의 경우에도 비정규직조합원이 10% 수준에 불과하니 그 목소리가 제대로 대변될 수도 없다. 심지어 노조에 비정규직이 가입하는 것조차 꺼린다. 매우 냉담한 태도이다. 그러나 냉담함으로 끝나는 것만이 아니다.

실제로 조직노동은 기업주들과의 타협을 통해 비정규직이나 간접고용을 용인하고 있다. 자신들이 고용안정과 고임금을 보장 받는 대신 이들을 고용의 완충지대로 이용하는 것이다. 불가피하게 고용을 줄이는 상황에서는 이들을 먼저 희생시켜 자신들의 고용을 지키려는 것이다.

정부의 태도도 다를 것이 없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이러한 노동현실의 악화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고 수수방관했다. 신자유주의 경제를 세계의 대세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좌파정부라는 비난을 받은 정부들이 오히려 우파적인 노동정책, 고용정책을 취했다.

김대중 정권이 1998년 2월에 노·사·정 합의에 의해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을 때'를 조건으로 정리해고제를 도입한 것은 국가부도의 사태였으니 그렇다고 하자. 그래도 급한 불만 끄고 나면 다시 규제를 강화하여 대량해고를 가능한 한 막아야 했다.

그러나 그대로 방치했다. 노무현 정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노무현 정권에서만 비정규직은 193만5천명이 증가하고 정규직은 23만2천명이 감소했다. 고용문제에 대한 올바른 생각이나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숫자가 크게 늘어나고 시회갈등이 본격화하자 노무현 정부는 비정규직법을 제정해서 2007년 7월 1일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5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비정규직을 2년 고용한 다음에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많은 기업들이 직접고용을 사내하청, 용역, 파견 같은 간접고용 형태로 바꿔 법망을 피했다. 비정규직법이 간접고용을 규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질이 나쁜 간접고용이 확산되었다.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정규직화한 기업들의 경우에도 간단치 않다.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기간제 근로자)을 동종, 유사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과 차별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직군분리라는 형태로 기존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의 직무를 분리함으로써 이를 피해나가며 차별을 계속하고 있다.

또 정규직 밑에 아예 정규직의 최하위 직급보다도 낮은 하위직군을 만들어 기존 정규직과 의 차별화를 꾀하기도 했다. 그 경우 임금도 60%수준에 불과하다. 여러 은행들이 이런 직군분리 방식을 채용하며 마치 대단한 선행이나 하는 것처럼 홍보를 해댔다.

이런 일들이 벌어진 것은 노무현정부의 엉터리 법 때문이다. 비정규직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말뿐으로 본질적으로 그것을 해결할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허점투성이의 법을 만든 것이다.

걸핏하면 노사분쟁 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이명박 정부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불법파견이 분명한, 따라서 불법적인 사내하청이 만연하는데도 그것을 제재하지 않고 내버려두고 있다. 노동자들 편에서 노동관련법들을 지킬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고용사정이 계속 악화되자 이명박 정부는 2010년 10월에 '국가고용전략 2020'을 내놓았다. 그리고 2020년까지 고용률을 70%까지 올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지금까지는 제한되어 있는 파견 허용업종을 더 늘리고, 시간제 일자리를 대폭 확대하는 등 일단 취업자 수를 늘리고 보자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나쁜 일자리만 늘어날 뿐 고용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

또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지난 9월9일에 '비정규직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사내하청 노동자의 보호대책 강화를 위해 파견법 개정 등을 추진하고 정규직, 비정규직의 차별도 시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계가 초장부터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정권 말에 일을 해봤자 얼마나 하겠는가. 답답한 노릇이다.

이렇게 보면 신자유주의 시대로 들어와 김대중 정권 이후 역대 정부는 국민의 질적 생활을 개선시켜야 하는 정부로서의 책무를 사실상 포기했다고 할 수 있다. 고용문제와 관련한 제대로 된 계획도 실천의지도 발견할 수 없다. 야당들도 계획만 거창하지 별로 실현성 있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다.

그러면 고용문제를 과연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 문제는 정말로 간단하지 않다. 지금까지 본 대로 현재의 고용문제는 신자유주의적 국제경제상황 속에서 자본과 노동, 역대정부, 정치권이 함께 어울려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자본가들에게 가장 책임이 있으나 다른 당사자들에게도 어느 정도는 다 책임이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풀려면 모든 당사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앉아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 해결에 힘을 합쳐야 한다. 어느 한편이라도 이기적인 태도를 고수하면 국민들의 극심한 고통을 덜어주는 일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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