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와중에 이 글을 작성한 이백만 홍보수석비서관이 각각 10억 원, 20억 원이 넘는 강남 아파트 두 채를 최근까지 보유하고 있었던 사실이 알려져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들"이라는 지적과 함께 인책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아파트 두 채 깔고 앉아 4년 만에 20억 원 재산증식
관보에 실린 공직자 재산등록 상황과 <중앙일보> 11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 수석은 부인 박 모 씨 명의로 서울 강남구 일원동 K아파트 36평형과 역삼동 I아파트 54평형을 최근까지 소유하고 있었다는 것. 공직자 재산등록 신고 가격은 K아파트는 6억1200만 원, I아파트는 분양가격인 6억4880만 원이지만 현재 두 아파트의 거래 가격은 각각 13억 원, 21~23억 원에 달한다.
K아파트의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박 모 씨는 이 아파트를 지난 2002년에 샀고 3억6000만 원의 근저당이 설정된 상태에서 최근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이 수석은 "K아파트에서 넓은 집으로 옮기려고 공직 입문 전인 2004년에 I아파트를 분양받았다"며 "최근 I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집 두 채를 보유할 필요가 없어 K아파트를 판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일보 경제부장, 인터넷 경제신문 머니투데이 편집국장 출신의 경제통인 이 수석은 경제전문 케이블 방송인 한경 와우TV 보도본부장으로 재직하다가 지난 2004년 국정홍보처 차장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본인의 설명대로라면 이 수석은 K아파트 매각을 통해 최소 6억 원 대의 차익을 실현했고 I아파트의 가격 상승으로 15억 원 이상의 돈을 벌었다. 4년 간 집 두 채를 깔고 앉아 20억 원 이상의 재산을 증식한 셈이다.
진짜 '부동산세력'은 누구냐?
정부 고위공직자 가운데 강남의 대형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지만 "집값이 곧 잡힐 테니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거든 지금 집을 사지라마"는 청와대브리핑 글에 대한 원성과 맞물려 이 수석에 대한 집중포화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 수석이 아파트 중도금 불입 등을 이유로 금융기관으로부터 8억4100만원의 채무를 지고 있는 것, 강남폭등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재건축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과 관련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 수석은 지난 10일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부동산세력은 부동산가격이 조금만 움직여도 시장을 불안케 하는 언동으로 무주택서민들을 안절부절하게 한다"며 "투기를 조장하여 폭리를 취하려는 일부 건설업체들, 주택을 담보로 높은 금리의 돈장사를 하려는 일부 금융기관들, 일부 부동산중개업자들, 일부 부동산언론들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수석 본인이 "폭리를 취하려는 일부 건설업체가 분양한 재건축아파트에 주택을 담보로 높은 금리의 돈장사를 하려는 일부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서 입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 것.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집값이 오른다는 믿음이 있으니까 이 수석 본인이 수억 씩 은행 빚을 져가며 비싼 아파트에 입주한 것 아니겠냐"며 "결과적으로 이 수석의 '승부수'는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여야 할 것 없이 "이백만 인책하라"
"집 사면 낭패 본다"는 청와대브리핑에 대한 비판 여론이 극에 달하고 그 글을 작성한 이 수석의 부동산 문제까지 터지자 청와대는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 글의 진의는 '지금 집 사면 문제 난다'는 게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라는 것을 다 잘 알지 않느냐"며 "이 수석이 I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은 공직 입문 전이고 지금은 집도 한 채밖에 안 가지고 있다"며 진땀을 흘렸다.
이 관계자는 "인책론이 나올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지만 쉽사리 잠잠해질 분위기도 아니다.
박영규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집 없는 서민들에게는 지금 집을 사면 낭패라며 기다리라고 하더니 정작 본인은 강남의 아파트 부자라니, 청와대 브리핑은 결국 자기 집값 올리려고 한 작전이었고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며 "청와대 홍보수석이 떴다방 업자나 마찬가지다. 이백만이 아니라 이십억 홍보수석"이라고 직설적으로 비난을 퍼부었다.
박 부대변인은 "국민을 우롱하고 서민을 좌절시킨, 겉 다르고 속 다른 이 홍보수석은 즉각 사퇴하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여당의원도 인책론에 합세했다. 열린우리당 이상민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의 부동산 사태에 대하여 공황에 가까울 지경 또는 민란 직전의 상황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결코 과장이 아닐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대통령께서는 한시라도 빨리 추병직 건교부장관, 이백만 홍보수석비서관, 김수현 사회정책비서관등 3인을 해임해주실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이백만 홍보수석비서관은 최근의 청와대 브리핑과 관련하여 집값폭등으로 불안에 빠진 서민들의 정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책임전가등 부적절한 내용을 게재함으로써 성난 민심에 기름 붓고 불 지른 잘못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병직 버티기에 이어 이백만까지 구설수…땅에 떨어진 신뢰
관계부처와 조율도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불쑥 신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한 추병직 건교부 장관에 대한 인책론이 높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추 장관을 감싸 안았고 추 장관 본인은 국회에 출석해 "내 점수는 그래도 100점 만점에 80점은 된다"고 당당한 모습을 연출한 것이 바로 1주일 전의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브리핑과 홍보수석의 문제까지 터져 정부정책은 물론 정책담당자에 대한 신뢰도 땅에 떨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일련의 문제들은 청와대가 주장하는 '부동산 세력'이나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고위 관료들의 '입과 글'에서 시작된 문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책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나 문제의 청와대브리핑 글이 '윗선의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인책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어찌 됐든 다음 주로 예정된 부동산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정부 스스로 정책신뢰도를 급격히 떨어뜨리고 있다는 느낌만은 지우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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