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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푸른 밤, 아름다운 평화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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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푸른 밤, 아름다운 평화의 밤

[포토] 5박 6일간의 대장정으로 막 내린 '강정평화대행진'

5박6일 동안 혹독한 폭염 속에서 강행된 강정평화순례단의 행진은 그저께(8월 4일) 마침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순례단은 동진과 서진으로 나뉘어 각각 제주도를 반 바퀴씩 돌고나서 마침내 제주시 도심인 탑동 광장에서 우렁찬 환호성과 함께 합쳐지는 극적인 광경을 연출해냈다. 2000명 이상의 인파로 뒤덮인 그 광장은 거대한 집단의 커다란 에너지로 출렁거리고 있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이 행사에 참가하기 위하여 육지에서 비행기를 타고, 혹은 배를 타고 온 사람들이었다. 식구들, 친우들, 직장 동료들끼리 왔고, 젊은 커플도 적지 않았다.

ⓒ프레시안(손문상)

바쁜 핑계로 마지막 날 하루만 행진에 참가한 나였지만, 일주 도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 순례 행렬 속에서 함께 걸으면서 평소에는 못 느꼈던 행복감을 맛볼 수 있었다. 그것은 같은 목적을 갖고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일어나는 공감, '우리는 동류의 인간'이라는 연대감이 주는 행복감이었다. 행렬 위로 해군기지 반대의 노란 깃발들이 세차게 펄럭거리고 하늘엔 폭염의 태양이 이글거렸다. 길가 밭에서 콩밭 매는 농부들도, 지나가는 버스 속의 관광객들도 우리를 격려하여 손을 흔들어 주곤 했다. 점심으로 먹은 주먹밥도 맛있었고, 일사병 예방에 특히 좋다는 제주 특유의 음료인 '쉰다리'의 맛도 각별했다. 아무튼 아스팔트를 달구는 폭염 속에서 땀투성이가 되고 헉헉거렸지만, 강정평화순례의 행진은 한마디로 즐거운 고행이었다.

평화순례단의 동서 양진이 서로 만나 합쳐진 탑동 광장은 2천 군중의 열정이 내뿜는 뜨거운 열기에도 불구하고 방파제를 넘어오는 해풍은 시원했고, 밤하늘은 푸르고 아름다웠다. 거기에 모인 사람들은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생각하면서 안치환과 더불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부르고, 백발의 문정현 신부님과 더불어 '부용산'을 부르고, 전인권의 록에 맞춰 샤우팅하고 춤을 추었다. 그 유명한 구럼비 바위가 무참히 파괴되고 말았단다. 1.2km에 달하는 그 아름다운 통바위가 파괴당하고 거기에 서식하던 희귀종 작은 동식물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을 슬퍼하여 강정 어린이들이 '아름다운 것들'을 오카리나 합주로 들려주었고, 그리고 강정주민들의 힘차고 쾌활한 집체 율동은 지난 5년에 걸친 고난의 투쟁을 결코 패배로 끝낼 수 없다는 불퇴전의 결의를 보여주었다. 광장의 군중 모두가 전쟁의 아닌 평화를 구가하면서 흥청거렸다. 신부님, 수녀님들도, 스님들도 외국인들도 모두 흥청거리면서 춤을 추었다. 제주도의 푸른 밤, 아름다운 밤, 평화의 밤이었다.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 순례단은 동진과 서진으로 나뉘어 제주도를 반바퀴씩 돌고 제주시 탑동광장에서 만났다.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백지화를 위한 '강정평화대행진'이 지난 달 29일 시작돼 8월4일까지 제주에서 열렸습니다. 강정마을에서 시작해 제주의 동쪽과 서쪽으로 갈라져 5박 6일 동안 섬 전체를 일주하는 일정입니다. 현지에서 현기영 소설가와 손문상 화백이 글과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편집자>


☞ <이미지프레시안>에서 사진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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