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한지의 스밈과 번짐, 그리고 교육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한지의 스밈과 번짐, 그리고 교육

[고현주의 꿈꾸는 카메라] 기형아 양성하는 교육 앞에 우리가 해야할 일은...

사진가 고현주씨는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그 아이들이 소년원에서 찍어낸 사진을 소개하고 그 과정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는 청소년예술지원센터 '(사)꿈꾸는 카메라'를 통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아이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편집자>

우리나라 한지는 참 독특한 종이다.
한국 사람의 정서와 한지가 갖고 있는 따뜻하고 은은한 물성은 참 많이 닮아있다.
닥종이의 질기고 강인함과 깊은 바다의 품속 같은 포용력을 지닌 한지는 무엇이든 잘 스며들게 하고 일단 스며들면 잘 번진다.
자신의 몸에 와 닿는 것에 대한 일체의 선입견이 없다.
무엇이든 다 자신의 품안에 기꺼이 품는다.

한지가 갖고 있는 이런 정서의 따뜻함과 건강함이 부러웠다.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때 난 항상 한지가 갖고 있는 번짐과 스밈을 생각한다.
그런 순결한 번짐과 스밈을 꿈꾼다.

인연.
그 놀라운 시간과 공간의 스침 속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과의 인연.

인연은 기다리거나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저절로 그렇게 되어 지는 것이라고 했다.
봄이 가면 여름이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는 것처럼 자연스런 순환이다.

수 없이 많은 인연들.

이 친구들과 인연은 나에게 또 다른 삶의 모티브를 만들어주었다.
사람과의 관계는 서로의 배려와 인내와 비움이 충만 했을 때 성장할 수 있다.

관계의 평등을 그 친구들을 통해서 깨달아가고 있고, 성장 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사진을 배워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뜻한 정서를 공유하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친구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정서다.
사랑, 따뜻함, 배려, 정, 아낌, 나눔...
영혼이 따뜻해야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스며들어야 번질 수 있다.
무엇이든 스며드는 것이 먼저다.
스며들기 위해서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야 된다.
그래야 타인이 와서 번지는 법이다.
모든 것의 시작은 내 자신이다.

어쩌면 그들에게 사진은 한낱 장치에 불과하다.
어떤 것이든 마찬가지이다.

ⓒ고현주

교육은 지식이 아니라 정서다.
따뜻한 정서가 먼저고 그 다음이 지식이다.

선생님은 그래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학생들에게 국영수의 쪽집게 시험문제를 가르쳐 주는 사람이 능력 있는 선생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따뜻한 정서를 먼저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선생이 능력 있는 선생이다.

좌뇌만 기형적으로 키우는 교육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좌뇌가 발달한 친구가 있듯이 우뇌가 발달한 친구들이 있다.
그렇게 발달한 대로 인정해주고 껴안아주면 된다.

기형아만 양성하는 교육 앞에 우리가 해야 될 일은 무엇인가.
시와 음악과 사진과 문학과 그림을 사랑하게 만드는 교육.
기다림과 느림을 가르쳐 주는 교육.
비움과 채움을 가르쳐 주는 교육,
이런 교육은 책으로는 도저히 배울 수 없는 것들이다.
몸이 체화되어야만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교육이다.

지금, 다시 한 번 우리의 교육 현실에 대해 진중히 고민해야 될 때다.

기형아만 양성하는 교육의 현실 앞에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해야 될 일은 무엇인가.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