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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알이와 소미가 제주도에서 완수한 미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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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알이와 소미가 제주도에서 완수한 미션은?

[고현주의 꿈꾸는 카메라]<22> 김한알, 정소미

사진가 고현주씨는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그 아이들이 소년원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찍어낸 사진을 소개하고 그 과정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는 시소(SEESAW)라는 지원센터를 통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아이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편집자>

2박3일간 친구들에게 준 미션

"나만의 이야기. 나만의 사진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사진에세이를 만들 겁니다.
사진을 찍기 전에 각자 마음속에 어떤 주제를 선택해서 에세이를 만들 건지
잘 생각하고 찍기 바랍니다.

큰 주제는 '자연과 하나 된 나'인데 작은 주제는 여러분들이 선택해야 됩니다. 예를 들면 '용서하는 나' '화해하는 나' '사랑하는 나' '나에게 주는 선물' '나만의 비밀'등.....
이번 여행이 자연 속에서 자신을 만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포토 에세이는 정말 잘 생각해 낸듯하다.
이틀 동안 아이들이 찍은 수많은 사진 중 10개를 골라서 글을 쓰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사진기를 손에서 놓지 않고 열심히 찍었다.
한 아이도 꾀부리거나 게으르지 않았다.
한 컷이라도 더 찍으려고 노력했다.

마지막 저녁시간.
아이들과의 작업은 정말 행복했고 즐거웠다.
수많은 사진 중에 10장을 같이 고르고, 고른 사진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그 이야기들을 줄줄이 엮어 하나의 단어로, 하나의 단어가 하나의 문장으로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친구들은 훌륭히 해냈고 다 각자의 개성과 각자의 스토리로 풀어냈다.

아버지에 대한 상처를 이야기하는 친구,
자유를 이야기 하는 친구,
사랑을, 기다림을 이야기하는 친구들의 표정을 통해서
사진이 이 친구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다.

친구들과 보낸 2박3일의 여정은 사진작업이 이 친구들에게 어떤 작용을 하는지, 어떤 치유의
효과가 있는지 나에게 많은 확신과 희망을 보게 해 주었다.
서로의 마음을 열었기에 가능한 작업들이였다.

친구들이 그 동안 혼자 힘들었던 순간도, 혼자 외로웠던 순간도, 혼자 슬펐던 순간도
이제는 풍화되어 각자의 마음에 차곡차곡 퇴적이 되어서 단단한 산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추억'이라는 이끼와
'정'이라는 엽록소가 쌓여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어가는 거다..

가을 단풍이 어느 순간 빨갛게 물드는 게 아니라 지난 여름 뜨거운 태양을 견디며
서서히, 느리게 물들듯, 사람과 사람의 마음 스밈도 어느 날 스며드는 게 아니다.

이 친구들이 사진과 천천히, 느리게 스며들면서 사람과, 세상과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역할이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중요한 것은 그 친구들에게 마음을 열고 가슴으로 사람을 받아드리는 법을 알아가는 일이 아닌가.

이 가을, 우두커니 서서 먼 산 바라보며 가슴이 뻐근해질 정도로 벅차오르는 일.
그것은 친구들과 단풍처럼 아름다운 관계를 맺어가는 일 일지도 모른다.


ⓒ김한알

ⓒ정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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